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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10년 전, 전주 병영문화의 흔적을 소환하다', 박찬웅 사진집 출간 및 개인전 '제35보병사단'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에코시티 건설을 위한 부대 이전으로 병영문화의 흔적만 남은 옛 35사단, 사라지는 것의 쓸쓸함과 공허가 빚어내는 소멸과 폐허의 아름다움을 흑백 사진으로 그날을 소환하고 있다.
사진가 박찬웅 대표가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전주‘사진공간 눈'에서 이를 주제로 한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35사단의 10년 전 흔적을 기록한 사진집을 출간(도서출판 윤진, 140쪽)했다. 이 사진집에는 병영 생활과 군사 문화의 흔적이 100여점의 흑백 사진으로 생생하게 기록되어있다.
이 사진작품들은 35사단의 임실 이전 후 철거를 앞둔 2014년 2월에 텅 빈 병영 문화의 공간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박대표는 이 사진의 대상이 군사 시설이었던 점을 감안하여 10년 동안 밀봉해 두었다가 드디어 세상에 꺼내 놓았다.
전시엔 이들의 극히 일부만을 소개한다.
작가는 정문에서 차츰 부대 안으로 이동하면서, 관찰자의 시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공간을 순차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정문과 연병장, 막사와 창고와 초소, 경비실과 내무반 등 병영시설의 중요한 시설들로 군사 문화플 가시화 하고 있다. 또한 관사와 아파트, 구내식당과 농구장, 전화 부스와 어린이 놀이터 등 병영 생활 전반을 보고하고 있다.
우리가 작가의 사진에서 쓸쓸함과 허전함을 느끼는 것은 단순히 제35보병사단이 물리적 소멸의 시간을 겪어서만은 아다. 지금도 올라가고 있는 크레인과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세병호, 그 병기(총기)가 M16 소총에서 자본으로 바뀌었을 뿐 계급사회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명지대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김혜원 교수(사진가)는“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박찬웅의 병영 사진을 지배하는 것은 시적, 서정적인 이미지들이다. 이러한 시적, 서정적 정조는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사물의 물질성 즉 형태, 빛, 질감, 등을 포착한 즉물적 이미지들에서 더욱 고조된다” 면서 “에코시티 건설을 위해 공동화된 35사단에서 그 역사와 구조와 생태를 기록한 사진적 보고서로 사진의 힘과 기록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박사진가는“10년 동안 메모리 안에 멈춰 놓았던 시간을 이제 봉인 해제하여 세상에 내보인다. 나의 사진들을 통해 보는 이들과 함께 기억을 환기시키는 공유 시간을 갖고자 함이다. 아울러 이미지를 보는 이들 각자가 재해석하고 재창조하여, 저마다의 고유의 암시적 주제를 갖게 되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 고 했다.
이어“그 대상은 찍히는 순간 과거가 되고, 그 과거는 기억으로 쌓에 역사가 된다. 나의 사진은 그 대상의 기록으로 그 대상이 그때 그곳에 있었지만 지금은 여기에 없음, ‘그것이–존재–했음’을 이야기할 뿐이다”고 했다.
그는 전주시 덕진동 호반촌에서 '전주사진책도서관'과 갤러리 '사진공간 눈'을 9년째 운영하고 있다.
작가는 30일 오후 3시에 조촐한 출간 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