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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석이야기

임실문화원, 임실의 돌문화 발간



"호랑이가 웃는다"
옛날, 임실군 신평면 호암리 어귀에는 호랑이를 닮은 집채만 한 바위가 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그 바위 호랑이가 마을을 보호해준다고 믿으며 무병무탈 하게 잘 살았다. 그런데 그 마을에는 탁발 스님들이 자주 들락거렸다고 전한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중들이 하도 시주를 하러 다니는 게 눈에 거슬렸다. 하루는 부락 정자에서 놀던 사람들이 시주하러 온 중을 된통 골리는 바람에 중이 쫓겨 가고 말았다. 그 며칠 후, 한 도승이 나타나 “이 마을은 범바위 때문에 큰 인물이 못 나오니 때려 부숴야 한다. 그러면 마을이 만사형통 할 것”이다고 했다. 마을이 잘 된다는 그 말을 믿고 동네 사람들은 부역으로 호랑이바위를 때려 부쉈다. 그러자 마을에는 불이 나고 시암에서 뱀이 나오는 등 재앙이 잇따르고 주민 20여 명이 죽었다. 그제야 아차! 하고 보리 말씩 거두어 지금의 호랑이를 만들어 세우고 나니 마을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이는 구전으로 전해오는 200여 년 전쯤의 일다. 호암마을 호석(신평면 호암리)은 누구를 실컷 골탕 먹이려다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계면쩍은 표정이다. 실컷 말썽부리고 나서 민망해 하는 모습이다.
임실문화원이 '임실의 돌문화'를 펴냈다. 바위나 작은 돌을 인위적으로 가공 또는 자연적으로 있으면서 세워놓은 문화유산 가운데 문자가 없는 석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민속문화에서 돌탑, 선돌, 고인돌, 제단, 장승, 성신안, 거북신앙, 호랑이바위, 윷판형 암각화, 성혈바위, 점바위 등을, 생활문화에서 보루대, 연자방아, 석빙고, 석금고 등을 정리, 소개했다.
일례로, 호암리 호석은 얼굴 가로·세로 각각 약 50cm 신장 약 90cm 몸길이 약 130cm에 해당하며, 제작 연대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금방이라도 펄쩍 튀어나와 장난을 칠 듯 풀숲에서 고개 쑥 내밀고 익살스런 웃음을 웃는 호랑이가 잊혀지지 않는다. 또 전통적으로 그려지던 호랑이의 그림과도 사뭇 다르다. 바로 호랑이가 웃고 있는 모습을 담은 석상이기 때문이다. 동그란 얼굴. 위로 돋은 귀. 무서운 표정 대신 환한 웃음을 짓고 있지만 호랑이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더구나 그 표정이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호랑이의 몸체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졌으며, 얼굴에 호랑이의 얼룩 무늬가 음각되어 호랑이의 외관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것이 특징이다.
또, 몰이문화론 들돌, 정기판, 고누판을, 불교문화론 석불상, 석등, 부도, 당간지주, 동자바위 등을소개한 가운데 술바위, 탕건바위 등을 조사 수록, 다양한 비보와 풍수, 집압(鎭壓)의 사례를 누구라도 볼 수 있게 했다.
최성미원장은 "이 책 속에 기록되어 있는 모두는 가장 중요하고 마을마다 특색에 맞ㄱ는 수호 대상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면서 "주민들이 이를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오늘이기에 항상 보살핌으로써 멸실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