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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당 이명순, 22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여덟 번째 개인전

 

보름 무렵이면 설중매가 큼지막한 달을 띄운다. 그래서 이규보는 영중정월(詠中井月) ’이란 시엔 산 속의 스님이 달빛을 탐해 하나 가득 병 속에 깊이 담았네. 그러나 절에 이르면 바로 알거니 병을 기울이면 달 또한 비게 된다는 것이라고 읊었다. 수행과 노력이 따르지 않는 관념적인 사실만을 진리로 받아들임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가르침을 준다. 그래도 물 속에 달이 비추인 꿈은 하는 일마다 순조롭게 풀려 나감을 암시하는 것은 아닌가.

매당 이명순이 16일부터 22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차오름1실에서 ‘달빛 그리다’를 주제로 여덟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전시 타이틀 ‘달빛 그리다’는 작품 속에 ‘달의 형상을 그리다’라는 뜻과 ‘대상의 그리움’이라는 두 가지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번 작업에서는 자연의 비움과 채움의 이치를 ‘달’이라는 대상을 통해 담아냈다. 그리고 마음의 정화와 평안을 느끼게 하는 달빛의 형상화를 시도하며 밝고 희망적인 에너지와 생명력을 표현하면서 전달한다.
‘네가 있어’, ‘끊임없이’, ‘고운 달’, ‘사랑한다는 것은’, ‘달이 뜨고’, ‘새가 날아오고’, ‘빛나는 별’, ‘평화로운 사람’, ‘고맙습니다’, ‘달빛 아래’ 등 유독 매화 작품이 많다.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아름다운 가락을 지니고 있다. 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 도 본 바탕은 없어지지 않는다. 버들가지는 백 번 꺾여도 새 가지가 돋아난다’
작품 속 매화는 눈처럼 맑고 티없는 순수와 푸른 하늘을 닮은 서글한 품성과 신선한 바람같은 당신의 판박이다. 서러울 것 같이 청순한 푸른 매화 꽃잎이 하늘 아래 꿋꿋히 피어 당당하게 태양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가느다란 나뭇가지와 청초한 꽃잎들, 은은한 달빛과의 조화는 현대의 삶에서 함몰되어 가는 옛 선비의 모습인 냥 올곧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봄의 전신, 화신(花信)은 어두운 밤 달빛 아래 더욱 더 빛이 더욱 더 빛이 난다.
'매화는 본래부터 환히 밝은데 달 빛이 비치니 물결 같구나 서리 눈에 흰 살결이 더욱 어여뻐 맑고 찬 기운이 뼈에 스민다. 매화꽃 마주 보며 마음 씻으니 오늘 밤엔 한 점의 찌꺼기 없네' 율곡 이이의 ‘매화 가지 끝의 밝은 달’이란 작품을 생각하며, 매화를 들여다 보노라니 하얀색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고고한 향기를 전하는 청매(靑梅), 뒤틀리고 흐드러진 고매(古梅), 달빛이 교교하게 내려앉은 월매(月梅) 등 봄 기운을 실은 꽃잎이 화사한 자태를 뽐낸다.
눈보라 속에서도 청매화 작은 봉누리에 푸른 기운이 다부지게 솟듯,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그 추위가 약점이었지만 끝내 강점이 돼 우리 앞에 서 있다. 사노라면, 종종 약점 때문에 강점조차 묻힐 때가 더러 있다. 제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겨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달빛은 길어 올린다고 해서 길어 올려지는 것이 아니다. 달빛을 그대로 두고 마음을 다해 그 빛을 보듬을 때 비로소 한가득 길어 올려지는 것인지도 오른다. 하루가 천년이 되고 천년이 하루가 되어 미끄러지듯, 이내 맘이 달까지 도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때론 천년을 하루 같이, 때론 하루가 천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오롯이 담은 오늘에서는
햇빛이 머물던 자리’, ‘꽃이 피어서 좋다’는 연꽃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소나무 푸른 달’, ‘네가 예뻐서’ 등은 소나무 작품으로 역시 달이 덩시렇게 떠있다. 작가는 “달은 그리움이고 환상이다. 그리고 희망, 풍요, 소원의 상징이다.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마음의 여유로움과 위안을 받고, 소원을 빌어 평온함을 얻는다”면서 “따뜻하고 평안함이 느껴지는 작업을 추구한다. 달은 나를 평안함과 환상적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 신화적 존재다”고 했다.
작가는 원광대 서예과와 대학원 서예학과 석사를 졸업,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이사, 전라북도 미술대전 초대작가, 강암서예대전 초대작가, 한국문인화대전 초대작가, 한국미협, 서연회, 마음그림, 강암연묵회, 먹그림초대작가연구회 회원, 전주대학교 평생교육원, 전주 문화의집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