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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김포옥 전북대 명예 교수 "한학으로 유명한 아버지의 70년 전, 6.25 피난 생활이 생각나요"

김포옥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기증한 '주역' 책자, 6.25 난중일기 원본 등 18종 20점 선보여

 

한국전쟁 발발 70년 ‘6.25 난중일기’ 원본 기증으로 의미 더해

 

국립중앙도서관이 13일부터 내년 3월 21일까지 두 번째 고문헌 기증전시 '기증인이 직접 쓴 기증이야기'를 도서관 본관 5층 고문헌실에서 갖는다.
이번 전시에선 2019년 국립중앙도서관에 고문헌을 기증한 기증인 가운데 김포옥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 등 9명의 기증자료 170종 246점이 선보이는 것.
특히 '주역' 연구로 평생을 보낸 한학자 아버지 김영혁이 저술한 자료를 기증한 김교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전북대학교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전공학문 연구에 쫓기면서도 늘 마음 한 구석에는 부친이 6.25 전쟁 중에 기록한 '6.25 亂中日記'를 출판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지냈다.
부친은 전쟁 가운데 가족과 자신의 생사도 어찌될지 모를 절박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피난 당시의 상황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고자 했다. 이는 첫째로 후손들에게 민족이 갈라서고 부모 형제가 흩어지며 추위와 배고픔에 허덕였던 전쟁의 고난을 간접적이나마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다.둘째는 국가의 존립이 얼마나 중요하며, 국가의 힘이 없으면, 우리의 영토가 남들의 손에 지배당한다는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주고자 함이었다.
이에 김교수는 한학자이던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지금의 세대와 학생들에게 이를 함께 나누고자 최근들어 국·한문 혼용의 일기를 번역했다. 이번에 기증한 유물은 '주역' 책자, 6.25 난중일기 원본, 그리고 귀거래사 선면 작품 등 18종 20점에 이른다.
지산 김영혁은 1898년 경기도 양주 출생. 양주향교와 서울농고를 거쳐 대한청년단 부단장으로 활동. 청량리 금융조합(제일은행) 근무와 건설업을 거쳐 지산정사 서당을 지으시어, 본격적으로 한문 강의와 한학 연구. 6.25전쟁 중 일가를 이끌고 피난길에 《6.25 난중일기》를 집필. 가락김씨(駕洛金氏) 종친회의 청량지구 회장 재임 시, 족보 정리에 큰 기여를 했다. 동시에 주역유문 외 각종 주역 연구서와 자작시조 노트 및 친필본의 고서 23책을 유품으로 남기었다.
김포옥은 전북대학교 인문과학대학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 중국인민대학 교환교수다. 성균관대학교 문헌정보학 학사, 석/박사로 한국도서관협회 한국도서관학 학술연구상을 받았으며, 한국비블리아학회 회장, 한국도서관정보학회 부회장, 한국문헌정보학회 이사, 국립중앙도서관 귀중본심의위원회 위원, 한국도서관협회 분류분과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 도서관의 재난관리와 보안핸드북, 그리고 공저로 문헌분류론,한국십진분류법, 한국십진분류법 해설,공역으로 인간경영의 성공기법: 도서관 경영자를 위한을 펴낸 바 있다. 논문은 광복이후 한국 공공도서관사 연구, 일제하 공공도서관에 관한 연구, 한국 공공도서관의 재난대비 실태와 대응방안 연구 등을 선보인 바 있다.
김 교수는 "평생을 주역 연구와 역서의 집필로 삶을 보낸 선친께서 어린 저에게 한시문을 읽어주고, 그림으로 역서의 괘를 설명해주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안혜경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사는 "가치 있는 자료들을 한 집안, 문중에만 국한하지 않고 국민 모두와 함께 나누고자 기증이라는 아름다운 결정을 내려준 기증인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전시를 개최하게 됐다"며 "더불어 기증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고문헌의 연구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