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렇게 심각한가요. 뭘 그리 고민하나요. 당신이 답답한 사람이라면 다시 내 말 좀 잘 들어보세요. 서로가 풀어 놓은 덫에 걸려 상처가 늘어가는 세상이라지만 한 잔 술에 기대어 한숨 한 번 크게 내쉬고 아픔은 날려 버리세요. 보란 듯이 멈춰 모두 집어 치우고, 이젠 당신을 위해 살아 보세요.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 만은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한들 쓸데 있나.(하략)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중략)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아서 한 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자'
당신,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 '사철가'를 좋아하나요. ‘인생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이라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이처럼 짧은 인생을 살면서 부귀공명에 너무 집착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하게 만드는 영화 ‘서편제’ 가운데의 명장면이 오늘 따라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어찌보면 체념이 아닌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려 하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면서 그 속에서 삶을 여유롭게 즐기려는 멋과 흥이 담겨져 있지만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 없는 아쉬움으로 가득합니다.
이내 라일락 향기가 가슴을 칩니다. 파란 하늘 아래 신록이 눈분시게 앞에 펼쳐집니다. 낮술에 벌겋게 달아 오른 흥이 갑자기 발아돼 마음 속 벼루에 가득 넘칩니다. 가상의 큰 붓에 먹물 듬뿍 묻혀 글자 하나 써 봅니다.
‘풍류 해묵서이부진(風流海墨書而不盡), 풍류는 바닷물을 먹물로 다 써 버려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전 일년 내내 변함없이 향기로운 삶을 살고 싶은지도 몰라요. 하얀 달빛이 쏟아져 내리는 태조로 전주한옥마을의 여름밤, ‘사철가’ 한 대목에 세상 시름 잠시잠깐 내려놓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