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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유일한 조선시대 호남 조리서 ‘음식보’ 공개 행사




조선시대에 호남지역에서 집필된 조리서로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알려진 ‘음식보(飮食譜)’의 내용을 해제하고 수록된 음식을 재현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 전시하는 행사가 2023년 10월 6일부터 8일까지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리는 ‘제29회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에서 개최된다.

조선 영조 대인 1756년에 처음 집필된 음식보는 전남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에 세거해 온 풍산홍씨 창애공파(蒼崖公派) 가문의 6세손으로 승정원 좌승지를 지낸 주은(酒隱) 홍수원(1702~1745)의 부인인 숙부인(淑夫人) 진원오씨(珍原吳氏·1698∼1770)가 쓰고, 승정원 동부승지 겸 경연참찬관을 지낸 아들 석애(石崖) 홍봉주(1725∼1796)의 부인이자 진원오씨의 며느리인 숙부인(淑夫人) 진주정씨(晋州鄭氏·1736∼1802)가 일부 내용을 더한 한글 조리서다. 다른 조리서에 나오지 않은 음식과 전라도식 식재료 및 요리 이름 등 독특한 내용들이 들어 있어 학술적, 문화적 가치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석애 문중에서 대대로 소장해오던 고서 중에 포함됐다가 2021년 한국학호남진흥원에 가문 소장 고문서 일체를 기탁하는 과정에서 원본이 처음으로 학계에 공개됐다. 이전 1981년 무렵에 일부 학자들에 음식보의 존재 사실이 알려진 바 있으나 당시에는 원본이 아닌 사진 영인본으로 상태가 좋지 않고 일부는 손으로 내용을 변형하는 등 원전으로서의 가치가 없어 정확한 내용과 집필자, 지역 등을 밝히지 못하다가 최근 원본 공개에 따라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조선시대 조리서들은 대부분 수도권(산가요록, 규합총서 등), 충청권(최씨음식법, 주식시의 등), 영남권(수운잡방, 음식디미방 등)에서 기록된 것으로 정작 뛰어난 음식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호남지역에서 집필된 조리서가 발견되지 않아 여러 가지 추측과 함께 전라도 음식문화에 대한 평가절하와 왜곡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음식보의 등장은 남도 음식문화의 역사와 전통성을 증명할 근거자료로는 물론 우리 전통음식의 균형적인 연구 차원에서도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행사는 최근 음식보 관련 연구 논문을 낸 음식민속학자 박채린 박사(세계김치연구소)와 석애가문 종손인 홍명석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음식보 집필 시기와 배경, 집필자와 가문, 수록 음식의 종류와 가치 등 전체 내용을 상세히 정리하고 기록된 음식을 재현·복원해 전시하는 등 음식보의 모든 것을 일반에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다. 그런 만큼 지역 관계자들은 물론 전국의 음식문화 연구 학자와 전문가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음식보 전시 외에도 현지 조사를 통해 직접 확인한 종가의 내림 음식을 엄선해 전시하는 ‘남도 종가 내림 음식 특선전’과 형식과 의미에 주안점을 두는 제사음식 등 의례 음식과 달리 음식 본연의 기능인 맛과 영양 등을 추구하는 종가의 일상 음식에 초점을 맞춘 ‘남도 종가의 일상 음식 특별전’도 함께 진행돼 남도 종가 음식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행사를 총괄 기획하고 주관하는 김홍렬 청주대학교 교수(한국음식인문학연구원장)는 “호남지역 조리서 음식보의 등장으로 우리나라 전통 음식문화의 지역 간 비교 연구가 가능하게 됐으며, 더불어 남도 음식의 역사 문화적 위상 제고와 정체성 정립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종가 음식을 포함한 남도 음식문화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전체 행사의 주최 측인 전라남도 문화예술과 양국진 과장은 “남도음식문화큰잔치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남도 종가 음식문화 행사인 만큼 학자와 전문가 외에 일반시민들도 많이 참관해 우리 고장 음식문화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종가 음식에 관한 이해와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남도 종가 음식문화 전시 행사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2023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