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흔적


지구촌이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 수위가 내려가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했던 독일 군함 수십 척이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저수지 밑에 잠자고 있던 기원전 5,000 년 당시 고대유물까지 발견되고 있다고 합니다. 가뭄으로 곳곳이 바닥을 드러낸 강에 난파선 한 대가 수면 위로 올라와 있습니다. 모래사장 위에 앙상한 철골을 드러낸 선박도 있습니다.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의 진격을 피해 후퇴하다가 침몰한 독일의 군함들입니다.올 여름 극심한 가뭄으로 다뉴브강의 수위가 100년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물에 잠겨있던 독일의 군함 20여 척이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침몰된 군함에는 탄약과 폭발물이 그대로 실려있어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기록적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면서 양쯔강 바닥에서 600년 전 불상이 발견됐습니다. 세계 최대 옛 석불인 러산대불(樂山大佛)이 전체 모습을 드러냈고,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유럽의 강과 저수지 바닥에서도 다양한 인류문화 유산들이 발견됐습니다. 유럽에서도 500년 만의 최악 가뭄이 이어지면서 강바닥에서 잊혔던 고대 유적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바닥을 드러낸 유럽의 강과 저수지 바닥에서는 7000년 전 스페인판 '스톤헨지'와 청동기 시대 건물터, 로마의 네로 황제가 건설한 다리 등 다양한 인류문화 유산들이 발견됐습니다.
‘눈을 뚫고 들판 길을 걸어가노니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를 말자. 오늘 내가 밟고 간 이 발자국이 뒷사람이 밟고 갈 길이 될 테니’. 이양연(李亮淵·1771~1853)의 ‘야설(野雪)’입니다. 김구의 애송시로 많은 애독자를 갖고 있습니다. 서산대사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정작 서산대사의 문집인 '청허집(淸虛集)'에는 실려 있지도 않습니다. ‘답설(踏雪)’이란 명제도 틀립니다. 그의 시집 '임연당별집(臨淵堂別集)'에 실려 있고, '대동시선(大東詩選)'에도 이양연의 작품으로 올라 있어 사실상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시인은 눈이 쌓이거나 숲이 우거진 곳을 갈 때는 아무렇게나 갈 일이 아니라고 시상을 일으킵니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 내가 가며 남긴 자취 뒤에 따른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참으로 맞는 말이나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화자는 밤중에 내린 눈을 밟고 가는 이 길이지만, 어찌 함부로 밟고 지날 수가 있겠는가. 내가 한 이 일이 뒤 따라오는 사람들의 발자취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했으니 그 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뒷사람이 따르는 자취가 될 것이니 조심해야 되지 않겠는지요. 누가 보지 않아도 똑바로 걷습니다. 혹시라도 내 행로가 뒤에 올 누군가의 행로를 비틀거리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똑바로 살았으면 합니다. 내 인생이 다른 인생의 거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마 이런 뜻의 잠언(箴言)이리라. 순백(純白)의 설원(雪原)에 서면 맑은 영혼으로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나 보옵니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