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북스토리

김화순화가, 사라진 군산 하제마을과 팽나무를 화폭에 담다


주한미군이 탄약고를 확장하면서 사라진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가 안전거리를 설정해 사라졌다. 작가는 마을의 안위를 지키던 팽나무를 묘사, 전쟁의 상처와 평화를 한 폭에 담았다.

'우리는 앞으로 몇 번의 만월을 볼 수 있을까(2024)’는 군산 하제마을의 팽나무를 담은 그림이다. 하제마을은 군산에서 제일 큰 자연포구였다. 그러나 2000년 주한미군이 탄약고를 확장하면서 안전거리를 설정해 사라졌다. 작가는 마을의 안위를 지키던 팽나무를 묘사함으로써 전쟁의 상처와 평화를 한 폭에 담고자 했다.

김화순이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미술관에서 여섯번째 개인전 '우리는 앞으로 몇 번의 만월을 볼 수 있을까'를 가졌다.

이번 개인전은 생명, 평화, 여성, 환경을 주제로 삼고 있다. 때가 무르익었음을 뜻하는 ‘만월’은 시간과 장소, 사람에게 모두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처음 눈길을 주었을 때 보름달 휘영청 떠오른 밤 팽나무 고목 아래 풍경이 정겹게 먼저 들어왔다.‘우리는 앞으로 몇번의 만월을 볼 수 있을까’란 제목의 그림이다.

광주에서 활동해온 여성 리얼리즘 화가 김씨가 지난 1년간 죽을 힘 다해 그렸다는 길이 3m짜리 대작은 고목 밑 둘레 모여든 사람과 주변 들녘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무는 600살 나이를 넘겨 몸체에 사람 살갗처럼 주름골이 갈래갈래 져있고, 주위로 지붕처럼 풍성하게 잎새와 가지를 뻗쳐 올렸다. 나무 둥치 주위에서 사람들은 기타 치고 노래를 부르고 화톳불 피워놓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어둠 속에서 줄지어 랜턴을 들고 길찾기 놀이를 하는 듯한 사람들도 있다.

그림의 배경은 새만금 간척지 인근인 군산의 옛 하제마을. 미군기지 탄약고가 마을 뒤로 들어오면서 안전공간 확보를 이유로 팽나무 고목만 남긴 채 주민들이 쫓겨나고 마을이 사라진 현장이다. 지난 2019년 10월 31일 이곳에서 예술인들이 텐트를 치고 모여 이 비극을 되새기며 한반도 평화와 주민들의 안온한 삶을 기원하는 ‘팽팽 문화제’ 첫 무대를 열었던 기억을 복기해 그려냈다.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에 있는 ‘하제마을 팽나무’가 지난달 31일 천연기념물에 지정됐다. 국가유산청과 군산시에 따르면 자연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 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최종 가결했다. 이날 천연기념물 지정 기념식을 했다.

‘하제마을 팽나무’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경남 창원의 500년 된 팽나무보다 더 오랜 541년(±50)을 살아왔다. 20m 높이의 웅장한 팽나무는 군산시 보호수이다.

이 팽나무는 주민들이 모두 쫓겨나 아무도 살지 않는 군산 수라갯벌 인근 하제마을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하제마을은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협정)에 의해 미군기지 탄약고와 가깝다는 이유로 644가구, 2, 000 여 명의 주민이 강제로 이주당하고, 주민들이 살던 집은 모두 철거되면서 마을은 텅 빈 상태가 됐다. 하지만 매달 네 번째 토요일만은 평소와 달리 활기찬 분위기가 된다. 수십, 수백명의 지역 주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마을에 남아 있는 ‘팽나무’를 지키기 위해 모여들기 때문이다.

팽나무를 지키기 위해 군산지역과 전국의 시민들이 모여 결성한 ‘팽팽문화제 조직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국가유산청의 이번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은 군산시민들과 팽나무를 지키고 보존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행정에 반영된 결과”라며 “천연기념물 지정 과정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있어 온 만큼 앞으로도 하제마을 팽나무를 보호와 관리에도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군산시 관계자는ㅣ도 “이번 천연기념물 지정은 팽나무에 끊임없이 관심을 둔 시민과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이뤄진 결과”라며 “앞으로도 자연유산의 보존과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