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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이종근의 행복산책] 도래샘

[이종근의 행복산책] 도래샘

'샘을 보고 하늘을 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머리 위 큰 하늘 보지 못하다가 샘에 비친 하늘을 보고서야 비로소 하늘을 쳐다본다는 말로, 가까이 있어, 또는 규모가 달라서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은, 내가 보면서도 무엇을 보고 있는지 가끔 잊기 때문입니다. 그 샘은 돌고 돌아 그침이 없어 '도래샘'입니다. 잘 사용되지 않지만 아름다운 우리말로, 아주 조그만 물줄기가 굽이굽이 흘러 모여서 옹달샘이 된 것이 '도래샘'입니다. 이는 '여러 줄기의 물이 돌아서 하나 되는 강물'이라는 말로, 빙 둘러가는 샘이란 뜻으로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삶의 태도를 말합니다.

도래샘, 언제나 하늘을 품지요. 새벽 별빛에 사뿐히 내려앉아 밤이 다하도록 허공을 떠돌다가 똘똘 뭉쳐 방울이 될 때, 빈 공간에서 자기들끼리는 뭉칠 수 없어 나뭇잎과 꽃술 위에 자리잡아 도래샘처럼 동그란 우주를 만듭니다. 어느새 풀잎에 내린 새벽이슬 뒤에는 빨간색 접시꽃 한송이 온통 빨간색이 물들었습니다. 종종 도래샘을 통해 내 마음의 샘물은 얼마나 맑고 고요한지, 내 지혜의 달은 얼마나 둥그렇게 솟아 내 삶을 비추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샘에 비친 파란 하늘과 조각 구름에 감동하고, 다른 이의 검증으로 가까운 이를 다시 바라보게 되지만, 사실은 예전부터 그리한 것을 나의 시야각이 작아 못 본 것 뿐이었습니다. 도래샘이 하늘을 다시 보게 하듯 감사의 마음은 상대의 가치를 다시 느끼게 해줍니다. 바빠서, 옹졸해서 못 본 척 했던 세상의 아름다운 반짝임들을 비춰줍니다. 감사의 샘이 솟아나 마르지 않고, 항상 신선한 단물이 되려면 샘 스스로 계속 차올라야 하겠지요. 한번 깊이 팠다고 그냥 두지 마시고 끊임없이 솟아 나십시오. 홀로이 고군분투하는 것이 조급히 여겨질 때, 내 안의 도래샘을 바라보면 참 좋겠습니다. 이 샘에 비친 그 무언가가 잠긴 당신 눈 뜨이게 할 것입니다. 내 눈물 먹고 더 맑아진 도래샘이 당신의 얼굴을 씻겨줄 것입니다.

동그란 나라에, 둥그런 하늘 아래에서, 동그란 얼굴을 가진 바쁜 사람들이 돌고 도는 시간에 맞추려 모난데 없어 피곤하지도 않을 것 같은 모양으로 돌고 또 돕니다. 이내 하나로 어우러져 동그라미가 되고, 완벽한 사랑을 하며 하나가 됩니다. 마음의 모양이 있다면 어떤 모양일까요? 사랑하는 마음의 모양은 어쩌면 동그란 형태가 아닐까요? 이 우주에 동그라미가 많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마음에 동그라미를 그려봅니다. 완벽하지 않은 모난 마음은 순수하지 않기에..... 사랑은 동그랗고 동그라미는 웃음을 주면서 그렇게 하나가 되어 이 세상을 돌리고 또 돌고 있네요. 나이가 들어가는 지금, 그래도 나의 생에 고요히 솟아나는 샘물이 있다는 생각에 고맙게 여겨집니다. 또, 내일도 같은 자릴 뱅글뱅글 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돌고 돌아 가는길이 인생이라면 우리는 아직 돌고 있기에 살아 있지요? 돌고돌아 돈이고, 살고살아 사람이고 술술넘어가 술이라더라.

http://www.s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44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