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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시복시성(諡福諡聖)

종교마다 죽음을 이르는 용어가 제각이다. 개신교(기독교)에서는 ‘소천(召天)’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하느님의 부름을 받는다’는 뜻이지만 국어사전에는 없다.

 불교에서 죽음을 이르는 용어는 ‘열반(涅槃)’, ‘적멸(寂滅)’, ‘입적(入寂)’, ‘귀적(歸寂)’, ‘입멸(入滅)’ 등 다양하다. ‘열반’과 ‘적멸’은 원래 모든 미혹의 속박에서 벗어난 깨달음의 경지를 이르며, ‘입적’과 ‘귀적’, ‘입멸’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평온한 상태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천도교에서는 ‘환원(還元)’이라고 한다.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는 의미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은 궁극에는 우주로부터 와서 살아가다가 다시 우주라는 커다란 생명으로 돌아간다는 사후관이 담겨 있다.

 가톨릭에서 쓰는 ‘선종(善終)’이란 임종할 때, 성사(聖事)를 받아 대죄가 없는 상태로 죽는 것을 이른다. 이는 ‘착하게 살다 복되게 끝마친다’는 ‘선생복종(善生福終)’의 준말이다.  옛날에 죽은 왕에게 시호(諡號)를 올렸듯이 천주교에서는 죽은 사람을 복자(福者 the Blessed)와 성인(聖人 the Saint)으로 올리는 제도가 있다.

 한국 가톨릭계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복 결정으로 1984년 김대건 신부를 포함한 103위 시성식 이후 꼭 30년 만에 큰 경사를 맞게 됐다. 첫 대규모 박해로 기록된 신유박해(1801년) 순교자가 53명으로 가장 많고, 기해박해(1839년)를 전후한 순교자 37명, 병인박해 순교자 20명, 신유박해 이전 순교자가 14명이다.

 윤지충은 1790년 중국 베이징 교구장이었던 알레산드르 드 고베아 주교가 조선교회 제사 금지령을 내리자 신주를 불사르고 모친상을 천주교식으로 치른 후 전주 남문 밖에서 참수형을 당했다.

  이번의 124위 가운데 5분의 1인 24위가 전북에서 목숨을 바쳐 활동한 인물이며, 이미 103위 중 7명이 성인 반열에 오르는 등 천주교 전주교구가 세계 가톨릭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늘 따라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이 시간을 물어보자 손목에 찬 시계를 스스럼없이 풀어 건네주었다는 천주교 전주교구청 소속 김병엽신부가 선종했다는 오래 전의 얘기가 지워지지 않는 프리즘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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