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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새통

중국의 짝퉁 아이돌, 우리 저작권에 걸리는 거 아니야?

 

소녀시대 vs. 아이돌걸스, Big Bang  vs. OK Bang

한류 열풍에 따라 최근 중국에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이 관심에는 순수하게 우리의 문화에 호기심을 갖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우리의 대중문화 아이템을 그대로 베껴 무단으로 사용하는 좋지 못한 사례들도 있다. 

(좌) 한국의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우) '소녀시대'를 모방한 중국의 '아이돌 걸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국 아이돌 가수를 벤치 마킹한 중국 아이돌 가수들이다. 얼마 전, 중국판 '소녀시대'가 우리의 언론에도 등장해 이슈가 되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얼핏 보면 한국의 소녀시대와 전혀 구분이 가지 않을 듯 한 정도로 비슷한 콘셉트를 갖고 있는 중국의 소녀시대의 이름은 '아이돌 걸스'.  중국의 여성 아이돌 그룹인 이들은 언뜻 봐도 '소녀시대'를 모방했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흡사하다.

(좌) 중국의 'OK Bang', (우) 한국의 'Big Bang'

뿐만 아니다. 남자 아이돌 그룹으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빅뱅' 역시 중국의 모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중국판 '빅뱅'은? 바로 'OK Bang'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 아이돌 그룹이다. 이들은 이름부터가 비슷하다. 사진으로 얼핏 봐도 이처럼 한국 아이돌 가수와 비슷한 중국 아이돌 가수들이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했었다. 이렇게 우리 인기 그룹의 콘셉트를 따라해도 되는 거냐고. 그것도 단순히 분위기 정도가 아니라 사진 콘셉트까지 똑같은 느낌으로. 이거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사례를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을까? 아쉽게도 정답은 No다.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물'을 지키는 것

한국 저작권 위원회

저작권을 지킨다는 것은 아이디어(idea)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로 표현된 것을 지키는 것이다. 즉, 소녀시대의 '여러 명의 소녀'라는 그룹 구성이나 곡의 느낌 및 앨범의 '컨셉'은 아이디어에 해당하는 것이고, 소녀시대가 부르는 '곡'이 바로 표현인 것이다. 그러므로 소녀시대라는 아이디어를 비슷하게 모방한 중국 소녀시대를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또한 디자인법과 상표법 등 어러가지 다른 분야와도 연결되어 저작권 하나만으로는 단정 지을 수 없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빅뱅의 노래마저도 비슷하게 모방한 'OK Bang'은 어떨까? 이 역시도 노래를 완전히 모방한 것이 아니라 분위기만 비슷하게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손을 쓸 수가 없다. 만약 노래 멜로디를 그대로 모방했다면 그건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일이다. 하지만 애매하게 분위기만 비슷하게 가져왔을 경우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노릇이다. 아무리 비슷한 분위기를 따라해도 우리로서는 '항의' 이상의 강제적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장금 살려~! 한국 저작물, 중국에서 안전한가?

드라마 한류 열풍의 중심이었던 '대장금'

그렇다면 아이돌 가수 모방 외에 다른 한국 저작물에 대한 해외에서의 저작권은 어떠한가?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국 드라마, 노래, 게임, 심지어 캐릭터까지도 중국 현지에서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물론 이는 한국 입장에서 볼 때 전반적인 한국의 이미지 형성에 득이 된다. 그러나 한국 콘텐츠의 저작권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한국의 이미지 형성 뿐 아니라, 우리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갖다 주어야 할 문화 콘텐츠의 저작권 수익은 잘 들어오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문화 콘텐츠 수출로 돌아와야 할 저작권 현실은 그다지 좋지 않다. 

중국의 경우 저작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동남아지역과 함께 중국은 저작권에 대한 의식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낮은 대표적인 나라이다. 그래서 중국으로 넘어간 한국 저작물들이 올바른 경로를 통해서가 아니라 불법으로 그들에게 전해진다. 불법 사이트에 한국 방송 콘텐츠들이 업로드되어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이를 접하게 된다. 이러한 저작권 침해로 인한 한국방송사와 기업들의 손실은 액수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 어떻게 이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는 현재 '저작권인증'이라는 방법을 통해 해외에 넘어간 한국저작물 중에 저작권인증이 안 되어 있는 저작물들을 등록시켜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또한 침해된 경우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당사자 간의 민사소송을 안내하고(대처방법, 서류상의 처리방법 등등), 형사처벌, 행정처벌(중국현지 법률사무소와 연계해 증거보전, 경고장 발송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대처보다도 사람들의 저작권 의식 수준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는 2006년 위원회가 세워진 후에 총 6번 저작권포럼을 개최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높이고,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판권박람회에서 저작권 설명회를 여는 등의 한국 문화 콘텐츠의 저작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북경과 방콕에 각각 지사가 있어, 저작권 의식 수준이 낮은 동남아권 나라들과 중국에서의 한국 저작물 보호에 힘쓰고 있다. 

해외에서, 특히 중국에서 한국저작물이 보호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중국이 아직까지 저작권 의식 수준이 낮기는 하지만, 중국 정부는 나날이 저작권에 관한 법률을 개선하고 있다. 2001년 WTO에 가입하며 저작권법을 개정했고, 그 후로도 계속해서 조금씩 법을 개선시키고 있다. 올해만 해도 2개의 저작권법을 새로 개정했다고 한다. 이러한 중국의 저작권 규제에 대한 발전은 해외로 나가는 한국 저작물이 급증하는 이 시점에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국내의 한국저작권위원회와 중국정부의 협력을 통해 한국 저작물을 잘 지켜 한류 열풍이 지속되고, 건전한 문화 콘텐츠 유통이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글/이정화(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