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머리 모양의 이 쇳덩어리는 누가 왜, 무엇에, 어디에 쓰기 위해 만든 물건인가.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계사년(癸巳年) 뱀띠해를 맞아 2월 11일까지 3층 기획전시실서 특별기획전 ‘생명력의 화신, 뱀’ 전시 유물 가운데 ‘사두형(巳頭形) 쇠화살촉’에 궁금증이 더해만 간다.
군산대학교박물관이 국립전주박물관에 위탁 보관하고 있는 이 ‘사두형 쇠화살촉’은 지난 1995년에 ‘장수군 삼고리 고분군(5세기말-6세기 초)’ 발굴 조사에서 출토된 유물로, 길이는 10cm 안팎에 불과하며, 모두 5점이 전시중이다.
이 화살쪽은 보통 사냥과 전쟁에 쓰였던 도구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부장품이라면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영생불사를 기원하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겨울잠을 자는 뱀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성장할 때 허물을 벗는다. 이것은 곧 죽음으로부터 매번 재생하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불사(不死), 재생(再生), 영생(永生)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고흥 야막고분에서도 부장품으로 화살촉이 나왔으며, 강릉 초당동(草堂洞) 유적(사적 제490호에서도, 경남 창녕군 창녕읍 교동에 위치한 ‘창녕 교동 제7호분에도 이들이 수습됐다. 부장품은 매장된 주인공과 관련된 물품을 넣어주므로, 이를 통해 무덤의 주인공의 신분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화살촉은 그리스신화에도 나온다. 물 속에 사는 뱀은 9개의 커다란 머리를 가졌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불사(不死)의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 뱀이 레르네지방에 살면서 근방을 휩쓸고 다니는 것을 영웅 헤라클레스가 그의 ‘12가지 시련(試練)’의 하나로 그를 퇴치하는데 성공했다.
헤라클레스가 몽둥이로 괴물의 머리를 한 개 떨어뜨릴 때마다 두 개의 머리가 새로 생겨났으나, 끝내 목이 붙어 있는 부분을 몽땅 태워 없애고 불사의 머리는 큰 바위 아래 파묻어 마침내 퇴치할 수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히드라의 몸에서 얻은 독(毒)을 화살촉에 발라 독시(毒矢)로 이용했는데, 그 독시에 닿은 부위의 상처는 불치(不治)했다고 하는 만큼 동서양이 구분이 없이 전쟁과 관련이 있는 유물이기도 하다.
장수군 삼고리 고분군은 금강의 상류에 해당하는 장수천(長水川)과 장계천(長溪川)이 합쳐진 곳에서 남서쪽으로 3km 남짓 떨어진 지점인 삼장마을 북쪽 능선에 있다.
출토 유물은 토기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철기류, 장신구류 등이 있다. 토기류는 고령 지산동, 합천 반계제.옥전, 함양 상백리.백천리를 비롯, 전북의 수계지역(水系地域)에 위치한 남원 두락리.건지리 출토품과 유사한 속성을 띠는 고령양식(高嶺樣式)이라는 점에 눈길을 끌고 있다.
연대는 고령양식의 토기를 근거로 볼 때, 5세기 말엽 또는 6세기 초가 중심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종래에 이 유적의 성격은 백제문화권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이 조사를 계기로 백제에 정치적으로 복속되기 전까지는 가야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한 것임이 확인됐다.
전라북도의 동부 산간지역에 위치한 이 지역은 노령산맥과 소백산맥의 준령들로 가로막혀 있어 인접 지역, 특히 고총고분이 산재된 남원의 동부지역과는 다른 지역권을 형성하고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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