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란 시인은 '전라도 젓갈'을 ‘썩고 썩어도 썩지 않는 것/ 썩고 썩어서 맛이 생기는 것/ 그것이 전라도 젓갈의 맛이다/ 전라도 갯땅의 깊은 맛이다// 괴고 괴어서 곰삭아서/ 맛 중의 맛이 된 맛/…//…/ 짠맛 쓴맛 매운맛 한데 어울려/ 설움도 달디달게 익어 가는 맛/ 어머니 눈물 같은 진한 맛이다/ 할머니 한숨 같은 깊은 맛이다//…’고 했다.
호남은 후덕한 인심과 웅숭깊은 손맛을 더해 다듬고, 씻고, 절이고, 버무리고, 굽고, 조리고, 삭혀 만든 별미로 다양한 색과 맛을 자랑한다.
맛에 관한 한 최고로 손꼽히는 전라도 음식을 두고 그들에게 비결을 물으면 한결같다. '개미(게미)가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호남에서는 음식 맛을 표현할 때 ‘개미가 있다’는 말을 쓴다.
‘개미’는 전라도 음식 맛을 표현하는 최상의 말로 입안에 착착 감기는 깊고 감칠맛 나는 미각을 이른다.
도대체 '깊이가 있는 맛'이란 어떤 맛일까? 아, 기가 막히는 호남의 맛을 표현하는 단어이긴 한데, 어떻게 딱히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전북은 김제평야를 비롯한 기름진 들녘의 오곡백과와 지리산에서 나는 온갖 산채, 그리고 청정바다와 갯벌에서 나는 해산물이 풍부한 녹색의 땅이다. 여기에 김치와 젓갈로 대표되는 발효문화와 아낙들의 손맛, 그리고 음식 색깔과 모양까지 음미하는 남도의 풍류가 어우러져 맛 중의 맛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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