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발굴조사기관에 있을 때부터 유적의 정비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왔다.
그 이유는, 발굴유적의 성과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 또는 지역 주민들에게 교육적이며 알기 쉽게 전해지기 위해서, 또한 지역의 여유로움을 주는 공간으로서 다가가기 위해서는 정비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으며, 시기적으로 지자체가 지역 활성화 또는 관광자원 개발의 중심에 유적의 정비를 강조하는 등, 제대로 된 정비를 위해서는 “사적 정비 연구 1)”가 앞으로 꼭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고학·건축 등의 지식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되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에 연구를 위해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해 왔다.
또한 문화재청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추어, 2008년도에는 「성곽 정비 및 보존관리 활용방안」, 2009년도에는“역사적 건축물과 유적의 수리복원 및 관리에 관한 일반원칙”, 같은 해에 “사적 종합정비계획의 수립 및 시행에 관한 지침” 등, 유적을 정비함에 있어 사적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지침들을 정비해 나아가고 있다.
사적 정비란, 간단하게 말하면 유적을 잘 정리하여 그 사적의 가치나 형상 등을 알기 쉽게 나타내거나, 옛 기능을 회복시키고 유지하도록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적의 정비는 그 시대의 이념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시대의 이념을 나타내어 정비의 방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적의 정비에 담겨진 이념을 살펴 정리해보면, 다음의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적의 본질적인 가치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사적의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경관의 보존과 재생을 도모하고, 세 번째는 이러한 정비를 통해 전통 기술이 유지되고 계승되어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정비는, 1970년대의 정화사업과 80~90년대의 발굴조사의 증가에 따른 많은 정비 사업이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념을 구현시키기 위한 체계와 기법이 정립되어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1980년대 이후, 사적에 있어서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유적 정비에 관해 축적된 자료나 연구 성과의 축적이 전무한 상태에서, 유적이 가진 성격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사적지를 성토하고 잔디를 식재하는 것으로 갈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배경에는 몇 가지의 체계상 문제와 정비 순서상의 문제가 성정되는데,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정비 흐름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의 표와 같다.
![](http://cms.korea.kr/goNewsRes/attaches/editor/20100607/2.jpg)
사적의 정비에는 위에 나타낸 표와 같이 여러 과정이 필요하며, 문제점 중 첫 번째로, 설계자와 시공자가 사적의 가치(또는 발굴 유구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설계단계와 시공단계에 이른다는 문제점이 있다. 결국, 사적 정비에 있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어떤 것을 보여줄지를 알 수 없는 정비가 되어버린다.
두 번째로는 당해 문화재를 수리하는 경우, 수리보고서가 법제화되어 있다. 그러나 사적 정비의 경우, 사적 정비보고서가 법제화 되어 있지 않아, 유적의 어디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기술을 이용하여 정비가 되었는지 알 수 없고, 유적이 가진 진정성이 유지되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적정비보고서의 부재는 보존과 활용이라는 갈등 속에서, 보존 기술의 확립과 축적에 의한 활용의 자유를 제한하는 요소가 되어 있다.
세 번째로는 정비매뉴얼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정비매뉴얼은 말 그대로 정비를 하는데 있어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어느 사적 정비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알 수 있는 지침서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오랫동안 정비가 이루어져 왔음에도, 아직 정비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정비 수순에 따른 설계업자·시공업자·지자체 문화재담당공무원들이 이해하기 쉬운 매뉴얼이 필요하다. 다행히 보존정책과에서는 필자도 참가하여 올해부터 사적정비매뉴얼 T/F를 구성하고 매뉴얼 작성을 시작했다. 많은 분들의 응원과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네 번째는 교육의 부재이다. 많은 설계업자·시공업자·지자체 문화재담당공무원들이 새롭게 문화재 업무 접하게 되고, 새로운 업무를 익히기 위해 많은 고민들을 한다.
중앙기관은 최소한 이러한 교육이 가능하도록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과 같이, 사적의 정비에 따른 흐름과 문제점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이러한 사적의 정비는 앞에서 지적한대로 체계를 갖추어 유형에 맞는 정비가 이루어지고, 사적이 가진 가치를 알기 쉽게 나타내어, 국민들이 교육의 장으로, 정비된 공간은 지역주민에게 여유를 제공하는 장소로, 또한 사적의 연계를 통하여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는 문화사적으로 자리 잡아 간다면, 지역과 국민들의 자랑거리로 거듭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다음 편에서는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사적 정비에 있어서 사용되는 “사적 정비 기법”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해설 해보고자 한다. 또한 사적 정비 기법의 장단점을 살펴보는 것으로 단편적이긴 하지만 정비에 관한 일말의 관심을 유도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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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러한 유적은 대부분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정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발굴유적뿐만 아니라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것 등으로 이것들은 통상 사적으로 지정된다. 이 때문에 본고에서는 이를 총괄하여 “사적 정비”로 부르기로 한다.
▲ 문화재청 보존정책과 김철주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