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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레

 김제 만경의 성모암은 진묵대사 어머니의 묘소가 모셔져 있는 곳입니다. 불심과 효심이 다르지 않다고 여긴 진묵대사께서 어머님이 돌아가시자 '무자손천년향화지지(無子孫 千年香火之地)'에 어머님을 모셨습니다. 즉, 자손이 없어도 천년동안 향불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곳으로 진묵대사가 어머니를 위해  잡은 명당입니다. 성모암의 석등을 지나 경내 왼쪽의 야트막한 구릉에 진묵대사 어머니의 무덤이 잘 가꾸어져 있고, 무덤을 돌볼 '고시래전(고시례전으로 표기)이 있는 것도 전국에 유일무이합니다.  이곳에서 성모님께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영험이 전하면서 참배와 향화가 그치질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진묵 조사 유적고'에는 어느 날, 늙은 어머니를 전주 왜막촌에서 봉양하고 있을 때 어머님이 여름날 모기 때문에 고생하는 것을 보고, 산신령을 불러 모기를 쫓게 한 후로 이 촌락에 모기가 영영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하며, 대사께서 지으신 어머니에 대한 시는 스님의 효심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풍년을 부르는 ‘고시레(고수레)’란 말은 감탄사로, 지방마다 유래가 좀 다르지만 거의 들이나 산에서 음식을 먹기 전에 준비해간 음식 중에서 하얀 밥 같은 것을 던지면서 외치는 소리입니다. 어렸을 적, 시골 농부들은 이맘때면 이른 새벽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김매기 콩밭매기로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일하다, 마음 심(心)에 가볍게 점(點)을 찍는다는 점심과 사이사이 먹는 새참 때마다 논두렁 밭두렁에 털썩 주저앉은 채 저 멀리 푸른 들판을 바라보면서 “고시(수)레!”~ 하고 외치며 술과 음식을 조금씩 떼어 던지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하지만 그 어원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명문화 되어있는 사실 가운데는 성모암에 한글로 쓴 편액이 걸린 ‘고시례전’이 있구요, 이곳엔 진묵대사와 그 어머니 영정이 모셔져 있습니다. 이는 진묵대사의 어머니 ‘고씨네’ 부인에게 먹을 것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행위적 의미가 강합니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논두렁 밭두렁에서 ‘고시레’ 하면서 음식을 나누는 것이 미신적 행위가 아닌, 조상을 존경하고 두려워하며 은혜에 보답하는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나눔과 배려의 정신인 만큼 그 의미를 오늘 다시 한 번 음미 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농부들의 풍년농사 수확의 의미와 함께 여러분들의 만사형통을 빌면서 '고시레, 고수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