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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과 왕(릉)

종묘기행

 



 
추억 속의 종묘를 만나다

그가 세계문화유산을 만나기 위해 종로에 왔다. 일상의 공간 속에서 숨 쉬고 있던 세계문화유산. 그에게 오늘은 오로지 그것을 만나기 위해 준비된 날이었다. 오락가락했던 빗줄기가 거세지기 시작했지만, 종묘를 만난 그의 얼굴에는 사람 좋은 미소만이 가득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라며 대한민국을 누구보다 사랑하게 된 사람. 그리하여 그는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직업이 되어버렸다.

“비오는 날의 종묘는 처음이에요. 사실 저의 전공이 조경이었어요. 전공 때문에 학부시절에 여러 번 답사를 왔었죠. 종묘에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와 더불어 훌륭한 자연경관이 있지요. 특히나 조경전공시절에도 문화재와 함께 있는 전통조경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는 오랜만에 찾은 종묘에서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새겼다. 종묘에 들어서자 카펫처럼 펼쳐진 참도가 마치 과거 여행의 길이 되어 주는 것 같았다. 참도를 중심으로 양옆에는 서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초록빛이 종묘 공간에 가득 찼다.

“외국친구들이 한국에 올 때면 꼭 한 번씩 방문하는 곳이에요. 외국인들은 종묘에서 느껴지는 우리네 역사 이야기와 여유로움에 큰 매력을 느껴요. 종묘는 조선왕조의 정신적 지주 같은 곳이었죠. 왕이 직접 효를 실천하고, 조상께 제사를 드림으로 백성들에게 모범이 되었어요. 종묘에서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우리 민족의 근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야기가 있는 종묘를 꿈꾸다         

참도를 지나 정전을 향해 가니 쏟아 붓던 비가 서서히 그쳐갔다. 정전에 들어서니, 정말 모처럼 넓은 하늘이 그의 가슴으로 다가온다. 세계적으로 가장 긴 형태의 단일 건축물이기 때문에 정전이 받치고 있는 하늘은 더욱더 넓고도 크다.

“정전에 들어서니 가슴이 탁 트이네요. 정전은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죠. 신위가 늘어날 때마다 감실을 증축했기 때문에 이렇게 긴 건축물이 되었어요. 이곳에서 종묘제례악도 울려 퍼졌겠죠? 문화재가 도심 속에 가깝든, 멀리 있든 간에 얽혀있는 이야기들이 알려져야 할 것 같아요. 종묘에 얽힌 이야기들도 많겠죠. 종묘사직은 조선시대에 굉장히 큰 이슈였으니까 말이에요. 문화재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도 필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적인 스토리들이 홍보 될 때, 문화재는 더욱 생생하게 살아 날거에요. 그럴 때 문화재와 함께 시간이 감동이 되고, 오늘날 자신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겠죠.”

종묘의 단아하고도 웅장한 맞배지붕과, 오랜 역사를 담은 돌들을 바라보며 그는 문화재와 연관해서 ‘우리나라 홍보’ 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떠올렸다.

“사실 외국인들이 기억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재는 없어요. 우리나라에도 종묘처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재들이 많은데도 말이에요. 안타까운 일이죠.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모두 다 홍보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문화재를 홍보할 필요가 있어요. 저는 서울에 있는 궁들을 홍보하는 것과 더불어 박물관 투어도 기획해보고 싶어요. 일단 공간 속에서 있는 문화재들을 실제적으로 느끼고, 이제 그 안에 있는 구체적인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죠. 그리고 세계 속의 외국인들도 중요하지만, 일단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가 홍보하고 싶은 것은 언제나 우리나라다.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어떤 것을 상상하고 궁리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 그가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사실 단순히 그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면서 정정당당하게 우리나라를 홍보하려고 한다.
“외국에 가면 일본이나 중국 정원들이 많이 있어요. 우리나라 전통 정원이 주는 매력도 정말 많은데 한국의 전통 정원이 있는 곳은 파리밖에 보지 못했어요. 외국에도 우리의 전통 정원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파리나 로마를 보면 문화재가 보존과 보전의 차원에서 관리가 잘 되어있어요. 정부, 학계 그리고 민간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서 더욱 그렇죠. 우리도 문화재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과 더불어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해요.”
 

 

오늘도, 내일도, 대한민국을 홍보하다     

그는 정전을 나와 영녕전을 항하면서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지금 저는 우리나라가 G20 개최국임을 전 세계에 알리면서 ‘대한민국 100년의 꿈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어요. 가로 30cm, 세로 50cm의 공간에 20,100명의 세계인들 꿈을 모으는 것이에요. 현재 세계를 리드하고 있는 민족은 유대인과 화교에요. 저는 언젠가 한민족이 세계를 리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그것에 일조하고 싶은 것이 저의 꿈이죠.”

어느덧 맑게 갠 하늘의 밝은 햇살이 종묘를 비추고,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문득 그의 열정이 이 따듯한 햇살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오늘도 새로운 일을 꿈꾸며 우리나라 홍보 일에 여념이 없다. 이 무더위는 곧 지나갈 것이다. 그 뒤에는 높고 푸른 하늘과 오색  찬란한 가을이 올 것이다. 그로 인해 오늘의 종묘도 우리나라도 행복한 가을을 기대한다. 종묘의 한낮에 울어대는 매미소리도 그의 꿈을 힘차게 응원하고 있었다.   



조경을 전공하던 대학시절, 세계여행을 꿈꾸며 여러 나라를 방문하던 중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에 대한 충격으로 대한민국 홍보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한국에 관한 왜곡된 사실을 바로 잡는 광고를 내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저 한국 홍보하는 일이 좋아 시작하게 된 일인데, 이제 그는 ‘한국 홍보 전문가’ 라는 타이틀로 불리게 되었다.

그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현대미술관(MoMA), 미국자연사박물관 등 세계적인 박물관과 미술관에 한국어 서비스를 유치했고,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와 함께 ‘한글 세계전파 프로젝트’와 ‘세계 분쟁지역 평화전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독도 주연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 [미안하다, 독도야!]의 기획 프로듀서로 참여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2009년에는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아 서울 및 전국 방방곡곡, 미국, 중국, 일본 등을 다니며 국민들의 작은 손도장 3만2천여 개를 모아 ‘대형 안중근 손도장’을 재현하여 국내외로 눈길을 끌었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객원교수이며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 독립기념관 명예홍보대사,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홍보대사를 역임하고 있다. 그는 작은 관심과 실천들이 세상을 들썩이는 것을 체험하며 더욱더 한국 홍보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글·김진희  사진·최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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