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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주 학인당 백낙중 종가 ‘생합작’과 씨간장

전주 학인당 백낙중 종가 ‘생합작’과 씨간장

인재종가의 생합작은 최소한 백낙중 생존 시부터 요리해 먹던 음식이라는 것이 서화순 종부의 말이다. 생합작은 제사상에 오르는 음식이면서, 손님 술상에도 오르는 대표적 술안주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합전’이라고도 불리는 생합작은 전복이 양식되기 전의 옛날에는 고급요리였다. 근처에 흐르는 만경강에는 생합(백합·대합으로도 불림)이 많았고, 이 생합을 주재료로 갖가지 재료를 섞어 요리하던 음식이다. 손이 많이 가는 고급 음식이다. 생합 속살을 꺼내 잘게 다진 후 여기에 쇠고기, 표고버섯, 다시마, 당근, 호박 등을 다져 넣고 섞은 뒤 간장, 참기름, 깨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간을 한 재료들은 달달 볶아 소를 만든다. 볶을 때 재료들이 엉겨붙지 않도록 밀가루를 조금 넣는다. 볶은 것을 다시 생합 껍데기 안에 가득 채워 넣고, 그 위에 달걀옷을 입힌 후 노릇노릇하게 지진다.

전주 인재종가의 내림음식인 생합작. 생합(백합) 속살을 주재료로 만들며, 제삿상에 올리거나 술안주와 반찬으로도 사용했다.
‘만경강 전복’ 대합으로 요리한 만석꾼 종가의 고급 술안주가 된다.

종부는 생합작과 함께 이 종가의 내림음식으로 한채를 소개했다. 늦가을 무와 석류가 나오는 시기에 해먹는, 차갑고 시원한 무채 김치다. 한채는 달고 아삭한 무가 주재료다. 무를 얼마나 얇고 가늘게 채 써느냐가 관건이다. 무를 썬 다음 바로 천일염 간을 해서 버무려 놓는다. 배·밤·마늘은 얇게 저미고, 생강은 채 썬다. 쪽파도 잘게 썰어놓는다. 재료 장만이 끝나면 간해 놓은 무와 함께 버무려 그릇에 담는다. 무에 소금 간을 했으니 설탕과 식초, 깨소금만 추가로 넣는다.

하루쯤 재워 먹어야 제맛이 나며, 5일 정도는 저장해 두고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실고추와 잣을 고명으로 올리고, 석류는 마지막에 한채 위에 올려서 새콤한 맛과 붉은 색감을 더해 먹음직스럽게 한다. 외국인들이 특히 한채를 좋아한다고 한다.

씨간장은 서화순종부에 따르면 한국전쟁때 조모가 간장 종지를 갖고 피난길에 올랐다. 이 씨간장으로 소고기뭇국과 가지선에 넣는다. '선'이란 찌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