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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군산 '빈해원'이 문화재가 됐다

영화 '타짜' 를 찍은 중국음식점 군산 '빈해원'이 문화재가 됐다.

등록문화재 제723호 '군산 빈해원'은 1950년대 초부터 화교인 왕근석씨에 의해 창업되어 대를 이어온 중국 음식점으로 1∼2층이 개방된 내부 공간이 특징이다. 근대기 군산에 정착했던 화교 문화를 보여주는 건축물로서 가치가 있으며 보존상태도 양호하다.

영화 ‘타짜’(2006)와 ‘남자가 사랑할 때’(2014) 촬영지로 유명한 가운데 영업 중인 음식점이 문화재가 되기는 매우 드문 경우다. 물짜장으로 유명한 빈해원은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 음식점이다.

‘남자가 사랑할 때’ 촬영 당시에서는 불법 도박장으로 꾸며졌다. 영업 중인 식당이 문화재로 등록되기는 일제강점기 때 건립된 고창 조양식당을 제외하면 사례가 거의 없다.
1980년대부터 식도락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점차 유명해진 전북 군산시에 있는 짬뽕특화거리가 명소화 사업을 거쳐 한국의 짬뽕특화거리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전라북도 군산에는 짬뽕 특화거리를 비롯해 이미 많이 알려진 짬뽕 맛집들이 성업중이다.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소개되고 고추짬뽕으로 유명한 '지린성', 음식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 소개돼 푸짐한 해산물이 담긴 짬뽕을 뽐냈던 '쌍용반점', 생활의 달인에 나와 전국 5대 짬뽕 집 중 하나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복성루'.

또 '서원반점', '빈해관', '황해 짬뽕집'등 군산에는 유명한 짬뽕 집이 많다. 이렇게 짬뽕과 인연이 깊다 보니 군산의 여럿 중국집은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빈해원'과 '국제반점'은 영화 타짜(2006) 속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온 물 짜장 맛집 '홍영장'등 여러 유명 식당들이 있는 군산은 중국음식 애호가들에게 이미 인기 장소 중 한 곳이다.

전북 군산이 중화요리가 발달된 특별한 이유를 보면 1890년대 후반부터 중국 산동 출신 화교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짬뽕 역사를 살펴보면 1960년에 군산에 정착한 중국 화교들이 중국요리 중 하나인 초마면에 해물, 고기, 고춧가루 등을 넣어 붉은 초마면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이 음식을 짬뽕이라고 불렀다.



군산은 우리나라 짬뽕의 탄생지이기 때문에 짬뽕 맛집이 많은 것도 당연하다.

전북 군산시가 올해 골목상권 활성화와 먹거리 관광을 위해 역점사업으로 짬뽕특화거리 명소화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0일 군산시에 따르면 이 거리는 역사성과 관광지 연계 등을 고려해 근대역사박물관 인근 '동령길'과 '장미길'이 선정됐다.

시는 짬뽕특화거리에 입점할 영업자를 공모해 현재 기존 업소 2개소와 신규 업소 4개소 등 총 6개소가 성업 중이다.

이 곳은 빈해원과 홍영장을 비롯해 과거 인기를 끌었던 만춘향 등 중국 화교들이 짬뽕 음식점을 운영해온 거리다.

시는 군산짬뽕을 형상화한 조형물 설치를 시작으로 환경정비 공사 시행, 관광 맛지도 제작·홍보, TV 방송, 짬뽕 페스티벌 개최 등 짬뽕 특화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20억 4000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짬뽕 특화거리 내 입점업소에 한해 재정지원 사업(임대료 및 식자재 구입비) 및 신규 입점업소에는 시설비지원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군산 짬뽕 육성 전략 및 브랜드명 등 개발' 연구용역을 통해 군산짬뽕 브랜드명은 '군산짬뽕', 특화거리 브랜드명으로는 '짬뽕시대로'로 선정했다.

시 관계자는 "군산하면 짬뽕, 짬뽕하면 군산으로 기억되는 짬뽕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짬뽕 특화사업을 근대역사문화 관광지구와 연계해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 5대 짬뽕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전라북도 군산시 '복성루'에 도착한 것은 토요일 아침 10시28분이었다. 아직 11시도 안된 이 시각에 짬뽕집을 찾은 이유는 단지 이곳이 군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 10분 거리로 가장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성루 앞에는 이 시각에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복성루 영업시간을 확인해보니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게다가 일요일은 휴무. 유명 식당이라고 일요일에도 영업을 할 거라고 여기거나 식사 시간을 피해 한가한 시간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간 낭패 보기에 딱이다.

아침부터 중국집 앞에 줄을 선 이유는 그나마 이 시간에 가야 대기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문 연 지 채 30분도 안됐는데 벌써 십여 명이 줄을 서 있고, 점심 무렵부터는 문을 닫는 4시까지 1시간으로는 부족하고 기본 2시간은 줄을 서야 한다.

이 시간에는 그래도 30분 만에 식당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복성루 내부에는 의자 테이블 7개, 안쪽 방에 좌식테이블 4개가 있었다. 기자 혼자 방문해서 대표메뉴인 짬뽕(7000원)을 택했지만 앞서 방문한 지인들에 따르면 볶음밥(7000원)도 맛있다고 한다.

토요일 아침 10시28분 풍경, 복성루 간판 아래 있으면 30분 내에 입장할 가능성이 높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4시까지다. 오른쪽 사진이 복성루 짬뽕 /사진=이지혜 기자 
토요일 아침 10시28분 풍경, 복성루 간판 아래 있으면 30분 내에 입장할 가능성이 높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4시까지다. 오른쪽 사진이 복성루 짬뽕 /사진=이지혜 기자
복성루 짬뽕이 외지인들에게 유명해진 것은 풍성한 해산물 덕분이다. 특징이라면 돼지고기 고명이 따로 얹어져 나온다. 일반적으로 짬뽕은 들어가는 재료를 함께 볶아 끓여내는 '잡탕'이 기본인데 복성루는 간이 거의 없이 특유의 잡내만 제거한 고명 형태 고기가 짬뽕 위에 얹혀 있다. 짬뽕은 맵고 자극적인 맛이 주류를 이뤄 원재료 맛을 느끼기 어려운데 복성루 짬뽕은 오징어와 조개 맛이 조화를 이룬다. 평소 짬뽕의 짠맛이 부담스러운 이들도 복성루 짬뽕은 덜 짜게 느껴질 것이다.

군산은 복성루 외에도 유명한 짬뽕집이 많다. 최근 블로그나 여행객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식당은 빈해원과 국제반점, 서원반점, 쌍용반점, 영화원 등이다. '군산짱뽕' 고장답게 짬뽕에 들어간 해산물이 푸짐하고 맛있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 빈해원과 국제반점은 영화 '타짜'를 촬영한 곳으로 소박한 복성루와 달리 실내 인테리어가 무척 화려하다. 이소룡이 노란 트레이닝복을 입고 '아뵤~' 하고 소리를 지르며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다. 이들 집에서는 짬뽕보다 유명한 메뉴인 '물짜장(7000원)'도 먹어봐야 한다. 검은색 짜장을 쓰지 않고 탕수육 소스 같은 반투명한 소스에 재료를 볶아 얹어 내놓는다.

또 다른 군산의 명물인 이성당 빵집은 1945년에 문을 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꼽힌다. 단팥빵(1개 1200원)과 야채빵(1500원)이 유명하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며 야채빵은 오전 10시가 지나야 나온다. 이틀 전에 전화로 미리 주문을 해놓고 갈 시간을 미리 알려놓으면 줄을 서지 않고 살 수 있다고 한다.

군산 이성당 빵집 내부/사진=머니투데이DB
군산 이성당 빵집 내부/사진=머니투데이DB
여행객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오전 8시 이성당이 문 열 때 가서 단팥빵을 사고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일본 사찰인 동국사 대웅전에 들렀다가 10시에 문 여는 복성루에서 짬뽕과 볶음밥으로 '브런치(아침 겸 점심)'를 먹는 것이다. 오후에는 근대미술관 근대건축관, 진포해양공원, 초원사진관 등을 둘러본다. 걸어 다니다 출출해지면 아침에 산 이성당 단팥빵을 시원한 우유와 함께 먹으면 된다.

어복쟁반은 평양의 향토 음식으로 냄비 보다는 얕은 쟁반 스타일의 큰 놋그릇에 담아 여럿이 나누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이북 음식 답게 슴슴한 간의 고기와 야채를 초간장에 찍어 먹다 국물이 졸아들면 국수 사리를 넣어 먹기도 한다. 평양 상인들이 흥정을 하는 와중 이 어복쟁반을 앞에 두고 함께 먹으면서 흥정 중에 쌓인 긴장감을 가라앉혔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우리네 음식이 그렇듯, 소고기와 야채로 만든 음식임에도 ‘어복’이라고 불리게 된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임금이 병에 걸려 기름기를 뺀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내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한 요리사가 놋쟁반에 내놓은 음식이 이 어복쟁반이었는데, 그 놋쟁반의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있어 뒤집어 보면 임금의 배를 닮았다고 하여 어복쟁반(御腹錚盤)이라 불렸다는 설도 있고, 소의 뱃살을 썰어 만든 음식이므로 ‘우복(牛腹)’임에도 불구하고 구전되며 잘못된 발음으로 알려진 것이 아니냐는 설도 있다. 

여하튼 어복쟁반은 남녀노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담백한 맛과, 푸짐한 담음새, 끓여먹으며 오랜 시간 함께 식사하는 이와 도란도란 수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또는 가까운 벗과 함께 하기에 좋다. 이번 주엔 어복쟁반의 따스한 김을 가운데 놓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보자.

서울 및 수도권 어복쟁반 맛집으로는 청담동 피양옥, 시청 남포면옥, 충무로 진고개, 삼성동 평가옥, 논현동 진미평양냉면, 장충동 평양면옥, 논현동 평양면옥, 서초 교대 서관면옥, 역삼 류경회관, 을지로 평래옥, 분당 평가옥, 판교 능라도, 여의도 정인면옥, 역삼 능라도, 시청 강서면옥, 방이 금왕평양면옥, 반포 잠원 의정부평양면옥, 일산 대동관, 청담 평양일미, 여의도 대동문, 강남구청 봉밀가, 은평 만포면옥, 고양 만포면옥, 홍대 동무밥상, 압구정 압구정면옥, 논현 봉산평양냉면, 안양 관악관, 교대 더진미평냉, 연남동 우주옥, 송파 옥돌현옥, 목동 평미가, 삼성동 경평면옥, 선릉 우밀면옥, 도곡 평양면옥, 광화문 능라도 등이 유명하다.

전국 어복쟁반 맛집으로는 천안 피양옥, 대구 대동면옥, 대구 대동강, 양주 평양면옥, 부산 원산면옥, 군산 압강옥 등이 유명하다

백화수복과 베리나인 골드의 추억

1970년대 군산을 얘기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백화양조’다. 백화양조는 한때 청주는 물론이고, 연이은 위스키 히트작으로 1970년대와 198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차례나 제사상에 올리는 제주(祭酒)의 대표 격인 청주 ‘백화수복’이 백화양조의 간판 상품이었다. 1985년 백화양조가 두산에 팔리고, 백화양조를 산 두산주류마저 롯데주류로 넘어가면서 백화수복을 처음 만들었던 회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백화수복은 아직도 그 상표 그대로 팔리고 있다.

백화양조가 만들었던 술 가운데 최고로 히트한 것이 아마도 ‘베리나인’시리즈가 아니었을까. 백화양조는 양주에 손을 대면서 위스키 원액 19.9%의 기타재제주 ‘죠지드레이크’를 선보였는데, 이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원액함량이 낮다는 이유로 죠지드레이크에 ‘위스키’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되자, 이번에는 위스키 원액을 25%로 높인 ‘베리나인’을 만들었다.

베리나인도 잘 팔렸지만, 이것보다 더 인기를 누렸던 건 원액함량 30%의 고급버전인 ‘베리나인 골드’였다. 원액함량이 30%만 넘으면 특급 위스키라 부를 수 있었던 시절에 베리나인 골드는 국내 특급 위스키 시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백화양조의 몰락은 청주나 양주에 비해 판매가 저조했던 소주의 주정배정권을 매각하면서 시작됐다. 소주를 포기하자마자 2차 석유파동이 터지면서 청주나 양주의 소비는 크게 줄고 소주 판매량이 급등했다. 여기다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위스키 원액 100% 양주 ‘베리나인 골드 킹’을 내놓았는데, 이게 OB 시그램의 ‘패스포트’에 밀려 참패하면서 회사의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백화양조 몰락의 전조로 1976년 4월 백화양조 계열회사 사장의 아들이 벌인 살인사건을 꼽는 이들도 있다. 계열사 사장의 고교생 아들이 사귀던 여학생을 백화양조 공장으로 불러들여 ‘바람을 피운다’는 이유로 추궁하다 살해한 엽기적인 사건이었는데,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어서 당시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그런데 하필 고교생이 여학생을 양조장 술통에 넣어 숨지게 했으니….

백화양조의 번성을 있게 한 월명동 백화수복 공장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현대오솔아파트가 들어섰다. 인근의 도시재생 공간과 가까워 관광객들이 아파트 앞을 수시로 지나다니지만, 안내판 하나 없으니 백화양조나 베리나인 골드를 알 턱이 없다. 백화양조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단서가 딱 하나 있다. 오솔아파트 앞 보도에 세워놓은 조형물이다.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세운 김형섭 작가의 조형물인데 여학생이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조형작품의 제목은 ‘즐거운 하루’. 이곳이 군산여고와 중앙여중, 군산여상으로 가던 길목이라 여학생의 추억이 깃든 곳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그런데 조형물이 딛고 선 좌대가, 자세히 보니 뉘어놓은 양주병이다. ‘베리나인(VALLEY 9)’이라는 양주 상표와 과거 군산의 대표기업 ‘백화양조’의 상호가 선명하다.

군산의 먹거리

군산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복성루와 수성반점으로 대표되는 짬뽕과 이성당의 빵을 들지만, 군산에는 뜻밖에도 독특한 이북음식을 내면서 오래 살아남은 식당이 몇 곳 있다. 동의 간장 간을 한 짙은 색 국물에다가 닭고기 고명을 얹어주는 평양냉면을 내는 장재동의 ‘뽀빠이냉면’, 평안도 지방의 전통음식 어복쟁반을 내는 사정동의 ‘압강옥’, 닭이나 꿩, 소고기 등을 우려낸 장국에 밥을 말아내는 조촌동의 ‘평양온반’. 하나같이 심심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음식들인데, 추억을 되살리는 여행에 곁들이면 잘 어울릴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