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스토리

엄복동과 전주


엄복동과 전주

기사 작성: 이종근 기자 - 2019.08.27 16:52

 

 

전주시가 주요도로에 설치된 자전거보관대 점검을 대대적으로 갖는다. 한 달 동안 시에서 관리하는 자전거보관대 200개소 401조에 대한 파손 및 노후상태 점검은 물론 방치자전거 현황 등 전반적인 조사를 실시한다.

암울했던 일제 치하에 엄복동(1892-1951)은 조선 민족의 희망이었다. 고국의 하늘을 최초로 비행한 안창남(1900~1930)이 ‘하늘의 영웅’이었다면, 고국의 도로를 페달로 질주한 엄복동은 ‘땅의 영웅’이었다. 이 두 사람을 기리기 위해 당시 퍼졌던 노랫가락이 ‘하늘엔 안창남, 땅엔 엄복동’이란 구절이다. 당시 유행했던 ‘이팔청춘’이란 노래에 맞춰 애창되던 ‘엄복동 노래’는 다음과 같다. ‘이겨라 이겨라/ 엄복동 선수 이겨라/ 와 이겼다/ 일본놈들을 물리치고 이겼다/ 만세다 엄복동 최고다/ 떴다 보아라 안창남의 비행기/ 내려다 보아라 엄복동의 자전거.’

“떴다 보아라 안창남 비행기, 내려다 보아라 엄복동의 자전거….”라는 유행가가 만들어질만큼 조선 민중들의 스타가 된 엄복동은 자전거대회에서 초청선수로 참여하여 우승을 휩쓸었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암울했던 조선에 희망이 된 인물 엄복동의 실화를 다룬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이제껏 잘 알려지지 않은 승리의 역사를 전한다. 엄복동은 1913, 1923, 1928년 개최된 전조선자전차경기대회들을 포함해 무려 15년 동안이나 우승기를 놓치지 않으며 ‘자전거 대왕’(매일신보, 1913년 11월 4일 기사)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자전차왕 엄복동’ 촬영이 진행된 지난 2017년 여름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야외촬영센터에는 일제강점기 열린 자전차 한일전을 재현하기 위한 경기장이 세워지기도 했다. 일제시대엔 자전거 이용이 많아지면서 전국 규모의 자전거대회가 빈번하게 열렸다.

동아일보 1928년 4월 21일자 기사엔 전주면 덕진운동장(전북대)에서 열린 전조선자건거경주대회가 소개됐다. 전주자전거상조합 주최, 동아일보지국이 후원했다고 나온다. 25일자엔 자전거경기가 전주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동아일보 1920년 5월 21일자엔 호남자전차대회가 16일 전주에서 성대히 거행해 우승기는 엄복동 군에게 돌아갔다고 했다. 동아일보 1939년 5월 14일자와 16일자엔 전조선자전거경기대회가 전주윤업조합이 주최하고 동아일보 전주지국이 후원한 가운데 대성황을 이루었다고 소개했다. 7,000~8,000명이 넘는 관중으로 인해 전주이리간 경철도를 운행했다는 것이다. 이때 박정근 전주면 부면장은 중절모를 쓰고 찍은 사진에 순춘자, 김종문 선수의 모습이 보인다. 물론 경기장은 모두가 덕진운동장이었다.

최근들어 자전거 라이딩으로 레저와 건강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엄복동이 다시 살아나 전주에 온다면 훌륭한 라이딩을 선보일 수 있을까.

/이종근(문화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