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양과 전주 단오
22일이 단옷날이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전주단오, 과거 단옷날에는 덕진연못의 물맞이를 위해 3만여명이 몰릴 때도 있었다.
1935년 6월 11일자 조선일보를 보면,
대장의 모래찜(사욕)과 전주 덕진 수역 등 2곳에 수만의 인파가 모였다고 기록됐다.
1938년 7월 18일자 동아일보 신문기사를 보면 부녀자들이 덕진연못에서 반나체로 목욕하는 단오물맞이 광경을 기사화했다. 조선 후기는 열녀여성상(烈女女性像)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시기여서 덕진연못에서 반나체의 물맞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부녀자들의 반나체 목욕은 고려시대 전통의 물맞이 관행이었지만, 조선 후기에는 성적(性的)억압에 충동의 반작용으로 보인다. 여성의 신체 노출은 신분제 해체와 민중의식의 성장에 따른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된 자연스러운 현상이 덕진연못의 단오물맞이에서 표출된 것이었다.
단오(端午)는 음력 5월 5일로 수릿날, 중오절이라고도 하는데, 1년 중에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고 해서 큰 명절로 여겨졌다. 이에 모내기를 끝내고 벼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과 여름을 잘 보내기 위한 염원을 담은 다양한 세시풍속이 이루어졌다. 태양이 뜨거워지는 단오는 전주 부채를 선물하기도 했다. 단오 부적을 나눴는가 하면 오색실을 엮어 만든 실 팔찌 장명루(長命縷)를 팔목에 둘러 왕성한 단옷날 기운을 받았다.
익산출신 양곡(陽谷) 소세양(蘇世讓, 1486~1562)의 '양곡선생집(陽谷先生集)'9권에 '단오(端午)'란 시가 있다.
'채색 융단이 짙은 녹음에서 흔들흔들 날아오르고, 붉은 발은 집집마다 모두 갈고리로 걷어 올렸네. 백발의 노인이 절기가 바뀐 것에 놀라, 미풍 부는 해질녘에 누대에 기대어 있네'
같은 책 6권에도 '단오'라는 시가 나온다. 긔의 됨됨이를 똑바로 보게 하는 시다.
'오늘이 바로 단오이니 소년들이 무리지어 즐겁게 노네. 거리마다 다투어 씨름을 하고 나무마다 그네를 뛰네. 술잔에 창포를 띄워 따뜻하고, 문에는 호랑이를 쑥으로 엮어 달았네. 노인들이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밤새도록 책을 덮고 자네'
같은 책 7권엔 '단오엔 탄곡으로 가는 도중에 짓다'란 시가 모습을 드러낸다.
'녹음이 우거진 마을마다 모여서, 그네(秋千)를 곳곳에서 모두 타네. 때를 쉽게 잃는 것을 상관하지 않지만, 절기가 자주 아름다운 것을 즐기네.가는 갈옷은 첫 더위에 어울리고, 창포주는 늙은이의 감회에 흡족하네.산길 험하다고 사양하지 말고, 마음으로 고난을 함께 즐겨보세'
참으로 다양한 민속놀이가 먼 옛날에도 있었음이 확인된다.
같은 책 5권엔 1552년 단오는 그가 아팠다는 사실을 밝혀준다. 이는 '임자(壬子) 중오(重午')는 산문이다.
'작년의 중오(重午, 단오)는 설명할 수가 없네. 병을 피해 아이들을 끌고조그마한 절에 머물렀네. 협착한 땅을 폭객(暴客)이 방자하게 가로질러 가니, 문을 걸어 잠그고 활과 칼로 삼가 방호하였네. 올해 중오에는 다시 어떤 일이 있을런지, 병이 지루하게 달라붙어서 부자를 곤란하게 하네. 꾀꼬리와 꽃으로 적막하게 3년을 지내니, 나의 병은 겨우 나아지고아들 또한 일어나네. 해마다 좋은 시절에 어찌 그리 바쁜지, 홀로 창포주를 따르고 혼자 만족하네. 어지러이 아녀자들은 그네(秋千)를 타고, 노리개로 단장하고서 서로 아름다움을 다투네. 뽑아놓은 비녀와 벗어놓은 신발 사이로 바쁘게 오가고, 조그마한 담 위를 나르며 유락장(遊樂場)을 이루네. 늙은이는 일어났다 앉으며 노쇠함도 잊어버리고 박수치며 때때로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네. 옛날 어린 시절의 이 날을 생각해보니, 푸른 버드나무 그늘 안에 몸은 송골매와 같았네. 어찌 백발이 창가에 숨어 있는것을 알겠는가? 머리 숙여 읊조리니 오랫동안 한가롭기만 하네. 세상사는 돌아가는 것이니 어찌 한탄하겠는가? 높은 베개에 누워 청산(靑山)을 대하고 있는 것만 못하네'
전주시와 덕진구가 덕진공원을 중심으로 교통소통 대책에 나선다.
전주단오 행사는 천년전주의 전통을 이어가고 전주시민들의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세시풍속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 온 축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전주시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고 삶의 활력을 재충전하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매김해 왔다.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 2023 전주단오 행사는 단오길놀이 공연과 전주시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례식인 단오풍년기원제를 시작으로 단오문화마당과 단오풍류마당, 전통놀이마당, 단오난장, 부대행사 등 여러 개의 풍성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한국고전번역원이 소세양의 '양곡집' 한글 국역을 마친지 좀 됐다. 내년 단오 무렵에 선보여 이러저러한 세시풍속을 널리 활용할 수 없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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