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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꽃담

<이종근의 역사문화 이야기 98> 한국의 꽃담;보성 강골 마을 소리샘과 병산서원 달팽이 뒷간

                                                                      병산서원 달팽이 뒷간

                                                                보성 강골 마을 소리샘과 담장

 


담에 높은 예술성을 부여한 유구한 전통이 있었음을 혹시라도 아는지? 조상들은 담에 길상(吉祥)적인 의미를 담은 글자나 꽃, 동물 등의 무늬를 새긴 바, 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담들을 ‘꽃담’으로 부른다.

청송 송소고택(국가민속문화재 제250호) 구멍담은 안팎으로 9개의 구멍이 있다.

안채에는 3개의 구멍이, 사랑채에는 6개의 구멍이 있다.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여인들이 안채에서 구멍담을 통해 사랑채를 엿보는 것이다. 안채의 3개의 구멍이 사랑채의 6개의 구멍으로 2개씩 갈라져 오른쪽 왼쪽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곳엔 우주가 숨어있다. 이는 삼재(三材)사상으로, 우주의 3가지 근원인 하늘(天), 땅(地), 그리고 사람(人)을 의미한다. 안주인을 위해 꽃담에 온 우주를 담아놓은 섬세함이 문양에서 느껴진다.

경복궁 자경전 십장생 굴뚝(보물 제810호)은 자경전 뒷담의 한 면을 돌출시켜 만들었다. 자세히 바라보면 열 가지 이상의 상징물이 보인다. 연꽃, 포도 등이 보이지 않나. 자손번창과 길상의 의미다.

고창 선운사 옆 동백군락지 부근 김성수별장(또는 재실로 부름)은 투박한 모양의 꽃담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전주 전동성당 사제관(전북 문화재자료 제178호)엔 십(十)자 꽃담, 고창 김정회고가(전북 민속문화재 제29호)엔 맞담, 전주 한옥마을 최부잣집 와편 담장은 또 어떠한가.

고성 학동마을 옛 담장(등록문화재 제258호) 한 고택의 양쪽 담장에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다.

담장 밖에 사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내주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곡식을 갖다 놓았던 구휼구(救恤口)이다. 바깥 사람들이 집안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배고픔을 달래라는 의미다. 한국의 담장에서 창은 유효한 소통 수단이다.

전남 보성 득랑면 강골마을에 가면 소리샘을 만날 수 있다. 마실물이 귀하던 시절, 마을 사람들을 위해 개방하고 담장 밖으로 냈다.

대신 네모 구멍을 통해 마을 대소사를 엿듣고 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소리샘은 소통 창구 역할을 했다. 네모 난 담장 구멍을 통해 생일날의 떡이 전달되기도 했다.

안동 병산서원(사적 제260호) 옆에는 달팽이 뒷간이 있다. 진흙 돌담의 시작 부분이 끝 부분에 가리도록 둥글게 감아 세워 놓아 달팽이 뒷간이라고 불린다. 출입문이 없어도 안의 사람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배려한 구조이다.

서원 바깥 뜰에는 하늘이 보이는 달팽이형 뒷간이 있다.
달팽이 뒷간은 유생들을 돕는 일꾼들이 사용하던 화장실이다. 문도 없고 지붕도 없이 돌담으로 둥글게 감아서 만들었는데 그 모양이 달팽이와 흡사하다.

담장의 한쪽 끝이 다른 쪽 끝에 가리기 때문에, 문이 없어도 바깥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독특한 구조이다.
문도 없고 지붕도 없이 돌담으로 둥글게 감아서 만들었는데 그 모양이 달팽이와 흡사하다.

서원이 처음 세워진 17세기 초에 함께 지어졌고, 2003년 보수됐다. 서원 담장 밖에 있지만 그 가치가 인정되어 사적으로 지정된 서원 부속 건물에 포함됐다.
서원이 처음 세워진 17세기 초에 함께 지어졌고, 2003년 보수됐다. 서원 담장 밖에 있지만 그 가치가 인정되어 사적으로 지정된 서원 부속 건물에 포함됐다.

겨울철의 그믐밤이면 할머니는 토째비(도깨비의 방언)이야기를 하셨다. 무섭다고 이불 밑에서 옹송그려 듣는데 아랫배가 싸늘하다. 형아 손을 잡고 들린 통시(변소의 방언)에 쪼그려 앉았는데 머리에 방망이를 든 토째비가 들었다. "형아 있제! 형아 가면 안 돼"하던 아이가 달팽이 속에서 금방이라도 걸어 나올 것만 같다.

꽃담은 꽃 한 송이가 예쁘게 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만큼 담 바로 그 자체는 한 편의 서정시요, 설치미술이다.

이내, 옛집의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조용함과 단아함 속에 젖어보는 명상 시간은 오매불망, 그대 반짝이는 별빛이 되고, 이에 내 소망은 교교한 달빛이 된다. 시군민의 날이 열릴 때면  자기 지역에 어떤 꽃담이 있는지 한번쯤 관심을 갖고 찾아보기 바란다.

<이종근의 역사문화 이야기 98>  한국의 꽃담;보성 강골 마을 소리샘과 병산서원 화장실

담에 높은 예술성을 부여한 유구한 전통이 있었음을 혹시라도 아는지? 조상들은 담에 길상(吉祥)적인 의미를 담은 글자나 꽃, 동물 등의 무늬를 새긴 바, 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담들을 ‘꽃담’으로 부른다.

청송 송소고택(국가민속문화재 제250호) 구멍담은 안팎으로 9개의 구멍이 있다, 안채에는 3개의 구멍이, 사랑채에는 6개의 구멍이 있다.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여인들이 안채에서 구멍담을 통해 사랑채를 엿보는 것이다. 안채의 3개의 구멍이 사랑채의 6개의 구멍으로 2개씩 갈라져 오른쪽 왼쪽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곳엔 우주가 숨어있다. 이는 삼재(三材)사상으로, 우주의 3가지 근원인 하늘(天), 땅(地), 그리고 사람(人)을 의미한다. 안주인을 위해 꽃담에 온 우주를 담아놓은 섬세함이 문양에서 느껴진다.

경복궁 자경전 십장생 굴뚝(보물 제810호)은 자경전 뒷담의 한 면을 돌출시켜 만들었다. 자세히 바라보면 열 가지 이상의 상징물이 보인다. 연꽃, 포도 등이 보이지 않나. 자손번창과 길상의 의미다. 

고창 선운사 옆 동백군락지 부근 김성수별장(또는 재실로 부름)은 투박한 모양의 꽃담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전주 전동성당 사제관(전북 문화재자료 제178호)엔 십(十)자 꽃담, 고창 김정회고가(전북 민속문화재 제29호)엔 맞담, 전주 한옥마을 최부잣집 와편 담장은 또 어떠한가. 

고성 학동마을 옛 담장(등록문화재 제258호) 한 고택의 양쪽 담장에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다. 담장 밖에 사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내주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곡식을 갖다 놓았던 구휼구(救恤口)이다. 바깥 사람들이 집안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배고픔을 달래라는 의미다. 한국의 담장에서 창은 유효한 소통 수단이다. 

전남 보성 득랑면 강골마을에 가면 소리샘을 만날 수 있다. 마실물이 귀하던 시절, 마을 사람들을 위해 개방하고 담장 밖으로 냈다. 대신 네모 구멍을 통해 마을 대소사를 엿듣고 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소리샘은 소통 창구 역할을 했다. 네모 난 담장 구멍을 통해 생일날의 떡이 전달되기도 했다.

안동 병산서원(사적 제260호) 옆에는 달팽이 뒷간이 있다. 진흙 돌담의 시작 부분이 끝 부분에 가리도록 둥글게 감아 세워 놓아 달팽이 뒷간이라고 불린다. 출입문이 없어도 안의 사람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배려한 구조이다. 
서원 바깥 뜰에는 하늘이 보이는 달팽이형 뒷간이 있다.
달팽이 뒷간은 유생들을 돕는 일꾼들이 사용하던 화장실이다. 문도 없고 지붕도 없이 돌담으로 둥글게 감아서 만들었는데 그 모양이 달팽이와 흡사하다.
담장의 한쪽 끝이 다른 쪽 끝에 가리기 때문에, 문이 없어도 바깥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독특한 구조이다. 
문도 없고 지붕도 없이 돌담으로 둥글게 감아서 만들었는데 그 모양이 달팽이와 흡사하다.
담장의 한쪽 끝이 다른 쪽 끝에 가리기 때문에, 문이 없어도 바깥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독특한 구조이다. 서원이 처음 세워진 17세기 초에 함께 지어졌고, 2003년 보수되었다. 서원 담장 밖에 있지만 그 가치가 인정되어 사적으로 지정된 서원 부속건물에 포함됐다.
서원이 처음 세워진 17세기 초에 함께 지어졌고, 2003년 보수됐다. 서원 담장 밖에 있지만 그 가치가 인정되어 사적으로 지정된 서원 부속 건물에 포함됐다.

겨울철의 그믐밤이면 할머니는 토째비(도깨비의 방언)이야기를 하셨다. 무섭다고 이불 밑에서 옹송그려 듣는데 아랫배가 싸늘하다. 형아 손을 잡고 들린 통시(변소의 방언)에 쪼그려 앉았는데 머리에 방망이를 든 토째비가 들었다. "형아 있제! 형아 가면 안 돼"하던 아이가 달팽이 속에서 금방이라도 걸어 나올 것만 같다.

꽃담은 꽃 한 송이가 예쁘게 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만큼 담 바로 그 자체는 한 편의 서정시요, 설치미술이다. 이내, 옛집의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조용함과 단아함 속에 젖어보는 명상 시간은 오매불망, 그대 반짝이는 별빛이 되고, 이에 내 소망은 교교한 달빛이 된다. 시군민의 날이 열릴 때면  자기 지역에 어떤 꽃담이 있는지 한번쯤 관심을 갖고 찾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