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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송천동 오송(五松)

<삼천동의 곰솔>
오송저수지(유기수님 사진 제공)

전주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빠진 시민들을 위해 숲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는 지난달 20일부터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마음치유 대책의 일환으로 건지산과 모악산, 완산공원, 한국도로공사 수목원, 황방산, 남고산, 전주자연생태체험학습원 등 숲체험 활동이 가능한 공간에서 '숲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전주 시민들이 오송제 편백나무숲을 찾아 햇볕을 피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전주 송천동 오송지(五松池)를 상징하는 소나무 5그루를 심는 행사가 2018618일 오송저수지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천년전주푸른도시추진위원회, 푸른전주운동본부, 오송제 지킴이가 함께해 오송지의 옛 정취를 살리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오송리라는 지명은 큰 소나무 5그루가 있기에 붇여진 이름이다. 전주 삼천동 대명의사(大明義士) 남이창(南以昌, ~1665) 묘비의 서자는 미상이지만 찬자(撰者, 지은이)는 유학자 이도형으로 19675월에 세워졌다. 그는 병자호란때 전주로 내려와 건지산 아래에 손수 소나무 다섯그루를 심어 집 이름을 오송재(五松齋)라 했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오송(五松)으로 부르기 시작해 지금까지 그 명칭이 남아있다.

'대명의사오송문공비명(大明義士五松文公碑銘)'에 의하면 '혹자는 공을 이르기를, 가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벼슬을 하지 않으면서 감추고 숨어 지낸다고 하면 문득 분하고 원통해 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기를 "춘추좌씨전의 성하지맹(城下之盟)은 거나라에서 이루어졌어도 깊은 치욕인데 떳떳한 예의지방(禮義之邦)에서 장차 후세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니 내가 차라리 바위골짜기에서 말라 죽을지언정 더러운 오랑캐의 가신 노릇은 차마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몸을 숨긴지 30년 숭정(崇禎) 을사 826일 집에서 졸하니 우리 현종(顯宗) 6)이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대명의사(大明義士)라 불렀으며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

오송제는 지난 2012년 개발로 인해 매립 위기에 처했으나 시민들의 반대로 생태공원으로 거듭나 오늘에 이르게 됐다.

한국인은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난다. 푸른 생솔가지를 꽂은 금줄을 치고 지상에서의 첫날을 맞고, 산모의 첫 국밥도 마른 솔잎이나 솔가지를 태워 끓인다. 아이가 태어날 경우, 삼일날이나 칠일날에는 소나무로 삼신할머니에게 산모의 건강과 새 새명의 장수를 빌고 그 아이가 자라면 솔방울을 장난감 삼아 놀면서 솔씨를 먹고 허기를 달랬다.  소년이 되면 봄마다 물오른 소나무를 꺾어 껍질을 낸 뒤 송기를 먹고 갈증을 달래며 유년의 봄을 보냈고, 어른이 되어서는 소나무 껍질은 귀한 양식이 되었고, 소나무를 먹고 솔 연기를 맡으며 살다 죽으면 소나무 관에 육신이 담겨 솔숲에 묻히는 생(生)을 살았다. 죽어서는 무덤가에 둥그렇게 솔을 심어 이승에다 저승을 꾸몄다.

 이곳의 다섯 소나무가 예사롭지 않은 까닭이다. 오송제를 찾아 초하(初夏)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싸드락싸드락 여유롭게 거닐었다. 참 즐거운 날이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