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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종근의 역사문화 이야기 157> 언제부터 전주 ‘물짜장’과 군산 '짬뽕'을 먹었을까전주 물짜장

<이종근의 역사문화 이야기 157> 언제부터 전주 ‘물짜장’과 군산 '짬뽕'을 먹었을까
전주 물짜장

중국인들이 해외에 정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식당을 만드는 일이라는 말도 있듯 전주 화교 사회의 발전에도 중국 식당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포목집, 청요리집을 운영하던 초기 화교들의 전통을 이어 1970년 전후 윤전승씨의 아들 가흥씨와 가빈씨의 흥빈관, 홍콩반점 그리고 임국량씨의 진미반점, 아관원 등의 중국 음식점이 전주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이들 음식점이 있던 다가동 일대에는 화교거리가 조성됐다. 

화교 음식점이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다가동 화교거리에는 수십여 개의 화교 상점이 성업을 했다.

전주는 자장면도 맛있다.

맛의 본향 전주, 그 말이 실감날 정도로 골목마다 비빔밥, 막걸리, 백반, 해장국 등 맛집이 즐비하다. 하지만 전주는 비빔밥이 전부가 아니고, 막걸리, 백반이 전부가 아니다. 자장면도 맛이 있다. 마치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 대체로 다른 과목까지 잘하듯 전주는 한식뿐만 아니라 진정 자장면도 맛이 있다. 

전주의 이름난 중국집마다 ‘물짜장’을 판다.

'일품향(一品香)'은 1950년에 개업했다. 전주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집이다. 
중국 식당 일품향의 군만두는 말 그대로 일품인, 구운 만두의 정석이다. 대한민국 거의 모든 중국집에서 팔고 있는 군만두는 사실 군만두가 아니라 튀김만두다. 그러니 딱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일품향에서는 표현 그대로 구워낸다. 한쪽은 좀 바삭할 정도로 굽고 다른 한쪽은 조금 덜 구울 뿐이다. 그래서 군만두는 부드럽고 촉촉하면서도 향기로워진다. 튀김만두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그 다음으로 오래된 곳이 '영흥관(永興館)'이다.
전주시 경원동에 위치한 ’영흥관‘은 화교중식당 1세대이자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중국음식점이다.
‘영흥관’은 '영원히 흥하라’라는 의미다
1950년에개업, 70년 전통의 맛을 지키고 있는 물짜장 원조 중식당이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 산둥성에서 건너온
위숭창 창업주가 전주에 자리를 잡고
그 이후 2대 위덕강 대표가,  현 위무경 씨까지 물짜장의 전통을 쓰고 있다.
대표 메뉴인 물짜장과 탕수육이 유명한 곳이다.
 전주 명물인 물짜장을 잘한다. 물짜장은 춘장을 쓰지 않고 각종 해물과 채소를 전분소스로 볶아낸 면이다. 그래서 수이자장(水炸醬)이다.
얼큰하면서도 칼칼한 맛을 내는 비결은 춘장없이 전분으로 식감을 유지하고, 고추씨와 함께 닭을 통째로 삶아낸 육수와 계란이 들어간 부드러운 반죽에 있다
매콤한 소스에 손반죽으로 쫄깃한 면을 비벼 먹으면 전주여행의 즐거움이 더하다. 바삭하게 튀겨낸 두툼한 고기 튀김에 달큼한 소스를 끼얹은 탕수육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전북도가 2024년 전통과 성장잠재력을 갖춘 ‘전북 천년명가’ 6곳을 선정했다.
최종 선정된 업체는 △일신(농축산 방역과 관련된 다양한 방역 시스템과 아이템 운영·전주) △라복임플로체(생화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컨텐츠 제공·군산) △영흥관(물짜장의 원조 중식당·전주) △만성한정식(2대에 걸쳐 전주 전통음식 계승·전주) △동방상회(50년을 이어온 참기름 명가·전주) △미락도시락출장뷔페(고객들의 연령대와 입맛을 고려한 음식 제공·정읍) 등이다.
 영흥관은 44년 동안 3대 승계를 한게 입증돼 천년명가에 선정됐다.

  ‘대보장(전라감영4길 3)'은 문 연 지 50년이 훌쩍 넘은 노포다. 벽에 걸린 낡은 그림과 고풍스러운 시계가 지난 시간을 증명한다. 세월만큼 힘이 센 건 없다. 시간이 촘촘히 박힌 맛은 사람들을 잡아당긴다.
1962년에 개업한 ‘대보장’은 화교 장진동(2018년 작고)씨가 창업자다. 현재 그의 아들인 장립해(66)씨가 운영한다. 오전 11시 10분에 문 열어 오후 2시면 문을 닫는다. 재료가 빠르게 소진되기 때문이다.
무려 60년 동안 자리를 지킨 전주의 터줏대감,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탕수육 맛으로 정평이 났다.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달큰한 소스에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탕수육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전주 중앙동 '진미반점'은 순한맛과 매운맛 2종류으 물짜장을 판매한다. 화교가 운영하는 중식당으로 현지인이 즐겨찾는 곳이다. 
전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물짜장 맛집이다. 화교가 운영하는 곳으로 현지인이 즐겨 찾는다. 물짜장은 순한맛과 매운맛이 있고, 탕수육의 경우 중국식 탕수육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요리를 별도로 판매하는 것도 특징이다.
중국 산동성 연태시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던 유영백(진미반점 주) 씨의 부친이 모택동의 공산당 정권이 수립되면서 숙청 대상으로 알려지자 1949년 중국에서 탈출해 한국의 전주에 자리잡게 됐다.
1969년 7월 ‘진미반점’이란 중국음식점 등록허가를 받아 전주 시민들로부터 아주 좋은 평판을 받아오고 있다. 현재 진미반점을 운영하고 있는 유영백(1955년생) 씨는 화교 2세로 전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한중문화잡지사에 근무하다가 부친이 창업한 이 가게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윤가빈씨가 운영한 ‘홍콩반점’은 전주에 없다. 윤의 부친은 윤진성(작고)씨다. 한국식 중식의 뿌리는 중국 산둥성이 고향인 화교다. 진성씨도 산둥성에서 전주로 이주한 화교다.
 1950년대 그는 전주 다가동에 중국집 ‘홍빈관’을 열었다.

 이후 가업을 이은 둘째 아들 가빈씨가 1970년대 상호가 ‘홍콩반점’으로 바뀐 중국집을 40년 넘게 운영했었다. 부친은 “재료 손질부터 소스 제조법까지 엄하게 가르쳤다”고 한다.
전주 물짜장의 원조격인 중앙동 웨딩거리 '홍콩반점'의 것은 소스를 간장과 고추기름을 써서 만드는 관계로 색깔이 옅은 겨자빛깔을 띄었다. 특히 이 집의 대표 메뉴인 '삼선 물짜장'은 오징어, 새우, 해삼 등 해산물과 돼지고기, 양파, 배추, 양배추 등 야채가 듬뿍 들어가 푸짐했다. 해산물의 고들고들 씹히는 맛도 일품이거니와 양념이 잘 베인 면발도 부드럽다. 특히 걸쭉하면서도 부드러운 듯 칼칼한 소스는 개운한 뒷맛을 남겼다.
이 집은 3대째 가업을 잇는 화교 집안이었다.

1970년대 전주 중앙동의 홍콩반점 맞은 편에 있던 영광상회(영광슈퍼)에서 가맥(가게 맥주)을 팔았다.

군산 짬뽕

 군산은 1899년 개항 후 국제무역항으로 성장했다. 일본인과 중국인이 몰려들고 각종 물산(物産)이 흘러들었다. 
대전과 충남을 가로질러 400㎞를 굽이도는 금강도 군산에서 바다와 만났다. 사람과 바다, 물자가 섞이면서 새롭게 태어난 군산은 최근 10여 년 사이 '짬뽕 도시'로 거듭났다. 167곳이나 되는 중국집에서 저마다 다른 짬뽕을 내놓는다. 맛과 아이디어의 대결이다. 

홍합과 조개가 산더미처럼 쌓인 짬뽕, 손바닥만 한 달걀 프라이를 얹은 짬뽕, 해산물 육수에 콩나물을 듬뿍 넣은 짬뽕이 나온다. 군산 짬뽕을 먹겠다고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온다. 콧대 높은 군산의 유명 중국집은 대부분 배달을 하지 않는다.

군산 '빈해원(濱海園)'은 1950년대 화교인 왕근석씨가 창업해 대를 이어온 중국 음식점이다. 
'빈해원'이라는 가게 이름은 '바다 옆에 자리했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을 위해 인천에서 부산으로 배를 타고 가다가 배가 고장나는 바람에 1952년 군산에 정착한 그는, 1965년 현재 건물로 가게를 이전했다. 원래 이전할 당시에는 1층이었으나 후에 증축을 하여 2층 건물이 됐다.
 근대 군산에 정착했던 화교 문화를 보여주는 건축물로서도 가치가 있는 곳이다. 

본래 물짜장으로 유명했던 빈해원은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 음식점이다. 이런 역사성 때문에  등록문화재(제723호)가 됐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물짜장’. 일반 짜장면에서 춘장을 뺀 것이다. 해산물도 가득하다. 입에 착착 붙는 감칠맛이 느껴진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빈해원 바로 옆에는 중식과 한식, 양식을 총망라하는 만춘향도 있었다.  만춘향은 이곳의 주인이 별세하면서 안타깝게 문을 닫았다.

화교였던 주인은 중식(중화요리) 뿐 아니라 한식과 일식, 양식 등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 백화점을 만들어 군산의 음식문화를 선도했다.

만춘향의 요리는 약간 느끼하면서 차이나 향이 진한 반면 빈해원의 요리는 순하고 담백했다는 게 1970~ 80년대 지역

군산은 빈해원, 복성루 외에도 유명한 짬뽕집이 많다. 국제반점, 서원반점, 쌍용반점, 영화원 등이다. '군산짱뽕' 고장답게 짬뽕에 들어간 해산물이 푸짐하고 맛있다는 평가다.

군산 짬뽕은 개항기와 일제강점기에 주로 정착했던 산동성지방의 중국인들이 자신의 고향 음식이었던 초마면의 변형으로 시작됐다는 것이 유래라고 하는 원로 중국집 주인의 증언도 있지만 정설로 단정하기 쉽지 않다. 
물론 짬뽕의 원조와 달리 군산짬뽕의 유래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없지만 일반적인 짬뽕과 유사한 전수과정은 있었을 것이다.

이 시기에 정착한 화교들은 초기에는 포목상이었지만 부두 노동자 등이 1920년대에 대거 들어오면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사용, 초마면을 조리해서 판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인 짬뽕의 국내 유입과 유사한 흐름을 갖고 있다.

일제 때 문을 연 동해루(장미동 전북은행 본점 인근)는 카페 제직스의 옛 자리이고 이곳에서 청요리가 유명했단다. 옛 쌍성루는 서울자개 앞 양키시장 입구에 있었고, 옛 군산시청 뒤편 김비뇨기과 밑의 커피숍 자리에는 옛 평화원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이들 중국집이 대표적이었다면 60~ 80년대에는 30~ 40개의 중국집이 성업했을 정도로 군산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현재 군산에 화교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8곳에 이며, 내국인 운영하는 음식점 126곳 등도 있다.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으론 빈해원, 홍영장, 제일반점(야연), 국제반점, 영화원, 신풍원, 영빈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