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식

<이종근의 역사문화 이야기 59> 전북의 김치, 함라 반지와 전주 구세미 깍두기

<이종근의 역사문화 이야기 59> 전북의 김치, 함라 반지와 전주 구세미 깍두기

농심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김치라면' 용기면 포장지의 중국어 표기를 삭제한다. 김치라면 용기면 겉면에는 'Seasoned with Real Kimch'라는 표기와 함께 '辣白菜'(라바이차이)라는 표기가 함께 들어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이 김치와 '파오차이'가 같기 때문에 중국 문화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치로 바꿨다. 농심측은 규정이나 법규 등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논란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라바이차이' 표기를 포장에서 빼기로 해 'Kimch' 표기만 사용한다고 했다.

김치는 한국 식생활 문화에서 토착성과 상용성이 큰 고유한 채소염장 발효식품이다. 우리 민족은 오래 전부터 채소를 즐겨 왔기 때문에 채소가공이 발달하여 왔고 이 중 김치는 발효되는 동안에 유산균에서 생긴 신맛과 고추의 매운맛과 젓갈의 짠맛·감칠맛 등이 합해서 독특한 맛을 낸다. 김치는 우리 조상의 슬기가 어린 음식이고, 우리 겨레의 특유한 기질과 식생활 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해왔다.

익산 함라면 함열리 함라반지는 배추와 무에 김치소를 채워 넣고 젓국이나 육수로 만든 국물을 부어 숙성시켜 만든다. 반지의 ‘지’는 김치를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이니, ‘반지’라는 말은 양반가의 김치라는 뜻이기도 하고, 동치미도 아니고 고춧가루를 많이 넣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김치라는 뜻이기도 하다. 반지는 전체를 버무리는 일반적인 김치와 달리, 양념하지 않은 하얀 배추에 김치소만 버무려서 먹는다는 특징이 있어, 얼핏 겉보기에는 물김치와 비슷하지만 맛이 다르다. 반지는 금강 하굿둑을 쌓기 이전에 이웃한 금강 곰개나루로 배가 들어오던 시절에 풍족한 해산물을 김치에 넣어 먹는 데서부터 비롯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담그는 방법이 복잡해 거의 사라졌다가, 최근들어 함라면의 전통문화를 복원·계승하려는 주민들의 모임인 함라문화예술공동체를 중심으로 반지를 되살리고 있다.

 전주고들빼기김치는 쌉쌀하면서도 멸치젓의 감칠맛이 어울려서 밥맛을 돋우게 하는 음식으로, '고들빼기김치는 양반이 아니면 못 먹는다'는 말이 전해온다.여름의 별미, 

열무의 존재감 전주 10味 중 하나인 열무는 전주 동쪽 기린봉 기슭에서 생산되는 것과 전주의 남쪽 완산주와 임실의 경계선에 있는 효간재에서 나오는 것을 손꼽는다. 열흘이면 자라서 먹을 수 있는 ‘여린 무’라서 이름도 ‘열무’인데, 보통 7~8월 한더위에 김치를 담는 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열무는 하얀 밑둥도 먹지만 주로 푸릇푸릇한 이파리를 먹는다. 요즘은 하우스 재배로 사철 맛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한여름 뙤약볕 아래 소나기를 맞으며 자란 싱싱한 열무 맛을 따라갈 순  없다.

토박이 아니면 모르는 구세미지. 무를 네모 반듯하게 썰어 절였다가 반드시 젓갈을 넣고 양념과 버무려 담근다. 전주지역에서는 특별히 아가미 젓으로 만든 깍두기를 구세미지라고 불렀다. 

김치의 기원 우리나라 문헌에서 김치를 일컫는 용어는 한자의 표기로 저(菹), '침채(沈菜)', '지(漬)'의 네 글자이며 한글로는 '딤채', '김치', '지'이다. '침채'가 '팀채:가 되고 이것이 '딤채'로 다시 구개음화 하여 '김채'가 되고 김치'로 바뀌었으리라 본다. 홍선표는 깍두기의 유래를 “정조 때에 왕의 딸인 홍현주의 부인이 처음으로 만들어 왕에게 바쳤다. 당시의 이름은 각독기(刻毒氣)라 했는데, 공주로 낙향한 정승의 한 사람이 깍두기를 민간에 퍼뜨렸기에 공주깍두기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조선요리학(朝鮮料理學)'에서 설명하고 있다.

영조·정조시대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춘향전'의 “어사또 상을 보니 어찌 아니 통분하랴. 떨어진 개상판에 콩나물 깍대기 막걸리 한사발 놓았구나”는 구절에도 깍두기가 등장하고 있다.  깍두기의 조리법이 기록되어 있는 것은 1800년대 말경의 것으로 추측되는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서부터이다.

다양한 깍두기의 종류 중 정깍두기와 숙깍두기는 먹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기원이 담겨있는 깍두기이다. 
정깍두기는 무를 정사각형으로 단정하게 썰어 담근 깍두기로 임산부에게 몸과 마음이 바른 아이의 출산을 바라는 뜻이 담겨있다. 숙깍두기는 깍둑 썬 무를 삶아 무르게 한 후 김치 양념에 버무려 익힌 깍두기이다. 치아가 부실하고 소화 기능이 약한 노

인과 어린아이들에게 적당하고 일반 깍두기와는 다른 맛이 난다. 무는 오래 삶으면 뭉그러질 우려가 있으므로 살짝 삶아야 한다.

깍두기를 담글 때는 배추김치에 비해 갖춰야 할 재료 종류나 방법이 까다롭지 않아 예부터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수시로 담가 먹었다.

들어가는 젓갈이나 해산물 종류에 따라 굴깍두기, 새우젓깍두기, 창난젓깍두기 등 다양한 깍두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동일한 재료를 칭하는 토속어가 다르다보니 명태아가미를 넣은 깍두기 하나도 강원도 지역에서는 서거리깍두기, 전라북도 지역에서는 구세미지라 한다. 무를 자른 모양에 따라서 달리 부르기도 하였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무를 쪼개 만들었다 하여 쪼각지, 함경도 지역에서는 무가 단단하여 육각형으로 썰기 어렵다 보니 길이로만 썰어 채(칼)깍두기라 했다. 궁중에서는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작고 정갈한 모양으로 송송 썰어 만든 깍두기를 ‘송송이’라 불렀다. 깍두기는 젓무·홍저(紅葅)라고도 하며, 궁중에서는 송송이라 했다.경기도 여주 지역에서만 나는 게걸무를 이용해 만든 게걸무깍두기도 많이 알려져 있다.

충남 공주시가 김장철을 맞아 ‘공주깍두기’의 유래를 널리 알리기 위한 ‘2023 제3회 공주 깍두기 축제’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오모리깍두기설렁탕라면이 완판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전체 용기면 150여종 중

 매출 톱10 안에 들기도 했다.

담백하고 뽀얀 사골 설렁탕 국물 맛에 원물 깍두기의 시원함과 얼큰함을 더할 수 있는 프리미엄 용기면으로 기존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의 원물 묵은지 대신 깍두기로 달리 구성해 재미와 신선함 까지 살렸다. 

전북에선 남원 겨우사리김치, 무주 곰보배추김치, 새

똥김치, 부안 동당지, 임실 초련김치, 쫌배추김치 등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는 김치가 너무 많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