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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바람처럼 구름처럼

강물처럼 별빛처럼 흘러가라 합니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살다가라 합니다.

 

‘손도 저 물과 달을 아는가 ? 가는 것은 이와 같으되 일찍이 가지 않았으며, 차고 비는 것이 저와 같으되 마침내 줄고 늚이 없으니, 변하는 데서 보면 천지도 한 순간일 수 밖에 없으며, 변하지 않는 데서 보면 사물과 내가 다 다함이 없으니 또 무엇을 부러워하리요? 천지 사이에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어, 나의 소유가 아니면 한 터럭이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에 뜨이면 빛을 이루어서,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써도 다함이 없으니, 조물주의 다함이 없는 갈무리로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

 

제가 좋아하는 소동파의 ‘전 적벽부’의 내용 일부입니다.

 

사노라면 바람이 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한없이 가벼워져 떠나는 구름이 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투명한 잠자리가 되어 두고 온 무언가를, 잊었던 누군가를 기어이 생각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흘러가는 흰 구름 그냥 바라보지만 말고, 스스로 한 번 그 구름이 되어 흘러가 보아요.

흘러가는 이 강물 그냥 바라보지만 말고, 스스로 한 번 그 강물이 되어 흘러가 보아요.

 

땅이 되고, 그 땅을 비추는 태양이 되고, 그 땅을 어루만지는 달이 되고, 바람이 되고 , 구름이 되고, 물이 되고, 불이 되어 보렴. 다시금 욕심 버리고 마음 비우면, 이 세상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됩니다.

 

고샅길에 나와 걸어가는 유랑자는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고, 강물이 되어 저 만치 흘러갑니다. 공력이 깊어지면 스스로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가 불어대는 나팔 소리에 바람이 흔들리고, 하늘이 흔들리고 있잖아. 내게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 지금도 하늘에서 새가 되어 날고, 별이 되고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어 날다가 비가 되어, 들로 내리고 산으로, 강으로 갑니다.

 

바람과 구름 등은 한 곳에 뭉쳐 머무르는 법이 결단코 없는 존재, 맞나요. 하지만 바람은 바라는 것, 곧 희망이 되니, 그래서 나의 바람은 멈춰 설 수 없습니다. 갈래길 저만치 너머, 언덕길 저만치 너머, 순례길 저만치 너머, 올레길 저만치 넘어, 둘레길 저만치 넘어 달려가 안기고 픈 그런 날이 있습니다.

 

강물처럼 별빛처럼 흘러가라 합니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살다가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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