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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주 가맥

[문화인문 스토리]  친구야 전주에서 가맥이나 한 잔 하세나

“가맥이나 한 잔 하지” “가맥 집으로 가지 뭐” 전주가 아닌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
 ‘가맥’은 가게에서 파는 맥주를 줄인 말입니다. 소형 상점의 빈 공간에 탁자 몇 개 놓고 오징어 등 간단한 안주에 맥주를 파는 곳입니다.
가맥문화는 술집은 아니지만 동네슈퍼에서 맥주를 사서 먹되, 간단한 마른 안주를 곁들여 먹는 것을 말합니다. 슈퍼마켓에서 맥주를 팔면서 동시에 가벼운 안주도 함께 내주는 것입니다. 어릴적 동네 어른들께서 슈퍼마켓 앞 파라솔에 앉아 가볍게 맥주 한 두잔 기울이는 모습을 상상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전주의 독특한 술문화로 꼽히는 '가맥'은 'OO슈퍼, OO휴게실, OO편의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가맥집'들이 여러 곳 있습니다. 슈퍼에서 파는 과자나 라면은 물론이고, 황태구이, 오징어, 계란말이 같은 간단한 안주류도 맛볼 수 있습니다.

전주 가맥은 1970년대 전주 중앙동의 홍콩반점 맞은 편에 있던 영광상회(영광슈퍼)를 원조로 칩니다. 이 가게에서 오징어나 북어포, 과자 안주에다 맥주를 팔기 시작하면서 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어 1974년에 개업한 제일상회(전일슈퍼) 그리고 경원상회, 임실슈퍼, 영동슈퍼, 은성슈퍼가 자리 잡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사라진 영광상회를 원조로 칩니다. 가맥집은 전북도청, 전북경찰국(전북경찰청), 전주시청 공무원들이 주로 다녔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전부터 전주에는 가게에서 맥주를 마신 가맥 문화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전북도민일보에 발표돼 눈길을 끕니다. 연구자인 송영애

박사는 6·25 전쟁 중에 전북경찰국 공보실 경사였고, 후에 영화 피아골(이강천 감독, 1955년)의 시나리오를 쓴 김종환의 자서전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50년 7월 19일 오후 5시경, 죽음의 거리처럼 냉랭한 시가지는 을씨년스럽고 공포감마저 감돈다. 경찰공보 사업에 협조가 많았던 친구 하반영 화백과 평소 잘 드나들던 공신상회에서 맥주 몇 병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위로하고 재회를 기약하면서 하 군과 갈라서 나왔다. 가게 아주머니도 불안한 표정으로 피난 짐을 싸면서 당혹스러워하고 있었고, 우리도 금명간에 전주를 떠나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영화 '피아골'의 시나리오를 쓴  김종환이 6·25 난리 중에 장거리 후퇴를 거듭하며 9·28 서울 수복이 될 때까지 고난의 역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진중일기(陣中日記)입니다.

하반영 화백과 맥주를 마신 공신상회는 후에 도일상회로 상호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 위치는 공보관(현 가족회관) 옆이다. 이후 도일상회는 도일슈퍼로 다시 이름을 변경하였습니다. 1980년 이후에는 많은 사람이 가족회관에서 비빔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기 위해 도일슈퍼로 발을 옮겼습니다. 이종근도 이 도일슈퍼에서 동현친구랑, 이성재화백이랑 맥주를 먹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전북도와 전주가맥축제추진위원회 등에 따르면 오는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전주 가맥축제가 열립니다.
지난 2019년 여름 이후 3년 만입니다. 단, 최근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입장 인원이 제한되고, 축제 시간도 이전보다 축소됩니다.
먼저 입장 인원은 하루 2만명으로 제한됩니다.
2019년 11만명의 방문객이 방문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인 셈입니다. 축제장 내 좌석 수도 대거 줄여 좌석 간의 거리를 확보할 방침입니다.
올해는 3년 만의 손님 맞을 준비에 예년(약 8천석)보다 많은 1만석을 준비하기로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4천석 정도로 축소 계획 중입니다.
밤 11시 30분까지 가능했던 맥주 판매 시간도 30분 가량 단축됩니다.밤 12시(자정)까지 방문객들을 최대한 돌려보낸 뒤 새벽께 방역소독 등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가맥추진위의 설명입니다.

3년 만에 열리는 올해 전주 가맥축제에는 지역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까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들어 도내에서도 하루 신규 확진자가 2천여 명을 넘는 등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축제를 코앞에 두고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전북도 방역당국과 가맥추진위 등은 수차례 논의 끝에 축제 규모 축소를 전제로 강행키로 결정했습니다.

온갖 야채를 다져 넣어서 만들어낸 계란말이는 안주인의 손맛을 직접 가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지요. 물엿과 한약재를 비롯한 각종 재료를 넣고 달인 간장에 청양고추를 썰어넣고 그 위에 마요네즈를 듬뿍 얹은 장맛을 이제는 대부분의 '가맥'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에 전주 임실슈퍼에서 갑오징어 패는 기계를 보는 기회도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