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운봉읍은 1995년 시군 통합이 되면서 면에서 읍으로 승격되었습니다. 과거 운봉현은 지금 운봉읍을 비롯한 인월면, 아영면, 산내면 등 4개 지역을 아우르는 중심지였습니다. 개항기에 제작된 필사본 회화식 지도책으로 국가의 주도로 제작된 전국 단위의 군현 지도인 『1872년 지방지도』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운봉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백두대간에서 발원한 여러 물줄기가 동쪽 남강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수계(水系)상으로는 낙동강 유역권에 속하며, 문화적으로도 경상도와 전라도의 점이지대적(漸移地帶的) 성격을 보인다. 또한 남원 쪽으로는 급경사를 이루고 동쪽 경상도와도 두터운 산지로 막힌 고원형 지형을 이루고 있어 삼국간 경쟁이 치열했을 때 백제와 신라 사이의 중요한 요해처(要害處)였다. 지도에 사방을 둘러가면서 산지가 그려져 있는데 동쪽의 팔랑치(八良峙)를 통해 경상도와 이어지고 서쪽의 여원치(女院峙)를 통해 남원과 연결된다. 고려말에 왜구의 침입이 미쳤던 곳으로 고을의 곳곳에 이와 관련된 유적이 남아 있다. 읍치 동편의 황산(荒山)은 고려 우왕 때 왜적이 함양, 운봉을 노략질하자, 인월역에 주둔한 왜적을 이성계가 섬멸하였던 곳이다. 이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하여 1577년(선조 10) 운봉현감 박광옥이 황산대첩비를 세웠다. 지도에 화수산(花水山) 밑에 비각이 보이고 있다. 또한 동쪽에도 당시의 왜적의 혈흔이 남아 있다는 혈암(血巖)이 붉은 색으로 그려져 있다. 읍치 남쪽에는 선종 9산의 하나로 신라 흥덕왕 3년(828)에 증각대사에 의해 세워진 실상사가 탑의 모습과 함께 그려져 있다.” 운봉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해 있어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을 만났던 곳입니다. 삼국의 치열한 요해처였고, 임진왜란, 동학 농민혁명, 한국전쟁 등이 그러한 사건입니다.?
운봉읍 선두숲(남원시 운봉읍 서하리)보다 훨씬 더 알려져 있는 것이 서천리 돌장승입니다. 조선후기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승은 1989년 6월 한때 도난당했다가 다시 세워졌습니다. 운봉이 짊어진 역사가 서천 장승에게 유전된 느낌입니다. 이곳에서는 장승을 ‘벅수’라 부릅니다. 벅수는 복수(卜水)에서 왔다고 하며 이는 풍수 도참과 관련 됩니다. 복수(卜水)는 ‘물을 점친다’라 하여 풍수상 조어라 한다면 점친 결과로 수구(水口)의 허(虛)함을 막기 위하여 ‘수구(水口)막이’라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장승이 풍수, 불교적 신앙과 결부되어 산천 비보(裨補)에 쓰인데서, 복수(卜水)에서 벅수로 와음된 듯합니다. 장승 정면에는 방어대장군(防禦大將軍)과 진서대장군(鎭西大將軍)이란 명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명문 역시 풍수 비보적 기능을 담당하는 명칭입니다. 장승과 함께 짐대가 세워졌다고 하는데, 이는 운봉읍이 풍수적으로 배형국이기 때문이며 이는 짐대가 돛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운봉읍은 높다란 산으로 둘려싸여 있는데 유독 서천리 장승이 세워진 북서쪽은 낮은 구릉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향과 비교하면 텅빈 듯 허전합니다. 즉 운봉읍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덕두산(1,130m), 비대봉(1,165m), 세걸산(1,207m), 서쪽으로 고남산(846m), 남서쪽으로 수정봉(804m)으로 둘러싸였으나 북서쪽에는 낮은 구릉이 펼쳐집니다. 그래서 이곳에 장승을 세우고 숲을 조성 했습니다. 현재 숲이 있는 곳을 ‘선두숲’이라고 불립니다. 또는 서천리 서하마을에 있다하여 서림(西林)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과거 이곳은 남원에서 운봉으로 들어오는 길목으로 현두교(縣頭橋)라 불린 자리입니다. ‘선두숲’이란 명칭은 운봉현으로 들어오는 길머리 ‘현두’에서 기인한 듯합니다. 과거 이곳에는 소나무 숲이 조성되었는데 지금은 느티나무 숲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제법 커다란 느티나무 숲으로 성장한 ‘선두숲’은 이렇게 마을숲으로 연륜을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상훈 전주고등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