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재의 진화

등대, 한국의 호롱불

 

 

항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한낮에는 볼 수 없었던 거대 도시의 색다른 매력은 밤이 되어 하나 둘 전구가 켜질 때마다 환한 속살을 드러내며 살아난다.

 수없이 많은 전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과 인간이 만든 건축물들의 조형미, 그리고 바다가 빚은 유려한 해안선 등이 어우러지며 낮과는 또 다른 고혹적인 세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내륙을 휘돌아 거침없이 달려온 불빛이 바다와 부딪치며 화려한 불꽃으로 솟구쳐 오르는 듯하다. 항구 불빛과 저 멀리로 등대 불빛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깜빡거리기 때문이다.

 어두운 밤바다, 홀로 뱃길 밝혀온 등대가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변신이 무죄임을 입증한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그림자요 푯대가 된다. 자신을 태워 어둠을 불사른다.

 문화재청은 2008년 7월 14일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의 심의를 거쳐 서해의 대표적인 등대 3건을 등록문화재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문화재로 등록된 등대는 100여 년 동안 어둠이 내려앉은 바다 위에 한줄기 빛으로 뱃길을 열어주어 왔던 ‘군산 어청도 등대’(등록문화재 제378호), ‘해남 구 목포구(木浦口) 등대’(등록문화재 제379호), ‘신안 가거도(소흑산도) 등대’(등록문화재 제380호)이다.

 

 

 ‘어청도 등대’는 1912년에 축조되어 현재까지도 초기 등대의 원형을 잘 유지한 채 사용되고 있다.

 특히 수은의 비중을 이용하여 등명기(燈明機)를 수은 위에 뜨게 하여 회전시킨 ‘중추식 등명기’의 흔적과 그 유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 상부 홍색의 등롱(燈籠)과 하얀 페인트를 칠한 등탑, 그리고 돌담과 조화된 자태는 신성함까지도 느껴지게 하며, 해질 녘 석양과 바다와 등대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08년에 축조된 전남 해남의 ‘구 목포구 등대’는 대한제국기의 대표적인 등대로서 목포와 서남해 다도해를 배경으로 살아온 뱃사람, 섬사람들에게 육지의 관문인 목포 입구(木浦口)의 이정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목포구 등대는 후에 지어지게 되는 우리나라 등대의 기본적인 전형이 되는 등대로서 전체적인 비례가 조화되어 아름다운 외형을 가지며, 당시의 원형 거푸집을 짜서 시공하는 콘크리트 축조 기술 수준을 잘 나타내 주는 등 전통과 근대의 변혁기 근대 건축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우리나라 최 서남단의 섬에 자리한 전남 신안의 ‘가거도(소흑산도) 등대’는 1907년에 축조되어 1935년 유인 등대로 증축됐다.

 

 대한제국 시기의 등대와 달리, 간략화된 전면 출입구의 돌출 현관과 원뿔꼴의 등롱 그리고 등탑 내부에는 직선형 계단이 있는 변화된 모습으로 축조되어 등대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대적 변화 양상 등 등대 건축의 한 변천사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초의 등대는 기원전 280년에 지중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항구 입구 근처에 있는 파로스라는 작은 섬에 세워진 파로스등대이지만 두 번의 지진으로 파괴됐으며, 우리나라는 1903년 인천에 팔미도 등대(최초의 근대식 등대, 인천 유형문화재 제40호)가 세워진 이래 현재 40여 개소의 유인 등대가 운영되고 있다.

 팔미도 등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로, 서남해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하여 지정학적으로 해상교통 흐름의 중심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1894년 공무아문이 설치되고, 1902년 5월 소월미도, 북장자서, 백암등표와 함께 건축에 착수하여 1903년 4월에 준공되었으며, 같은 해 6월 1일 국내 최초로 점등됐다. 

 부산 가덕도등대(부산 유형문화재 제50호)는 근대 서구 건축의 양식, 건축 재료, 의장 수법 등이 최초로 사용되었던 건물 중의 하나다.

 

                                                <가덕도 등대>

 당시에 건립된 여러 등대들이 대부분 원형이 크게 훼손된 데 비해 가덕도 등대는 상당 부분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건축사적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돋보인다.

 포항 호미곶등대(경남 기념물 제39호)는 우리나라 지도상 호랑이 꼬리부분에 해당하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 등대이다. 

 

  이곳을 ‘호미곶’ 혹은 ‘동외곶’이라고 하는데, 서쪽으로는 영일만, 동쪽으로는 동해와 만나고 있어 일명 ‘대보(大甫)등대’라고도 한다.

 높이 26.4m, 둘레는 밑부분이 24m, 윗부분이 17m로 전국 최대 규모이다. 겉모습은 8각형의 탑 형식으로 근대식 건축 양식을 사용하여 지었는데, 철근을 사용하지 않고 벽돌로만 쌓아올려, 오늘날의 건축 관계자들도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내부는 6층으로 되어 있으며, 각층의 천장마다 조선 왕실의 상징무늬인 배꽃모양의 문장(紋章)이 조각되어 있다. 1903년(고종 7년)에 건립된 등대로, 건축사적, 문화재적으로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울진 죽변등대(경북 기념물 제154호)는 1910년 11월 울진지역에서 최초로 건립된 등대이다.

 

                                          <구 소록도 갱생원 등대> 

 등탑의 구조는 평면 팔각형 콘크리트조 4층의 탑형 구조물(높이 15.6m)로 상부로 갈수록 체감되어 안정감과 수직 상승감을 느끼게 한다.

 이 등대는 1950년 6월 한국전쟁 중 폭격으로 인하여 등대 기능을 잃기도 했으나, 1951년 10월에 등탑을 보수, 복원했으며, 1970년 4월 안개시 보내는 소리신호기(무신호기)를 설치하여, 안개나 풍우 속에서도 선박의 항로를 인도할 수 있게 됐다.

 죽변등대는 동해안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뱃길을 인도하기위해 건립한 것으로, 이 지역의 랜드마크적 역할 뿐만 아니라 어민들의 애환과 역사를 담고 있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전체적으로 벽면의 여러 선들과 형태 요소들이 잘 조화되어 안정감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현재(2007년 2월 7일) 울진군 해안에는 16기의 등대(유인등대 2, 무인등대 14)가 설치되어 있다. 

 

                                                 <구 영산포 등대> 

 경남 통영시 한산읍 매죽리의 소매물도 등대섬은 2006년 8월 24일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제18호로 지정됐다.

 소매물도 등대섬은 깎아지른 해안절벽을 따라 암석들이 갈라지고 쪼개어진 수평.수직절리들로 기하학적 형상을 이루는 암석 경관과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해식애(절벽), 해식동굴 등이 곳곳에 발달하여 해안 지형 경관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특히 섬 전체의 아름다운 초지경관, 푸른 바다와 한데 어우러져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이 섬의 해안 절벽 위로는 하얀 등대가 서 있어 등대섬이라 불리우고 있으며, 수려한 자연경관과 하얀 등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팔미도 등대>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잇는 몽돌해안은 하루 두 번 썰물 때가 되면 길이 열리고 있다. ‘모세의 바닷길’을 연상케 하여 등대섬을 찾는 재미를 쏠쏠하게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첨단 산업기술의 발달과 첨단 항법 개발로 등대의 기능이 보강·확대되는 추세로 각종 장비의 설치를 위해 보다 큰 규모의 등대로 증,개축함에 따라 오래된 등대가 계속해서 없어져 가고 있는 등 아쉬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