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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진화

국새 전북인의 장인혼과 특산물의 합작품이었다

 

 

  제4대 국새와 국새 의장품이 국민들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달 30일 정부중앙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제4대 국새 헌정식’을 열어 ‘국새제작단’으로부터 제4대 국새와 국새의장품 16종을 인계받았다.
 새 국새는 전통적 방식에 의한 주물로 만들어졌으면서도 조각같은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으며, 국새의장품 16종은 매듭, 자수, 침선, 칠, 소목, 배첩, 두석, 칠피, 종이배접 등 해당 분야의 최고의 장인들이 집대성하여 만든 작품으로 전통예술의 완결이자 전통 공예의 진수를 한데 모았다.
 특히 새 국새는 익산출신 박성규 ‘칠피공예(漆皮工藝) 명장(경기도 고양시 대자동에서 한송공방 운영)을 포함, 소병진(소목 명장)씨와 김혜미자(전통한지공예가 전주기전대 문화전통학과 교수)씨 등 3명이 정부의 국새제작단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명장은 지난해 대한민국 국새 제작단에 참여해 새 ‘국새보관함’을 만들어 정부에 납품하기도 했다. 박명장은 현재 유성룡 선생의 갑옷을 재현하는 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소병진명장은 국새의장품분야의 ‘인궤(국새 내함을 넣는 함, 국새 외함)’, 전통한지공예가 김혜미자씨는 국새의장품분야의 ‘석(국새를 인상 위 복건에 놓을 때 까는 받침)’에 참여했다.
 국새의 틀이 된 진흙 거푸집은 고령토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가장 좋은 흙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살려 제작됐다. △서울 북한산 △강원 설악산 △충남 계룡산 △충북 속리산 △경북 봉황산 △경남 산청 △전북 내장산 △전남 월출산 △제주도 한라산의 흙이 최고의 거푸집을 이뤄냈다. 9개 명소의 흙은 국민 화합과 한반도 기운을 모으는 것을 의미한다.
 국새를 놓는 받침인 ‘석’은 겉보기에는 비단 같지만 한지 200장을 1800겹으로 접은 것이다. 한지는 안동과 전주에서 외발뜨기를 해 만든 향장지와 완지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작업은 ‘한지로 만든 석을 썼다’는 기록을 근거로 복원한 것. ‘석’을 제작한 김혜미자씨는 “지천년 견오백(紙千年 絹五百)이란 말이 있듯 한지로 만든 방석 속은 솜이나 천보다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 오래 가도 뒤틀리거나 뭉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새를 담는 ‘인궤’ 작업에는 소병진 소목명장, 박성규 칠피명장, 작문열 중요무형문화재 두석장, 홍종진 충북무형문화재 배첩장, 엄익평 서울시무형문화재 옥장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가 참여했다.
나무틀인 백골을 제작한 소병진명장은 200년 전, 전주 사찰에 사용했던 춘향목을 사용했고, 과피는 철갑상어가죽, 뉴 조작은 ‘춘천옥’을 사용했다. 가죽에 칠은 모두 여덟 번에 걸쳐 이뤄졌는데, 네 번에 걸쳐 묽은 농도로 칠해 가죽의 기공 사이를 메워 변형을 막고, 여덟 번째까지 색을 넣고 광택을 냈다.
 가죽 가공도 전통적인 방식을 이용했다. 상어가죽 가공은 단단한 외피를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바꾸면서도 붙어 있는 철갑 비늘을 살려야 하는 모순된 작업이다. 상어 가죽에 닭똥, 쌀겨, 생석회를 이용하는데 소가죽과 달리, 상어가죽에는 독소를 빨아들이는 닭똥의 비율을 높게 해야 했다.
 작업에 사용한 120cm 철갑상어 가죽은 박성규명장이 두달 동안 전국의 어시장을 모두 찾아 헤맨 끝에 찾아낸 것이다.
 박명장은 “철갑상어 가죽은 우툴두툴한 비늘이 많아 웅장하고 용맹스럽다”며, “인궤 뚜껑 전체를 가죽 한 장으로 마감해야 하므로, 걸맞는 크기의 상어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새 국새는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국새의장품도 일괄 제작됐다. ‘민홍규’씨를 총괄책임자로 한 ‘국새제작단’은 2007년 4월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 국새와 의장품 16종 제작을 완료했다.
 국새는 헌법공포문 전문, 훈.포장증, 중요 외교문서 등에 날인되는 나라의 인장으로 대통령령인 ‘국새규정’에 근거하여 사용된다.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