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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조선상식문답과 전북

삽화 새전북신문 정윤성화백

최근에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을 보면서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 이 책은 광복 당시 조선 민중의 상식의 증진을 위해 저술된 것인 만큼 저자의 다른 글과는 달리 평이한 문체로 민족의 풍속과 전통을 재인식시켜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한편, 나아가서 민중 중심의 한국문화사를 기획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그는 1937년 1월 30일부터 9월 22일까지 160회에 걸쳐 매일신보(每日新報)에세시편(歲時篇) 등 16편 456항목의 ‘조선상식’을 연재한 바 있는데, 1946년 ‘조선상식문답’을 만들었다. 이 책은 국호·지리·물산·풍속·명일(名日)·역사·신앙·유학·제교(諸敎)·어문 등 10편에 175항의 문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상식문답’은 우리나라의 지방 명식(名食)으로 개성의 엿과 저육, 해주의 승가기(勝佳妓) 평양의 냉면과 어복장국, 의주의 대만두, 전주의 콩나물, 진주의 비빔밥, 대구의 육개장, 회양의 곰기름정과 강릉의 방풍죽, 삼수갑산의 돌배말국, 차호의 홍합죽 순으로 썼다.

전주의 콩나물은 토질과 수질이 다른 지방의 것과 다르다. 임실에서 자란 ‘쥐눈이콩(鼠目台)’이 기본이었다. 1929년 12월 1일에 발간된 종합잡지 ‘별건곤’에 전주콩나물국밥이 ‘탁백이국’으로 소개된다.

광복 직후 전주 대표적 유흥가는 속칭 ‘짱골목’ 일대였다. 짱골목의 ‘짱’은 극장의 ‘장(場)’을 지칭한다. 전주극장은 1925년 9월에 제국관(帝國館)으로 문을 연 전주 최초의 근대적 극장.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까지 중앙동 일대 나이트클럽 때문에 휘청거린다. 1980년대는 ‘콩나물불고기집’들이 짱골목에서 반짝했다.

‘한일관’은 남부시장 골에서 해방 전부터 영업을 시작했으며, 국물은 북어와 멸치 등으로 고아낸다. 고사동 ‘욕쟁이 할머니’가 영업하던 삼백집은 주인이 바뀌었다. 삼백집이 허가를 받은 것은 1967년 무렵이란다. 이는 1947년에 욕쟁이였던 고(故) 이봉순 할매가 개업했다. ‘하루 딱 300그릇만 팔겠다’고 해서 삼백집. 5·16을 성공한 뒤 몰래 해장하러 온 박정희 대통령에게 정감어린 욕설을 퍼부어 부으면서 알려졌다. ‘한국집’도 아침에만 손님을 받고 있으며, 남부시장내 ‘현대옥’ ‘그때 그집’ 등, 동문 사거리 근처 ‘풍전 콩나물’ ‘왱이집’ ‘다래집’ ‘두레박 콩나물’ 등도, 경원동의 ‘왱이집’ 등도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이 책은 조선 3대 평야 가운데 첫 번째로 전북을 들고 있다. 전북은 금만경 수백리가 있었으며 이어 의령, 함흥은 그 다음이다. 과일은 전주의 승도(僧桃, 정확한 의미 파악안되지만 복숭아종류), 술은 전주 이강주(이강고로 기록), 전라도 죽력고, 김천 두견주, 서울 과하주가 유명했다. 또 조선 대표적 명산 지리산, 장수 장안산을, 조선 대표 대천에 섬진강, 만경강, 동진강, 금강도 이름을 드러냈다.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조선상식문답’이 아닌 ‘전북상식문답’을 펴낼 수는 없을까.

/이종근(문화교육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