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립미술관이 13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양평신화찾기-5 소장품 스토리전과 남원출신 한국화가 이상찬(전북대 명예교수)과 조각가 고정수를 초대, 제9회 양평을 빛낸 원로작가전을 갖는다.
이들은 2020년에 양평을 빛낸 원로작가로 이미 선정되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간 전시가 중단됐다. 올해 다시 재개하게 된 ’제9회 양평을 빛낸 원로작가‘전은 성리학의 ‘이기설(理氣說)’과 오방색을 바탕으로 종이 위의 붓질을 넘어 테라코타, 동유 등의 다양한 재료와 기법의 수용과 질료의 혼합, 수제한지 등 재료의 폭넓은 실험을 통해 계속해 창작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한국화가 이상찬(李相讚, 1948~)과, 오늘날의 미(美)의 규범으로 제시되는 기준과는 다른 푸근한 여체의 모습들을 한국적 여성상으로 형상화해내어 한국 조각을 개척하고, 의인화한 곰의 친근한 모습을 통해 따뜻함과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조각가 고정수(高正守, 1947~)를 초대했다.
이상찬은 한국화의 전통을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발현하는 바탕에는, 숙련된 기교가 아니라 대상을 재해석하는 철학이 숨어 있다. 곧 동양학의 핵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성리학의 이기설(理氣說)을 탐색, 이를 작품의 기저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한정된 화폭을 넘나드는 호쾌한 색감은 음양오행 사상에서 출발했다는 게 중론이다. 한 사람의 예술가가 이와 같은 근본주의적 태세를 갖추었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행복한 일이다. 그 예술의 창의성이 자연스럽게 작품의 표면으로 배어 나오는 까닭에서다. 그는 피카소의 언사를 빌려 “예술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근원’이라는 제목이 서두에 붙은 그림들, 이기화물도(理氣化物圖)나 자연회귀(自然回歸)와 같은 부제들은 모두 없었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을 재해석한다는 의미를 강력하게 함축한다. 그렇게 ‘근원 선사의 기원’이 탄생하게 된 까닭이다.
이번에 펴낸 이상찬의 그림이 있는 문화칼럼 ‘이끼는 쌓일수록 푸르다(출판 바이북스)’는 화가로서의 전문성에 못지않게 예술행정, 예술가로서 세상을 응대하는 시각, 그에 대한 판단과 대안의 제시 등에 있어 탁월한 면모를 보여주는 책이다. 모두 3부로 되어 있는 이 책의 1부에서 그는 미술을 통한 예술의 의미와 운명론적 위상에 특히 유의하고 있다. 2부는 미술과 관련된 제도, 행사 그리고 예술행정 등에 관한 전문가로서의 식견을 여러 모양으로 펼쳐 보인다. 3부는 민화, 한지 등 전통 소재의 재료와 한국인의 색채 의식 등 ‘우리 것’의 아름다움과 소중함 그리고 그와 함께한 성취에 대한 글들로 묶였다.
우경 이상찬(牛耕 李相讚)은 1947년 남원에서 태어나 일본 나고야 예술대학에서 일시
수학하고, 경원대학교 회화과와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학을 전공했다. 전북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박물관 미술부장, 예술문화연구소장, 예술대 학 학장 등을 역임했다. 14회의 국내외 개인전(선화랑초대전, 서울갤러리, 덕원미술관 등)을 비롯, 서울신문사 정예작가초대전, 현대미술 초대전(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미술대전, 중앙미술대전 역대수상작가 초대전 등 500여회의 단체전과 초대전에 참여했다. 중앙미술대전 장려상, 전북도전 문화공보부 장관상(최고상), 서울시장 표창, 송파미술인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 홍조 근정훈장을 받았다.
현재, 국립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미술협회 자문위원, 송파미술협회 고문, 아트포럼인터내셔널 고문, 대한민국 미술대전, 전북도전, 무등미술대전 초대작가, 양평 군립미술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호암갤러리, 서울시청, 한양대학교박물관, 전북일보, 전북은행, 제주도 서귀포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주대학교박물관, 한국산업은행, 전북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전주강암서예관, 남원춘향문화예술회관, 양평군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남원시 동면에 무명용사 충혼탑, 남원시 덕과면 삼일운동 상징 조형물을 제작하기도 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