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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오얏과 전주지도


전주의 오목대엔 꽃놀이를 하는 옛 선비들의 모습이 아스라히 펼쳐지고, 바로 그 아래  경기전엔 백로떼가 날아들면서 봄의 정취가 한껏 달아오른다.
 '전주지도(全州地圖, 보물  제1586로 지정,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에 보이는 1872년 전주의 봄 풍경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이 지도는 전주성 안팎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민가, 감사(監司) 일행의 행차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경기전 주변의 수목과 새들, 만개한 복숭아꽃까지 생생하게 묘사되는 등 화사한 봄날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 있다.

 전주성 안에는 '관찰사의 청사'인 선화당(宣化堂)을 비롯한 감영 건물과 부윤이 집무하던 본관(本官), 객사, 경기전, 옥사 등의 건물이 그려져 있고, 성밖 우측 하단에는 전주향교, 한벽당 등 전라감영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아스라히 펼쳐지면서 울긋불긋한 복숭아꽃의 향연은 끝이 없다. 이외에 벚꽃과 조선왕조를 탄생시킨 곳이 전주라서 오얏나무(李)도 곳곳에 있으리라.

 또, 태조의 영정을 봉안하고 있는 진전(眞殿)인 경기전(慶基殿)이 부각되어 있지만 아직 조경묘가 세워지지 않은 모습이다. 대신 그 자리에 나무가 우거지고 백로 떼가 앉아 있는 장면을 표현, 상서로움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바로 인근의 서서학동에서 날아와 송수천년(松壽千年) 학수만년(鶴壽萬年)의 신화를 일깨우고 있다.하지만 10장생의 하나인  백로떼 바로 밑 소나무는 지금은 볼 수 없다.

 이성계가 왜구를 물리치고 친지를 모아 잔치를 벌인 오목대에선 한무리의 선비들이 봄놀이를 한껏 즐기고 있는 등 가옥과 건물들은 다소 옅은 먹선을 사용,  전주 풍경은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전주지도는 17세기에 마정(馬政)의 정책 수립을 위해 국가에서 제작한 ‘목장지도(牧場地圖)’, 진주성의 전경을 회화적으로 기록한 ‘진주성도(晉州城圖)’와 함께 지도에 회화적 요소를 더하여 예술성을 갖춘 회화식(繪畵式)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T자형의 전주 읍성내 도로망이 특징적으로 묘사,  왕권을 상징하는 전주 객사의 성격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으며, 전주의 풍수적 특성도 매우 정확하게 묘사돼 있다. 기린봉에서부터 발원한 산줄기가 현재 덕진연못 앞까지 연결되어 있으며, 좌청룡 우백호의 지형이 지도상에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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