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석(雅石) 소병순(蘇秉順)이 82세를 맞아 갖는 ‘산수전(傘壽展)’이 다음달 1일부터 6일까지 전북예술회관 1층 기스락실에서 열린다. 이 전시엔 모두 320종류의 국산 야생화가 선보인다. 5개월 여에 걸쳐 완성한 야생화 6폭 병풍엔 313개의 야생화가 망라됐다.
참취가 얼마나 이쁜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저 입맛 돋구는 취나물에 관심이 있을 뿐. 탱자나무꽃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촘촘히 박혀있는 탱자나무 가시 사이에서 핀 작은 꽃들은 마치 가시나무에 팝콘이 열린 것 같다. 소박하게 피어나는 제비꽃, 할미꽃, 탱자나무 꽃, 오이풀꽃, 엉겅퀴처럼 화려함과 우아함을 뿜어내는 자태를 지니고 있는 여름 꽃도 많다.
이 원로 서예가는 작은 꽃들을 생김새 그대로 작품에 옮겨놓지 않았다. 할미꽃은 등 굽은 이웃집 할머니를 떠올리게 했고, 용담 꽃을 보면 벌써 ‘꽃사모’에서 ‘용담’이라는 꽃이름으로 불리는 사람의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그 느낌과 향기를 그대로 화폭에 옮겼다. 이름도 생소한 극락조화, 시계꽃, 벌레라니꽃 등 꽃에 미쳐 2000년초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산하를 누비고 다녔단다.
작가는 “사람 안에 꽃이 있고, 꽃 안에 사람이 있다. 꽃으로 다가온 자연과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점점 잊혀져가는 꽃들도 많고 콘크리트 속에서 우리 꽃 보기도 어려워진 요즘 그림으로나마 야생화의 생동감을 담아보고 싶었다. 무질서한 것처럼 보여도 주변 생물들과 조화를 이룬 자유로운 야생화를 표현했다”고 했다.
작가가 오늘 평온한 것은 젊은 날에 각고를 겪은 탓일까? 아니면 80의 나이를 훨씬 넘기면서 그 시절의 가난과 고통이 곰삭혀져서 일까? 갑자기 들꽃 같은 작가의 웃음을 닮고 싶어졌다.
“사람이 겸손해질 때 주변의 작은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볼 수 있나 봐요. 저는 그 아름다움을 야생화에서 찾았고 그 꽃들에게서 그냥 보이는 그대로의 삶을 긍정하라는 위로를 받았다”
각종 야생화가 뿜어내는 진한 꽃향기를 전할 이번 전시회는 작은 것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되새기는 기회가 될 터이다.
야생화는 6폭 병풍은 물론 무모은중경 10곡 평풍, 병백납병 8곡 병풍, 사자성어와 야생화, 그리고 각각의 작품 등 다양한 모습으로 선보인다.
작가는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그리고 야생화 등이 선보이는 이번 작품전 준비를 위해 7년 여의 시간이 걸렸다.
목민심서 12폭 병풍, 용비어천가 10폭 병풍, 채근담 12폭 병풍, 도덕경 10폭 병풍, 회심곡 병풍, 이충무공시 병풍, 율곡선생 금강산 시 병풍, 명심보감 전문을 쓴 병풍, 5체 천자문 병풍 등에 마가복음 등 기독교 관련 작품 5점 등 정말로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작이 많은 가운데 세필로 쓴 야생화까지 한마디로 엄청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세필과 소품을 많이쓴 것은 아파트문화에 익숙한 세태를 반영했기 때문이란다.
“어느날 산에 올라 몸과 마음을 풀어놓고 멍하게 앉아있는데 작은 들꽃이 눈을 붙잡았습니다. 보라색의 작은 꽃이 주는 강렬한 몸짓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음을 사로잡았던 꽃은 ‘잔대’다. 산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 저 만치에서 수줍은 듯 피어있는 금난초도 어느새 나무 곁에 다가와 나풀거리는 나비의 몸짓이 되고 내 머리에서는 벌써 한폭의 서화로 완성되어가고 있다”
익산 출신인 작가는 1965년 남정 최정균선생을 사사한 이래, 대한민국서예대전(국전)에 입특선 7회를 하고 1983년부터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도전 특선, 추천 작가, 심사위원을 비롯, 부산시전, 인천시전, 전남도전, 경기도전 등 심사위원을 지냈다. 한국미술협회 전북지회 부회장, 창암 이삼만 선양회 회장, 세계서예비엔날레 조직위원 겸 감사 등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1990년에 익산문화상을 받았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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