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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북 구세미 깍두기(구세미지)

전북 구세미 깍두기(구세미지)

깍두기라는 명칭이 처음 출현하는 기록은 1700년대 판소리인 <『춘향가春香歌』> 중 “어사또 상을 보니 어찌 아니 통분하랴. 모 떨어진 개상판에 닥채 저붐 콩나물 깍대기 막걸리 한 사발 놓았구나.”라는 대목이다.

깍두기를 담글 때는 배추김치에 비해 갖춰야 할 재료 종류나 방법이 까다롭지 않아 예부터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수시로 담가 먹었다.

들어가는 젓갈이나 해산물 종류에 따라 굴깍두기, 새우젓깍두기, 창난젓깍두기 등 다양한 깍두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동일한 재료를 칭하는 토속어가 다르다보니 명태아가미를 넣은 깍두기 하나도 강원도 지역에서는 서거리깍두기, 전라북도 지역에서는 구세미지라 한다. 무를 자른 모양에 따라서 달리 부르기도 하였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무를 쪼개 만들었다 하여 쪼각지, 함경도 지역에서는 무가 단단하여 육각형으로 썰기 어렵다 보니 길이로만 썰어 채(칼)깍두기라 하였다. 궁중에서는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작고 정갈한 모양으로 송송 썰어 만든 깍두기를 ‘송송이’라 불렀다. 경기도 여주 지역에서만 나는 게걸무를 이용해 만든 게걸무깍두기도 많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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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 오수장 심삼남(75) 할매는 오늘 새복 다섯 시에 오포대 옆 자리에 첫 구루마를 끄서다 댔다. 시장통에 있는 집에서 여덟 번을 왕복으로 걸음하여 차려낸 어물전.

“장사는 항시 그 자리에 채려놓고 갖촤놓고 내 손님 지달리는 것이여.”

여름으로는 새복 네 시, 시한으로는 새복 다섯 시. 47년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켜 온 ‘심삼남 어물전’의 개점 시각이다.

영하 15도의 새벽, 꽁꽁 언 진어물을 난전에 펴려니 하도 손이 시려워서 눈물이 찌끔 나왔더라는 할매.

“글도 어물 장사는 겨울이 좋아. 더 씽씽허니 판게.”

일찍하니 장을 보러 온 어매가 좌판을 들여다 본다.

“구세미(대구 아가미)가 나왔네.”

사는 사람이 먼저 알아보고 반가워하는 구세미.

“썰어서 뼈다구 조사서 무시 나박나박 썰어서 깍두기 담아.”

전북에서 주로 먹는다는 구세미깍두기 조리법을 찬찬히 일러주는 할매.

동태 달라는 아짐은 값도 묻지 않는다.

“요새 무시가 맛나. 육수 내서 무시 얄풋하게 저며넣고 고칫가리 옇고 매움허니 폭폭 낄애.”

꽝꽝 언 동태를 아홉 토막으로 나누어 꺼멍봉다리에 담아 주며 친정엄마처럼 이르는 말씀이다.

드문드문 지나가는 사람에게 “보고 가셔” 하는 말씀 대신 “불 쫴요” 그 말씀만 건네는 심삼남 할매. 추운 거리에 따뜻한 불씨를 자꾸만 피우는 그 마음이다.(출처 전라도닷컴 남인희·남신희 기자 승인 2018.03.19 14:04,  '전라도닷컴' 장터의 겨울-겨울장터의 어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