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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당신이 모르는 전주비빔밥의 비밀

 

 


1.전주비빔밤은 조화와 화합, 상생, 음양오행의 산물


 전주비빔밥은 평양의 냉면, 개성의 탕반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음식의 하나로 손꼽혔다.

 전주비빔밥은 질 좋은 농산물의 사용, 장맛 그리고 음식에 드리는 깊은 정성이 어우러진 합작품이다. 전주의 콩나물은 전국 제일의 맛을 자랑하는데, 이로 인해 자연히 콩나물을 사용한 전주콩나물비빔밥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전주비빔밥은 밥을 지을 때 쇠머리를 고은 물로 밥을 지으며, 쇠고기는 육회로 쓰며 비빔밥에 들어가는 콩나물의 일부를 밥이 뜸이 들을 때 넣고 익혀 콩나물밥을 만들어 쓰고 있다.

 전주비빔밥은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홍색 등 오방색을 맞추어 담아내는 재료만으로도 그 품격이 사뭇 다르다. 조화와 화합으로 집약, 어우렁더우렁 사는 상생, 그리고 음양오행의 철학이 들어있는 음식이다.

 오방색이란 동서남북과 그 가운데를 색으로 표현한 것으로, 곧 우주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청색은 동쪽 봄 하늘을, 적색은 남쪽 여름을, 황색은 중앙 곧 모든 것을 표용하는 색깔이고, 백색은 서쪽하늘 홍색은 북쪽과 겨울을 뜻한다고 한다. 비빔밥 한 그릇에 우주를 담고, 비빔밥을 먹는 행위는 우주를 몸 안에 들이는 행위라니, 음식 하나에도 우주와 철학을 생각했던 지혜로움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옛부터 우리 음식은 ‘밥이 곧 약’(食醫同原)이라는 사상과 음양오행철학을 바탕으로 발달해왔다. 그중 오행사상은 생활 곳곳에 등장하는데 색의 근원인 오방색 즉 청색과 적색, 백색, 흑색, 황색을 통해 풍요와 희망의 염원을 담았다.

 바로 이런 오행사상이 가장 잘 나타난 음식이 바로 전주비빔밥이다. 전주비빔밥은 콩나물, 미나리, 시금치, 고사리, 무, 오이, 호박 등 제 계절에 나는 야채를 쓴다. 이때 나물 종류는 5, 7, 9가지로 준비하는데 사람의 몸이 음(陰)이고, 음식이 양(陽)인 음양오행사상에 따른 것이다.

 들어가는 음식 재료의 색을 살펴보면, 오방색이 빠지지 않는다. 놋쇠 대접에 고슬고슬 지은 흰밥 한덩이, 그 위에 올라앉은 선홍빛 육회, 아삭한 콩나물, 치자 물들인 황포묵, 얌전하게 부친 황백 지단 등 오방색(동-청색, 서-백색, 남-주황색, 북-검정색, 중앙-노란색)으로 우주의 이치를 담고, 밤, 은행, 대추, 호두, 잣에 이르는 오실과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입사치를 돋우었던 오곡수라처럼 어우렁더우렁 살라고 한다.

 화합과 상생의 길은 아득하니 멀고 험난한 여정이니 자신 먼저 양보하면서 겸손한 자세로 무장하라고 깨우쳐준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다가라 하네. 강물처럼 별빛처럼 흘러가라 하네.

또, 3년(이상) 묵은 간장, 고추장, 육회 , 참기름 등을 쓴다. 겨울에는 햇김, 이름 봄에는 청포묵, 초여름에는 쑥갓, 늦가을에는 고추잎, 깻잎 등을 곁들여 계절의 맛을 즐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전주비빔밥에 넣은 재료와 색을 통해 자연에 합일하려 했다. 음식 하나에도 삶의 질서와 균형을 담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비빈다는 것은 이것 저것 아무거나 마구 섞는게 아니라 부족한 것을 서로 상호보완하면서 제대로 꽉 채운다는 의미가 아닐까.

 전주비빔밥의 매력은 아무래도 조화로운 빛깔과 은근한 맛의 어우러짐이다. 제각각의 개성에 맞게 기름에 볶기도 하고 손으로 조물거려 맛을 내기도 하는데, 푸른 나물을 무칠 때는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과 만났던 애틋한 심정으로 애무하듯 살살 공 들여 손끝 맛을 들이면 환상적인 맛을 즐길 수 있다.

 조선시대 이규경이 극찬한 평양비빔밥, 제사음복설을 뒷받침하는 안동의 헛제사밥, 진주성 싸움에서 유래했다는 진주비빔밥 등도 있다.


2.비빔밥인가, 비빌밥인가

 

 


 ‘비빔밥’의 ‘비빔’은 동사 ‘비비다’의 명사형이다. 그래서 ‘비빔’과 ‘밥’이 만나서 ‘비빔밥’이라는 복합 명사가 되었다. 그런데 왜 ‘비빌밥’이나 ‘비빈밥’이 아니고 ‘비빔밥’일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비비기 전에 나오는 밥은 ‘비빌밥’이고. 이를 받아서 고추장이나 양념장을 넣고 비비고 나면 ‘비빈밥’이 된다. 실제로 우리가 먹게 되는 음식은 언제나 비빌밥이거나 비빈밥 중의 하나이지 그 중간인 경우는 없다. 이와 같은 경우로 볶음밥이 있다. 볶음밥은 볶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먹을거리로서 자격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볶은밥’이라고 부르지 않는지.

 한국 사람들은 6천년 더 전부터 밥을 먹어왔다. 그러면서 밥 따로 반찬 따로 먹을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한데 섞고 비벼서도 먹었다. 그와 더불어 비벼 먹는 밥을 가리키는 이름들도 일찍부터 있었을 터인데, 개화기 무렵에 이르러 전주비빔밥이나 진주비빔밥처럼 일정한 격식을 갖추고 상품화되자 유식쟁이들이 ‘비빔밥’이라는 신식 이름을 거기에다 새로 붙였지 싶다.

 “전주비빔밥과 놋그릇은 사실, 별 관계가 없다. 비빔밥이냐 비빌밥이냐가 중요하다. 여기에서 비빔밥과 비빌밥 가운데 어느 쪽 맛이냐고 묻는다면 먹는 사람의 취향이 다르기에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전주콩나물비빔밥을 파는 집이라면 손님에 따라 음식이 나올 때 콩나물과 온갖 나물을 넣어 비벼진 상태로 나와야지, 그렇지 않으면 비빌밥집이라고 해야 옳다.(전주대학교 송화섭교수)


3.비빔밥의 유래는

 

 

 

 비빔밥의 유래는 보통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농민음식설이다. 들판에서 일할 때 밥과 반찬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함께 비벼 여럿이 나눠 먹었던 음식에서 기원한다는 설이다. 검증할만한 자료는 없지만 충분히 추측 가능한 이야기다.

 둘째, 제사음복설이다. 옛부터 우리는 조상신을 잘 섬겨야 후세가 평안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제사를 지낸 후 제사음식을 고루 나눠 먹음으로 조상과 내가 하나의 일체감을 이룬다고 생각했다.

셋째, 궁중음식설이다. 조선시대 궁중음식 수라에는 흰수라, 팥수라, 오곡수라 그리고 비빔 네 가지가 있었다. 그중 비빔은 점심 때 가벼운 식사로 이용됐다. 이것이 민간에 전래돼 오늘날의 비빔밥이 됐다는 것이다.

 섣달 그믐날 남는 음식이 없게 집에 있던 밥에 남은 찬을 모두 넣고 비벼서 밤참으로 먹은데서 유래되기도 한다.

 한서고대학연구소 전영래박사는 금산사에서 신도들에게 공양을 하는 것을 보았다면서 사찰유래설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유래는 이구동성으로 각각 다르며, 뜨겁게 해 먹었는지, 차게 해 먹었는지, 외래유입설인지, 자생적으로 태생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정확한 답이 없다.

    

4.한국 1백대 문화 상징, 전주비빔밥


 문화(체육)관광부의 우리나라 100대 민족문화상징 가운데 식생활부문이 11개에 이른다. 김치, 떡, 전주비빔밥, 고추장, 된장과 청국장, 삼계탕, 옹기, 불고기, 소주와 막걸리, 냉면, 자장면 등이 바로 그것이다. 복합음식의 대표격으로 세계화가 가능한 음식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5.전주비빔밥, 젓가락으로 비벼야 맛있다?


 어릴 적부터 끼니때마다 젓가락질 내공을 자연스레 쌓아온 한국인은 젖가락 두 개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놨다.

 한 손으로 젓가락을 쥐고 배추김치를 찢어 먹는 것은 기본, 밥알을 세거나 겹겹이 쌓인 깻잎조림을 한 장식 떼어낼 수도 있다.

 해보면 알겠지만, 전주비빔밥을 먹을 때 젓가락을 이용하면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밥알이 으깨지지 않고 재료가 골고루 섞인다. 반면 숟가락으로 하면 각종 나물과 야채가 눌려서 손상이 가는 등 비빔밥 고유의 맛을 손상시킨다.


6.전주비빔밥과 진주비빔밥 샅바 싸움

 

 한국 비빔밥의 양대 산맥인 전주비빔밥과 진주비빔밥이 지존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대격돌을 벌이고 있다.

 포탕과 선짓국 곁들이는 진주비빔밥은 최근들어 프랜차이즈로 전주비빔밥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비빔밥의 세계화 및 패스트푸드화를 선도하며 국내 60여 개 체인 및 미국 내 4개 점포를 오픈한 한스비빔밥은 전주비빔밥 일색인 국내시장에 비빔밥의 양대 산맥인 진주비빔밥을 새롭게 론칭(launching, 진수식)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토속 향토음식의 브랜드화 및 세계화를 목표로 본격 프랜차이즈 사업을 개시, 진주비빔밥을 새롭게 출시, 선보이고 있다.

 진주비빔밥은 전주비빔밥과 같이 사골육수로 밥을 짓고 나물과 육회를 올려 고추장에 비비는 것은 같으나 전주비빔밥의 콩나물과 황포물이 빠지는 대신 푹 삶은 숙주나물과 바지락을 곱게 다져 끓인 포탕이 올라간다.

 비빔밥과 함께 나오는 국물은 콩나물국이 아니고 선짓국이라는 한스비빔밥측의 설명이 바로 그것이다.

 한스비빔밥은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진주비빕밥의 별칭인 ‘화반’이란 별도 상표를 출원했으며, 상표 등록을 완료, 시장 공략을 하고 나섰다.

 비빔밥이 한국의 대표적인 웰빙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종전 비빔밥과는 다른 전통 비빔밥이 등장하면서 비빔밥시장은 바야흐로 2파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자존심을 건 한 판 승부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7.일본에선 전자동 비빔밥 기계 인기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전주(全州)’를 상호로 내건 음식점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전북 전주는 맛의 고장으로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다. 그리고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 전주 비빔밥. 그 맛은 전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은 비빔밥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에게 미용, 다이어트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전자동 비빔밥 기계를 탄생시켰고 ‘젠슈(全州)’란 이름을 달고 있다. 전주비빔밥의 명성을 일본 비빔밥 기계가 대체하려는 것이다.


8.전주비빔밥, 세계속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때 노무현 대통령이 인민문화궁전으로 북측 인사들을 초청해 대접한 환영 답례 만찬 음식은 ‘팔도대장금 요리’였다.

 TV 드라마 ‘대장금’에 등장했던 음식을 포함해 남측 각 지방의 토속 식재료를 이용한 특색 있는 향토음식들이 식단에 올랐다. 코스요리 메뉴에는 △영덕 게살 죽순채 △봉평 메밀쌈 △충주산 흑임자죽 △완도 전복 △제주 흑돼지 △고창 풍천장어구이 △횡성·평창 너비아니(양념장에 재워 구운 쇠고기) △오대산 자연송이 △전주비빔밥 등이 포함됐다.

 비빔밥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식탁에도 오른 음식이다. 지난 1997년 대한항공이 기내식으로 개발한 뒤에는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지난 1998년 방한한 미국의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은 맛에 반해 국내 호텔에서 비빔밥만 먹고 갔다는 일화도 있다.

 전주비빔밥의 해외 전문 판매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일본 2곳, 그리고 중국 지린성 창춘시 등 모두 4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비빔밥의 국제화를 위해 2002년과 2003년 미국과 일본 가나자와 등에 판매점을 각각 개설한 데 이어 이번에 중국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비빔밥은 한국형 패스트푸드로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 1990년부터 퍼스트클라스에서 기내식으로 제공했고 1997년부터는 일반석에도 서비스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