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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쉽죠

쥘 부채(합죽선)란

 

쥘 부채(合竹扇)

Folding fan


예전에는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하여 단오에는 부채, 동지에는 책력(달력)을 선물했던 풍속이 있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5월 단오에 공조(工曹)에서 단오선(端午扇, 단오부채)을 만들어 임금에게 바치는데 임금은 그것을 각 궁에 속한 하인과 재상, 시종신(侍從臣) 등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따라서 부채는 임금과 신하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 사이에서도 여름을 앞둔 단오 무렵에 더위를 물리칠 선물로 유행하였던 것이다.

  부채 형태는 크게 둥근부채[단선(團扇);rigid fan, screen fan]와 쥘 부채[접선(摺扇);folding fan]로 나뉜다. 둥근부채란 부챗살에 비단이나 깁[紗(사)] 같은 천 또는 종이를 붙여 만든 둥근 형태의 부채로 원선(圓扇)이라고도 한다. 쥘 부채는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부챗살에 종이를 붙여 만든 것을 말하며, 접부채․합죽선(合竹扇)․접첩선(摺疊扇)이라고도 한다.

  쥘 부채는 우리나라에서 발달되어 중국에 전해진 것이다. 즉 1123년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지은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고려인들은 한겨울에도 부채를 들고 다니는데 접었다 폈다 하는 신기한 것이다.”고 하였다. 육당 최남선(崔南善)도 『고사통(故事通)』에서 “중국 부채는 원래 단선 뿐이더니 북송 때 고려로부터 접선이 들어가게 되었는데, 중국에서도 그것을 모방하여 나름대로 접부채가 일반화되었다”라고 하였다.

 

 

  쥘 부채에는 선추(扇錘)라 불리는 부채의 고리에 장식품을 매다는데 선초(扇貂)라고도 한다. 나무에 조각한 것, 말총으로 엮은 것, 비취․호박․옥․금․은 등으로 만든 것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다. 또 선추 안에 향(香)을 넣어 좋은 냄새를 풍기게 하기도 하고, 귀이개와 이쑤시개를 넣은 초혜집이나 구급용 침을 넣은 침통 혹은 나침반 역할을 하는 패철을 달기도 하였다. 또한 부채는 가까이서 직접 사용하는 것이기에 선면(扇面)이라 불리는 부채 거죽인 천이나 종이에 감상할 수 있는 글 또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전시된 유물은 동춘당 송준길가의 후손에게 전해온 것이다. 선면에 시를 쓴 부채는 변죽에 마디가 하나도 없어 무절선(無節扇)이라 하는데 인두로 그림을 그려 멋을 내었으며 고리에 선추를 달았다. 사각기둥 형태의 선추에는 마주한 면에 용을 투조하고, 다른 두면에 각각 대나무와 매화를 부조하였으며, 속에 구멍을 내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줄향을 연결하였다. 선면이 오래가도록 기름을 먹인 다른 하나는 옻칠을 한 속살에 무늬가 얼룩덜룩한 불규칙한 반점이 있는 변죽을 사용하였는데 이를 흑칠반죽선(黑漆斑竹扇)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