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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주고들빼기김치


고들빼기김치


순천시는 최근 들어 '2018 전국 고들빼기김치 경연대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고들빼기김치라는 제한적인 소재인 때문인지 다른 음식경연대회에 비해 어르신들의 참여가 많았고 수상의 영광 또한 어르신들에게 많이 돌아갔다.

고들빼기김치는 쌉쌀하면서도 멸치젓의 감칠맛이 어울려서 밥맛을 돋우게 하는 전북 음식의 대명사다. 오죽했으면 전주에서는 “고들빼기김치는 양반이 아니면 먹지 못한다”는 말이 전해내려왔으랴. 재료 준비에도 일반김치와는 달리, 정성이 많이 들고 손이 많이 가는 고급김치라고 할 수 있다. 

고들빼기는 약간 쌉쌀한 맛과 향기가 일품이며, 씹을 때 인삼 맛과 비슷해 ‘인삼김치’라고도 불린다. 단백질, 칼슘, 비타민이 풍부한 고들빼기는 고채(苦菜), 또는 약사초라고 한다

고 유장우선생이 필자에게 해준 말이 생각난다.


1930년대 정씨총각을 머슴으로 부리던 집이 전주 다가정의 박씨 부잣집이었다고 한다.


'그와 절친으로 완주군 상관면 죽림2리에 살던 고생원과 점심을 먹었다. 항상 반찬이 모자라 맨밥을 먹어야 했던 고생원은 미안함을 덜기 위해 소금물에 절여 놓은 쓴나물을 내놓았다. 거무튀튀한 모양의 쓴나물을 김치국물에 버물여 놓고 맛있게 먹으니 총각 정씨가 "나도 먹어볼까" 하며 작은 것으로 골라 먹었다. '투가리보다는 맛이 괜찮네" 그날 정씨는 소금물에 절인 쓴나물을 얻어서 잘 집으로 갔다. 찬방에 들려 김치 국물에 버무려 저녁상에 주라는 부탁을 했다. 이때 찬모가 양념을 더 넣어 주인상에도 놓았던 바 이를 더 얻어 오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양념도 제대로 안한 고들빼기 김치가 시덥게 출현을 하고 그해 늦은 가을, 정상적인 고들빼기 김치가 탄생한 바, 1930년대의 일이다'

고들빼기김치는 무엇보다도 겨울을 나기 위한 음식이다. 이는 보통 음력 설 이후에 별미로 먹는다. 김장 때 따로 담가 놓으면 겨울 내내 입맛 돋우는 김치로 먹을 수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이를 경상도에서는 속세김치라고 한다.

김장 김치가 아직 익지 않았을 때 파김치나 고들빼기기침치가 있으면 그 맛이 얼마인가. 듬성듬성 놓어진 콩밥에 된장시래기국과 함께 고들빼기 김치 한 점을 올려놓아 입이 터져라 우격다짐으로 보는 그것이 補(보)이요, 藥(약)이다. 고들빼기김치의 발전적인 계승을 위해서는 전통성과 소비자 기호의 적절한 조화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전주는 무엇을 하고 있나./이종근(문화교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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