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은 덕수궁 안에 있던 궁중유물전시관의 소장품과 창덕궁·경복궁·종묘 등에 보관되어 있던 조선 왕실의 문화재 4만여 점을 한 곳에 모아 2005년 8월 첫 개관을 맞이하였다. 하지만 당시 개관은 전시 공간 3개 층 중 1개 층(2층)만 개관한 부분 개관이었다. 이에 올 2007년, 2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11월 28일 3개 층 전면 개관의 성과를 이룩하였다.
![](http://manage.korea.kr/goNewsRes/attaches/neteditor/15[20071203164250].jpg) 이번 전관 개관으로 국립고궁박물관의 전시실은 기존의 1개 층 5개실에서 3개 층 13개실로 늘어나게 되었다. 덕수궁 궁중유물전시관과 비교해 볼 때 전시 공간은 약 5배, 수장 공간은 약 30배가 늘어나 국내 유일의 왕궁 박물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전시 유물은 기존의 500여 점에서 약 900점으로 늘어나 국민들에게 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비장의 왕실문화유산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수유실·응급대기실 등을 새로이 갖춰 보다 안락하고 편리한 관람 환경을 마련하였다.
5개의 주제로 만나게 되는 궁궐의 생생한 역사 현장, 지상 2층 전시실
![](http://manage.korea.kr/goNewsRes/attaches/neteditor/16_01[20071203164250].jpg) 현재 전시실 3개 층은 지상 1·2층과 지하 1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지상 2층 전시실은 ‘제왕기록’, ‘국가의례’, ‘궁궐건축’, ‘과학문화’, ‘왕실생활’의 5개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전관 개관 전시에 맞추어 새롭게 열린 1층 전시실과 지하 1층 전시실은 각각 ‘탄생교육’, ‘왕실문예’, ‘대한제국’, ‘어차’의 4개 주제, ‘궁중회화’, ‘궁중음악’, ‘어가의장’, ‘자격루’의 4개 주제로 나뉘어 있다.
2층 전시실부터 따라가 보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제왕기록실’은 어보, 어책, 의궤 등 삶 자체가 왕조의 역사와 직결된 제왕의 통치 기록, 왕실의 공식 행사 기록 등 사실적인 역사의 기록들을 엿볼 수 있다. 다음으로 ‘국가의례실’은 성리학을 국가 이념으로 한 조선의 통치 기본 질서였던 길례·가례·빈례·군례·흉례의 다섯 가지 예를 재현하였으며, ‘궁궐건축실’은 궁궐현판, 상량문, 의궤 등을 전시하여 최고의 통치 기구인 동시에 왕실의 생활공간이었던 조선 왕궁의 구성과 그 속에 담긴 의식을 보여준다. 우리 선조들의 선진적인 과학기술이 빚어낸 ‘과학문화실’은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국보 제228호), 해시계인 신법지평일구(보물 제839호)·앙부일구(보물 제845-2호)와 동의보감, 은입사귀면문철추(보물 제1444호) 등 찬란했던 조선 왕조 과학 문화의 진면목을 여실히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왕실생활실’은 왕과 왕비의 옷과 장신구, 가구 등을 전시함으로써 왕실 생활의 실제를 관람객들에게 뚜렷이 재현해주고 있다.
임금의 진면목과 왕실의 변천사를 담고 있는 지상 1층 전시실
1층의 ‘탄생교육실’은 왕실 자손의 태반을 담아 갈무리한 태항아리, 왕세자입학도, 보양청·시강원 등 교육 기관의 현판과 문방구 등을 전시하여 왕조의 근간인 왕손의 탄생과 교육의 과정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왕실문예실’은 어필현판과 각석, 편지 등 임금이 짓고 쓴 글들과 인장을 전시하여 통치자인 동시에 학자이고 문인이며, 예술적 감성까지 갖추었던 조선시대 국왕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하였다. ‘대한제국실’은 격동하는 19세기 말 제국주의의 침략 아래, 왕조를 지키고 주체적인 근대화를 이루려 했던 조선 왕실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된 명성황후 추존 시 올린 금보와 금책, 궁내부 관제, 근대식 교과서인 국민소학독본 등은 황제국으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국민들을 교육시켜 부강한 국가를 이루고자 했던 노력을 드러낸다. 특히, 전시실 한편에 재현된 대한제국기 시절 궁궐 내부의 모습은 서양식 가구의 도입으로 궁궐 생활이 동·서양의 모습을 아우르며 점차 입식 생활로 변모되어갔음을 확인시켜 준다. 1층 중앙홀에는 어차 2대가 전시되어 있다. 순종 어차와 순종의 황후였던 순정효황후純貞孝皇后 어차이다. 순종 황제가 탔던 어차(등록문화재 제318호)는 미국의 GM사가 제작한 캐딜락 리무진으로서, 연식은 1918년으로 추정되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20대만이 남아 있다. 순정효황후가 탔던 어차(등록문화재 제319호)는 영국 다임러DAIMLER사가 제작한 리무진이다. 연식은 1914년으로 추정되며 전 세계적으로 단 3대만이 남아 있고, 국내에 현존하는 최고의 자동차이다. 어차의 차체에는 황실문장인 황금 오얏꽃 장식이 붙어 있고, 내부는 오얏꽃이 수놓아진 황금색 비단으로 꾸며져 있다. 차체는 철재가 아닌 목재로 되어 있으며, 외부는 칠漆로 칠해져 있다. 그 전체적인 형태는 마차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 초기 자동차 모델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어차들은 자동차의 발달사와 교류사는 물론, 황실의 생활상 등을 연구하는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지금의 우리가 관람할 수 있는 어차의 모습은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손상되었던 부분들을 2001년 현대자동차의 도움으로 수리 및 복원한 것이다.
화려하고도 찬란한 궁중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지하 1층 전시실
지하 1층의 ‘궁중회화실’에서는 영조임금 초상(보물 제932호) 등의 어진과 정조의 수원 화성 행차를 그린 ‘화성행행도華城行幸圖’, 왕권을 상징하고 왕실의 번영을 기원했던 그림 병풍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등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조선의 궁중음악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궁중음악실’에서는 편경編磬, 특종特鐘, 나각螺角 등 궁중의 각종 의례에 사용된 다양한 악기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조선의 궁중음악은 유교의 예악 사상에 기초하여 정비되고 변화되었으며, 이러한 유교 국가에서 음악은 백성을 다스리고 교화시키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어가의장실’에는 조선시대 왕과 왕비, 왕세자가 탔던 가마인 연輦, 대한제국기에 새롭게 등장한 가마인 봉교鳳轎, 임금이 거동 시에 잠시 머물렀던 조립식 가옥인 주정소駐停所 등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왕권을 상징하는 각종 깃발과 쌍룡 부채·봉황 부채·금월부 등 여러 의장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들은 모두 과거 조선 왕실의 어가 행렬 속에 등장하여 수많은 군병, 문무백관과 함께 조선 왕조의 위업을 대내외적으로 떨쳤다. 마지막으로 ‘자격루실’에서는 복원된 자격루自擊漏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왕의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가 백성들에게 정확한 시간을 알려 주는 것이었다. 시계는 권위와 질서의 상징이자, 통치의 수단이었다. ‘스스로 치는 시계’라는 뜻을 지닌 물시계, ‘자격루’는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는 세종 임금의 명으로 장영실이 완성하였으며, 1434년(세종 16) 경회루 남쪽 보루각報漏閣에 설치되어 국가의 표준 시계로 여겨졌다. 그러나 세종 때의 자격루는 그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1536년(중종 31)에 비로소 다시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현재는 그 일부인 물항아리(파수호播水壺, 수수호受水壺)만이 남아 있다.
한편 2007년 11월 28일(수)부터 2008년 1월 13일(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조선 왕실의 초상을 주제로 한 『화폭에 담긴 영혼-조선 초상』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관 개관을 기념하여, 지난 2006년에 문화재청에서 실시한 국가 문화재-보물 초상화를 한 자리에 모으고자 하는 깊은 뜻에서 기획되었다. 문화재청은 보다 합리적인 국가 문화재의 지정과 통합적인 관리 기반 마련을 위해, 같은 장르의 문화재를 일괄 공모하여 일제 조사한 후 한꺼번에 지정하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해 왔다. 이번 전시는 2006년에 일괄 지정된 총 33건 가운데, 임금의 초상을 비롯한 총 23건 62점(초상화 31점)의 초상화와 관련 유물들을 한자리에 선보이게 된다. 특히 유물의 보호를 위해 1, 2부로 나누어, 임금의 초상·공신功臣의 초상·일반 사대부의 초상·고승의 초상들을 일괄유물 및 관련유물과 함께 전시함으로써 조선시대의 초상 및 그 제작과 관련해 발전해왔던 문화를 종합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게 하였다. 이와 함께 전시가 열리는 동안에는 ‘형形과 영影, 조선인의 초상’(성균관대학교, 조선미 교수)을 주제로 특별 강연회를 개최하여, 초상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보다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조선의 법궁法宮인 경복궁 시대를 맞이하게 된 국립고궁박물관은 덕수궁 시대보다 5배 넓은 전시 공간, 30배 넓은 수장 공간, 4만여 점에 달하는 왕실 문화재를 바탕으로 조선 왕실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고 보존하며, 21세기 문화강국의 저변 확대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것이다.
▶글/사진 제공 : 국립고궁박물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