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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새통

조약으로 본 한국 근대사

 


1876년 조일수호조규에서 1910년 병합조약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대사의 분수령이 된 조약 체결 과정을 총정리하다!

 

 조약으로 본 한국 근대사(저자 최덕수, 출판사 열린책들, 값 4만8000원)는 1876년에서 1910년까지 조선의 세계화 과정을 당시 맺은 조약을 통해 살펴본 최초의 연구 결과물이다.

 

 고려대 한국사학과 최덕수 교수와 동 대학원 한국사학과 개항기 전공 석박사 과정생들이 2년여에 걸쳐 공동 작업한 결과물인 이 책은 1876년 조일수호조규, 이른바 강화도 조약에서 1910년 강제 체결된 병합조약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대사의 굴곡을 좌우한 주요 조약 원문 전문을 싣고 이를 꼼꼼히 분석한다.

 

 2010년은 조선이 일제에 강제 병합된 지 100년이 되는 해로, 강제 병합까지의 각종 조약 체결 과정을 빠짐없이 분석한 이 책의 학술적 의의는 특히 남다르다.

 

 오늘날 한반도가 처한 국제 정세는 19세기 후반 우리 선조가 겪었던 국제 환경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21세기에 들어서 세계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한미 FTA나 한-EU FTA 등이 국내와 국제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우리 사회에 이들 국제 통상 조약을 둘러싼 갈등이 사회 문제로 전면 부상하는 등, '조약'의 위력을 일상생활에서 절감하고 있다.

 

 이 책에서 조선이 열강과 맺어 온 다양한 조약의 역사와 의의, 그 모순 등을 살펴보고 그 조약들이 역사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약은 국가 간의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을 좌우하는 커다란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약을 통해 살펴본 조선의 세계화 과정!


이 책은 1876년 조일수호조규로 시작해 1910년 병합조약으로 끝을 맺는다. 조선이 열강과 맺은 조약의 순서를 따라 책의 차례가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제목은 조약의 핵심 내용을 상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제목들을 살펴보면 그것이 곧 한국 근대사의 핵심 이슈와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의 역사는 조선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문호를 개방해 갔는지의 과정에 따라 그 흐름이 좌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한국 근대사의 굴곡점을 조약 체결을 전후한 시기로 상정하고, 1876~1910년의 주요 조약을 모두 훑은 것이다.

 

 특히 그동안 학계에서는 개항을 둘러싼 문제를 '개혁'과 '저항'의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바라볼 뿐 개항기를 통시적, 객관적 시각으로 분석하는 데는 미흡했다. 그 결과 조선이 열강과 체결한 '수호통상조약'과 그 부속 문서에 대한 원문 및 정확한 번역문, 그리고 통상조약의 실체라고 할 수 있는 개별 상품에 대한 관세율 등을 제대로 제시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책은 이와 같은 학계의 상황을 고려해 목차와 내용을 구성했으며, '조약'의 역사적 실체와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 일차적으로 당시 조선의 집권층이나 지식인들이 '조약'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나아가 세계는 조선의 대응 양상을 또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드러내려 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 문서고에 소장된 조약 원문을 비교하고 검토했을 뿐만 아니라『황성신문』,『독립신문』,『대한매일신보』 등 국내 신문과『타임스』,『뉴욕 타임스』 등의 당시 서구를 대표한 신문 등을 폭넓게 이용했다.


44년에 걸친 30여 개의 조약 원문 전문을 모두 게재


이 책의 특징은 조선이 처음으로 맺은 국제 조약인 조일수호조규를 시작으로 약 30여 개의 조약 원문 전문을 모두 게재하고 이를 충실히 번역해 놓았다는 점에 있다. 원문을 모두 싣다 보니 1008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 되었지만,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약문의 각 조항을 완벽하게 번역해 제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또한 해당국의 언어에 따라 각 조항을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책의 말미에 조약 전문을 한데 모으고 각 조항을 한문, 일문, 영문으로 병기해 서로 비교 대조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조약 조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당사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음을 우리는 지난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절감했다.

 

 한편 각 조약의 체결 배경과 과정을 제시해 조약을 둘러싼 국내외 정세를 먼저 파악할 수 있도록 했고, 그 다음 조약 내용을 분석해 그 의미를 꼼꼼히 살펴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아울러 조약 체결을 바라보는 집권층이나 지식인들의 시각,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당시 발간된 신문이나 잡지 등에 실린 관련 기사를 사료로 첨부했다.


주요 내용


이 책은 19세기 중엽 이후 조선의 세계화 과정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 검토했다.

1부에서는 조선이 처음으로 세계를 상대로 문호를 개방한「조일수호조규」(1876)를 비롯해서「조미수호통상조약」(1882),「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1882),「조영수호통상조약」(1883), 그리고 기타 프랑스를 비롯한 열강과 체결한 수호통상조약을 분석했다. 조선은 수호통상조약을 통해서 점차 전통적인 동아시아 국제 질서의 틀에서 탈피해 갔다.

 

 하지만 조선이 만난 새로운 세계는, 서구 열강이 동아시아에서 자국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구축한 자본주의 세계 체제였다. 서구 열강은 조약의 합리성을 강조했지만, 조선에게 '근대적' 형식의 수호통상조약은 불평등한 내용들이었다.


2부에서는 개항 이후 청일전쟁 시기까지 조선의 개혁 과정과 관련해 청일 양국이 자국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체결한 일련의 조약들을 검토했다. 임오군란(1882) 직후의「제물포조약」, 갑신정변(1884) 사후 처리를 둘러싼「한성조약」과「톈진조약」, 청일전쟁(1894) 동안 일본이 강요한「잠정합동조관」과「조일맹약」, 그리고 전쟁을 종결지은「시모노세키조약」과「한청통상조약」 등을 다루었다.

 

3부에서는 삼국 간섭 이후 러시아와 일본, 그리고 서구 열강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각기 자국의 세력권 확대를 꾀하면서 심화된 대립 양상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체결한 조약들을 검토했다. 구체적으로는 러일 간의「베베르-고무라 각서」 (1896),「로바노프-야마가타 의정서」(1896),「로젠-니시 의정서」(1898),「영일동맹」 등의 내용과 이들 조약이 한국의 운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았다. 러시아와 일본의 대립은 결국 러일전쟁의 발발로 이어졌다. 이 전쟁 기간 중 일본은 미국과 회담(?가쓰라-태프트 비망록」, 1905)을 갖고 영국과는 제2차 영일동맹을 체결했으며, 미국의 중재로 러시아와「포츠머스강화조약」을 체결해 한국의 보호국화를 인정받았다.


4부에서는 러일전쟁 이후 일본이 대한제국에 '강제'한 일련의 조약들을 검토했다.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은 공수동맹이라는 미명 아래 대한제국에「한일의정서」(1904)의 체결을 강요했다. 의정서는 일본의 대한제국 보호국화 작업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이후 일본은 정치적 압박과 군사력을 동원해「을사조약」(1905),「정미조약」(1907),「기유각서」(1909) 등을 차례로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외교와 내정을 비롯한 대한제국의 주권은 심각하게 침해받았다. 마침내 1910년「병합조약」으로 대한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한일의정서」를 통해 '대한제국의 독립과 영토 보전을 확실하게 보증한다'라고 약속한 지 6년 만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