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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수령 9명,은어 진상하지 못해 탄핵


 



전북도 수산기술연구소는 최근들어 활기차고 풍요로운 하천 수변 공간 조성과 내수면 수산자원 회복을 도모하고 청정지역 이미지 확산을 위해 자체 생산한 은어 우량 종자를 도내 하천에 방류했다.

전라감사가 숙종에게 보낸 장계에는 "진상해야 할 은어를 바치지 못한 남원부사, 장흥부사, 순창군수, 보성군수, 임실현감, 곡성군수, 동복현감, 옥과현감, 강진현감 등을 내치시고 신 또한 대죄한다"고 적고 있다. 은어를 제 때 진상하지 못해 전라도 관내 수령 9명이 동시에 탄핵의 대상이 된 것이다. 당시 전라도에는 전염병이 돌아 수 만 명이 병에 걸리고, 죽은 자가 많은 정황 등이 참작돼 다행히 무더기 탄핵사태는 피했다.

살찐 고기 하얀 회는 남원 요천의 은어요 가늘게 썬 진안에서 난 담배(鎭安草)

가장 오래된 한문 만화집(晩華集)에 이처럼 나온다. 김종직은 유자광이 보낸 남원 추어(秋魚) 맛의 훌륭함을 강조하면서 '은도(銀刀)의 풍미는 요천에 있는 바, 천리 길로 진미를 보내주니 상공(相公)을 번거롭게 했다. 광한루 위에서 술을 마실 때 금쟁반에 젓가락 놓자마자 고기의 뱃살이 순식간에 없어졌던 것이 생각난다'7언절구 시를 지었다.

김종직은 '운봉의 김훈도가 가사어(袈裟魚) 한 마리를 보내주었다'의 시를 통해 운봉현 달공지(達空池)와 달공사, 저연(猪淵)의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가사어'는 등에 가사 같은 무늬가 있기 때문이며, '붉은 갈기에 얼룩 비늘이 있고 맛은 더욱 좋다'고 했다. 요천강 은어는 크고 맛이 좋아 명물로 정평이 났으며 진상품 중의 하나였다. 그 중에서도 은어회가 일품이며 회뿐만 아니라 소금구이나 찌개를 해서 먹어도 그 맛이 훌륭하다.

 

'양곡집(陽谷集). 양곡선생집(陽谷選生集)' 7권을 보면 소세양(蘇世讓, 1486~1562)이 이수완(李秀莞, 1500~1572)이 보낸 임실 은어에 감사한다는 시 2편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임실현감 이수완이 은어를 보내준 것에 대해(謝任實守李秀莞惠銀唇魚)

 

'연잎으로 겹겹이 은어를 싸서

한 자나 되는 맑은 얼음과 함께 보냈는데 반절이나 남았네.

정이 넘치는 운수태수(雲水太守) 너무도 고마워라

편지 봉하여 멀리 부쳐주어 무료함을 위로해주네.

 

한시 본문의 은진어(銀唇魚)는 은어를 말하며, 은도(銀刀)는 빛이 희고 모양이 칼같은 조즈마한 은어를 말한다. 운수수(雲水守)의 운수(雲水)는 임실의 옛 지명으로 임실태수 이수완을 말한다. 연잎으로 돌돌돌 겹겹이 은어를 얼음과 같이 보냄은 지극한 정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운수태수 이수완이 은어를 보내준 것에 감사하며(謝雲水李太守授莞送銀唇)

 

'적막하게 지내다보니 오히려 병이 많이 생겼고 교유도 점점 소원해 졌다네.

그대의 의기(義氣)는 감동을 자아내니

마음을 내어 그윽한 가쳐 물어본다네.

소중한 편지 자주 전해주고 은어도 매번 보내주신다네.

은어 반찬삼아 배불리 먹고서 편안히 누워 텅빈 북창(北窓)을 바라본다네'

 

이수완이 무슨 연유로 소세양에게 은어를 종종 보내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지만 예나 지금이나 임실은 청정한 지역임에는 틀림없다.

수산기술연구소는 최근들어 자체 생산한 은어 우량 종자 15만 마리를 3개 시·군의 하천에 방류했다. 이번 방류는 하천 하구의 생태변화, 어로차단 등의 환경 악화로 인해 은어 자원이 점차 감소하고 있어 활기차고 풍요로운 하천 수변 공간 조성과 자원 회복을 위해 갖는 사업이다.

정읍 추령천, 남원 요천, 임실 섬진강 등에 각 5만 마리를 방류했다. 방류한 은어 종자는 지난해 10월에 수정란에서 부화하여 5개월 여동안 육성한 5cm 이상의 건강한 종자로, 올해 가을이면 방류한 주변 하천에서 18~20cm까지 성장해 1억원 이상의 농·어업인 소득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수산기술연구소는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약173만 마리의 은어 종자를 농·어업인의 소득원 및 자원조성을 위해 도내 하천과 저수지에 지속해서 방류해 왔다.

은어는 청정수역에서 사는 물고기로 배 쪽에 은빛이 반짝인다고 은광어라 불린다. 칼슘, 철분, 비타민 등의 영양분이 풍부하여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시켜주는 자연 건강식품으로 빈혈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건강 및 웰빙(well-being)에 대한 관심과 삶의 질적 향상과 더불어 체험 관광형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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