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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과 왕(릉)

국립고궁박물관, 경우궁도 공개

 

국립고궁박물관은 ‘경우궁도(景祐宮圖)’ 등 상설 전시실의 새로운 전시 유물들을 선보이고 있다. 왕실문화재의 보존과 다양한 문화재 소개를 위해 매월 상설전 시실의 일부를 교체전시하고 있는 것.
 새로 전시된 유물(12점)로는 우선 2층 제왕기록실의 ‘국조보감(國朝寶鑑)’이 있다. ‘국조보감’은 조선시대 역대 왕의 통치행위 중 후대 왕들이 본받을 만한 훌륭한 업적을 모아 편찬한 역사서다. 실록을 볼 수 없었던 조선시대 왕들은 국조보감을 정치의 거울로 삼았다.
 국가의례실에는 대왕대비에게 존호를 올리는 의식을 기록한 문서(大王大妃加上尊號行禮儀), 존호를 올리는 의식을 기록한 그림(上尊號班次圖), 궁중행사에서 사용된 옷감의 색깔과 직물의 종류를 한글 궁체(宮體)로 적은 목록인 의차발기(衣差發記)가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과학문화실에는 한약재를 곱게 빻거나 갈 때 사용하던 도구인 약연이, 왕실생활실에는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작은 소반과 촛대, 서안(書案)이 전시되고 있다.
 또 지난 11일부터 궁중회화실에 5점의 유물이 새로 전시되고 있다. 정조 임금의 후궁이자 순조 임금의 생모인 수빈 박씨(綏嬪朴氏, 1770년-1822년)의 사당을 그린 ‘경우궁도(景祐宮圖,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 수빈 박씨의 사당 경우궁에 걸었던 경우궁 편액이 새롭게 전시되고 있다.
 수빈 박씨의 신위를 모시기 위해 경우궁을 짓고 1824년(순조 24)에 완공한 모든 과정을 소상히 기록한 ‘현사궁별묘영건도감의궤(顯思宮別廟營建都監儀軌,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그 이듬해 수빈 박씨의 신위를 옮겨 모시는 행사의 과정을 기록한 ‘현목수빈입묘도감의궤(顯穆綏嬪入廟都監儀軌,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도 전시된다. 경복궁 동쪽에 위치한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체 모습을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그린 ‘동궐도(東闕圖,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복제)’가 함께 전시중이다.
 전시유물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경우궁도(景祐宮圖)’는 정조 임금의 후궁이자 순조 임금의 생모인 수빈 박씨의 사당을 그린 그림이다. 특히 왕실의 위패를 모신 장소를 그린 그림으로는 유일한 예다. 화폭이 218.5×326.0cm에 이르는 대형의 건축 그림으로, 일반에게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문화재다.
 수빈 박씨가 1822년(순조 22)에 별세하자 창경궁 내 도총부에 혼궁(魂宮)인 현사궁(顯思宮)을 설치하고 휘경원(徽慶園)을 조성하여 모셨다. 그리고 이듬해 후궁의 위패는 종묘에 모시지 않는 전통에 따라 창덕궁 서쪽 양덕방(陽德坊)에 현사궁 별묘(別廟), 즉 경우궁(景祐宮)을 짓고 위패를 안치하게 된다.
 궁궐을 그리는 조선시대 전통에 따라 건물과 담장 등을 사선(斜線)에 따라 평행하게 배치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전체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그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정당(正堂) 주변만은 건물의 모습을 가장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정면으로 그렸다.
 경우궁은 1884년 갑신정변 때 고종 임금과 명성황후가 피신 했던 장소다. 경우궁은 1908년에 저경궁(儲慶宮:원종의 생모 인빈 김씨의 사당) 등 4궁과 함께 육상궁(毓祥宮,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의 사당)에 합쳐져 현재 본래의 경우궁은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경우궁도(景祐宮圖)’와 경우궁 편액, ‘현사궁별묘영건도감의궤(顯思宮別廟營建都監儀軌)’를 통해 당시의 규모가 399-400칸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