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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전’ 좋아하나요

당신, 전 좋아하나요.


 

 삼월 삼짇날,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오면 두견화전 정성껏 부친 후, 두견화주 한 잔 올릴 께요. 통영에선 두견화전을 ‘참꽃 지짐이’라고 하지요. 찹쌀 반죽을 크게 둥글 넓쩍하게 해 꽃을 넉넉히 얹어 소담하게 부쳐댑니다. 그래서 통영은 ‘통으로 젊게(young) 사는 사람들이 어우렁더우렁 사는 곳’이 되지요.

 

 전은 고기, 생선, 채소 등의 재료를 다지거나 얇게 저며서 밀가루, 달걀로 옷을 입혀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앞뒤로 지지는 것을 말합니다.

 

파전
감자전
김치전
똘두기전

등 따끈할 때 초장에 찍어 먹는 그 맛이란.

 

정월 초하루에는 각색전
삼월 삼짇날에는 두견화전
사월 곡우절에는 장미화전
구월 중양절에는 국화전

 

십이월 납월에는 내장전과 간전이 좋을시구. 음식 가운데 각색전이 제일 어렵지요.

 

세상엔 참으로 많은 전이 존재하지요

 

부처님전, 대웅전, 화암전, 대적광전, 영산전
공자님전, 대성전
예수님전

나를 낳아준 부모님전

 

황실의 안녕과 백성들의 무병장수를 비나이다. 강령전, 대조전, 경기전.

 

슬프다. 퇴직전
기분좋다. 땡처리전

 

아쉽다. 3-4위전
기쁘다. 월드컵 4강전

 

한국의 중심, 대전

 

하지만 당신, 전(錢) 너무 좋아하지 말아요.

 

삶이 담겼어요. 두껍전, 전우치전, 숙향전, 장화홍련전, 이순신장군전, 안중근전, 만덕전.

5미6감의 오색별빛정원전.

 

눈이 시려워요. 바티칸박물전, 반고흐전, 루브루박물관전,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전.

 

수중전
공중전

진땀 나요. 강호협객전

 

진리의 바다로 나아가는 왕오천축국전
세계 유산 해인사 장경판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전, ‘개판 5분전’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전, ‘마음 정리하기 전’

 

 지구상에서 가장 흐뭇하고 좋은 전은 ‘당신 앞 전’입니다.  하지만 ‘전주역전 앞’이란 말처럼 맞춤법이 바르지 않군요. 나와 당신의 사랑법은 논리와 맞춤법이 아닌, 감성과 감정이 앞서기 때문이 아닐런지요.

 당신, 이 세상의 모든 전 소화 잘 하고 있나요, 한꺼번에 너무 만들고, 너무 많이 드시면 배탈납니다.

 

 전 부쳐 오늘 점심 식사 맛있게 하세요. 전(저는) 좋아하나요. 전, ‘각색전’ 으로 꾸려지는 파티 아주 즐겨합니다. 제 아무리 힘들지라도 전(저는), 따끈따끈하게 부쳐내 냄새‘솔솔’ 나는 고소한 ‘전’ 같은 남자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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