국립민속박물관이 누리집을 통해 '막걸리, 거친 일상의 벗'(온라인 전시)을 전시하고 있는 가운데 운봉주조장의 유리 막걸리병이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생산된 유리로 만든 막걸리병은 소주, 맥주, 콜라병과 같이 재사용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비용적인 면에서 회수가 어려워 널리 사용되지는 못했다
운봉주조는 남원시 운봉읍 서천리에 위치한 양조장으로 사장은 최규창의 아들 최봉호이며, 현 위치로 양조장을 옮긴 것은 2011년이다. 최사장은 운봉주조가 일제강점기에 설립된 양조장으로, 1979년에 부친 최규창이 인수했다. 『광업및제조업사업체명부』(1959)에는 남원군 운봉면 동천리 504이라는 주소에 운봉양조장이 있으며, 이윤수(李允壽)가 사장으로 나와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양조장과 술 문화 조사보고서' 를 통해 1959년 이전부터 운봉면에 양조장이 있었다는 사실과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운봉주조 건물은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실과 체험객을 맞이할 수있는 체험실을 갖추고 있다.
판매하는 대표 술은 도수 6%의 ‘지리산 정담 생 쌀막걸리’와 지리산 허브잎술 등이다. 운봉주조는 2011년 참동이 허브잎술로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대상(생막걸리 부문)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도 지리산 허브 쌀막걸리로 대상(살균막걸리 부문)을 수상했다. 최근들어 농림축산식품부 ‘2020년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에 선정됐다.
이 전시는 가상 전시장에 구현하는 온라인 전시로, 국립민속박물관이 기획 단계부터 온라인 전시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 실험적 결과물이다.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작은 위로와 휴식을 주고자 기획된 이번 전시는 우리 민족의 역사 깊은 술이자, 항상 가까운 곳에 있었던 서민의 술인 막걸리의 문화적,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는 자리이다.
막걸리는 오랜 친구 같은 술로, 힘든 모내기의 현장이나 일터, 직장 동료와 함께 하는 대폿집 등 여러 장소에서 우리와 함께했다. 막걸리가 동료와 친구를 모이게 하고,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게 하며, 위로해주었다.
전시 제목인 ‘막걸리, 거친 일상의 벗’처럼 우리에게 늘 기쁨과 위로를 주었던 오래된 친구 같은 술인 막걸리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것 같은 막걸리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기를 바란다는 것.
국립민속박물관과 지역 양조장에서 소장한 막걸리 관련 자료인 ‘주방문(酒方文)’, ‘말술통’ 등 150여 점과 2018년부터 2년간 진행한 전국 양조장 조사 자료, 한국정책방송 영상자료 20여 건 등 다양한 막걸리 관련 자료가 3차원 전시장 영상과 함께 소개된다.
1부 ‘막걸리를 알다’에서는 막걸리에 대한 여러 상식과 역사를 소개한다. 막걸리의 ‘막’은 ‘함부로’, ‘빨리’이며 ‘걸리’는 ‘거르다’라는 뜻으로, 막걸리는‘거칠고 빨리 걸러진 술’이란 뜻이다. 막걸리는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지만, 다른 술에 비해 제조 시간도 적게 걸린다. 빨리 만들어져 값이 저렴하고,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기에 서민의 술이 되었다. 값싼 술이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이 마시다 보니, 막걸리에는 다양한 의미와 함께 깊은 역사가 담겼다.
막걸리는 조선 시대에 농주(農酒)라 불렸듯이, 주로 농사를 짓던 우리 민족과 오랜 기간 같이했다.
여러 기록으로 볼 때 고려 이전에도 쌀로 빚은 막걸리와 유사한 술을 마셨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 시대,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막걸리는 농사일과 제사 등에 꼭 필요한 술이 되었으며, 집에서 술을 빚는 가양주(家釀酒) 문화가 이어졌다. 일제강점기에는 주세법의 시행으로 가양주 문화가 단절되는 등 위기를 맞았으나, 해방 이후 양조장 전성시대를 맞으며 부활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술의 자리를 지켜왔다. 1부에서는 ‘고사촬요(攷事撮要)’, ‘주방문(酒方文)’ 등의 옛 조리서와 기산 풍속화 등의 자료가 전시된다.
2부 ‘막걸리를 빚다’에서는 막걸리를 빚는 방법과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막걸리는 사람의 손맛이 살아있는 술로, 집에서 소량으로 빚는 전통적인 방법이나 양조장에서 대량으로 빚는 현대적인 방법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 그 방법은 쌀을 씻어서 밥을 지어 불리고, 누룩을 넣고 발효시켜 며칠 후에 거르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지만, 빚는 장소와 사람, 그리고 재료에 따라 막걸리의 맛은 다양하다.
국립민속박물관이 2018년부터 조사한 일제강점기 이후 전국 각지에 세워진 공장제 양조장 조사의 결과물과 누룩 틀, 증미기(蒸米機) 등 양조장의 막걸리 빚는 도구들이 전시된다. 충남 논산의 양촌주조장, 전남 나주의 남평주조장을 360° VR(가상현실)영상으로 보여주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전달한다. 이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의 막걸리들이 형형색색 다양한 맛이 나는 이유를 살펴본다.
3부 ‘막걸리를 나누다’에서는 막걸리를 마시고 나누면서 일어난 여러 사회적 현상과 개인의 기억, 그리고 소비 공간을 담았다. 오랜 역사와 다양한 의미를 지닌 막걸리에 대해 막걸리와 문인, 막걸리와 정치, 막걸리와 노래, 막걸리와 영화 등, 막걸리를 소비하며 만들어진 이야기가 소개된다.막걸리의 친구와 연관된 ‘현인 가요사’ 음반, ‘서울의 지붕 밑’ 영화 자료와 함께 막걸리만 마셨다는 시인 천상병 등 막걸리 애호가들의 기억을 살펴본다. 또한, 역대 대통령의 막걸리 사랑을 돌아본다. 시대에 따라 막걸리가 소비된 장소의 변천을 보여주는 논밭, 주막, 장터, 대폿집, 학사주점, 민속주점 등을 살펴본다. 특히, 서울 신촌의 ‘판자집’과 인천 ‘인하의 집’ 등 오랜 역사를 가진 대폿집을 360° VR(가상현실)영상으로 생생하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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