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식

문학 속의 전북음식


 


곽씨부인이 파는 품 중에 삯바느질은 기본이었다. 동네 남녀노소 옷은 물론이고, 벼슬아치들 관복까지도 척척 지어 빨래해서 풀을 먹였다. 여름에는 한삼으로 옷을 만들고 망건도 만들었다. 갓끈도 접고 버선과 대님에 허리띠도 만들었다. 온갖 금침과 베갯모에 쌍원앙을 수놓았다. 귀한 비단과 벼슬아치들 예복의 허리띠인 각대와 흉배에 학을 수놓았다. 청황(靑黃)과 적흑(赤黑)에 오색(五色)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색으로 염색을 하기도 했다. 솜씨도 뛰어나 갑사, 공단, 궁초, 남능, 운문, 명주, 분주, 수주, 생초, 토주, 통견 찌기와 북포, 문포, 황저포, 춘포 짜기에 극상, 백저, 삼베, 세목 짜기며 하루도 쉴 새가 없었다. 또 부인이 초상난 집에 가면 여러 가지 옷감으로 온갖 상복을 날렵하게 다 지었다. 혼인 때는 과자(菓子), 다식(茶食), 정과(正果), 냉면(冷麵), 화채, 신선로 같은 맛깔스런 음식으로 푸짐하게 잔칫상을 차려 냈고, 장례 때는 정성을 다해 제사상을 차려 냈다

이는 심청전의 일부로 다양한 음식들이 소개된다.

전북 음식문화는 판소리 '춘향전', '흥부전'에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가난한 흥부네 아이들이 뚫어진 이불구멍으로 '콩나물 대강이'처럼 머리만을 내밀고 앉아 '열구지탕에 국수 좀 말아 먹었으면', '개장국에 흰밥 좀 말아 먹었으면', '대추 시루떡에 검정콩 좀 놓아 먹었으면' 하는 대목이 그렇다. 흥부가 잘 살게 됐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놀부에게 상을 차려내는 대목에서는 그야말로 진진한 상차림이 벌어진다. '너비아니와 염통산적, 암소갈비, 국젓과 소라젓, 아가미젓 그리고 수육, 편육, 어회, 육회, 대하와 숭어구이, 전복채' 등 밥과 밑반찬을 합하면 30여 가지가 훨씬 넘는다.

채만식의 수필 '불가음주 단연불가(不可飮酒 斷然不可)''뻑뻑한 막걸리를 큼직한 사발에다가 넘싯넘싯하게 그득 부은 놈을 처억 들이대고는 벌컥벌컥 한 입에 주욱 다 마신다. 그러고는 진흙 묻은 손바닥으로 입을 쓰윽 씻고 나서 풋마늘대를 보리고추장에 꾹 찍어 입가심을 한다. 등에 착 달라붙은 배가 불끈 솟고 기운도 솟는다'고 나온다. 해학적인 글맛이 더욱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최일남의 '석류' 줄거리다. ‘는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어느 날 작은아버지가 방문한다. 어머니가 손수 끓인 아욱국을 달게 드신 작은아버지가 어머니의 음식 솜씨를 칭찬하면서, 어머니와 작은아버지의 음식에 대한 대화가 시작된다. 아욱국과 아욱죽, 열무김치, 강냉이죽, 고추김치, 굴비포, 하이라이스 등 과거에 어머니가 만들어 주었던 음식들의 조리 과정과 그에 얽힌 사연들 그리고 그 사연 뒤에 놓인 역사적 현실들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어머니와 작은아버지의 대화를 듣던 는 여러 가지 상념에 잠긴다. 밤늦게까지 한바탕 이야기판을 벌인 작은아버지가 집으로 돌아가고, 어머니와 그리고 아내는 비로소 잠자리에 든다. 한밤중에 깬 는 어머니가 식탁에서 혼자 석류를 먹으며 숙진이를 떠올리는 말을 듣는다. ‘는 어릴 때 죽은 여동생 숙진이가 석류를 먹고 싶어 했지만 소원을 들어줄 수 없었던 어머니의 회한을 생각한다.

음식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우리 고유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구수한 입담으로 펼쳐 놓고 있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고유어와 한자어의 사용이 두드러지는 의고체를 활용하고 있으며, 은근한 미소를 띠게 하는 대화의 해학적 표현이 특징적이다.

최명희의 혼불은 한국인의 세시 풍속, 관습, 음식 등의 유래와 이치 등 한국인의 모든 면모를 상세하게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음식과 관련된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를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일남의 석류와 공통점을 지닌다.

신석정의 '추과삼제(秋果三題)'는 밤, , 석류가 등장한다.

명랑(明朗)한 이 가을 고요한 석양(夕陽)에 저 밤나무 숲으로 나아가지 않으려니? 숲 속엔 낙엽(落葉)의 구으는 여운(餘韻)이 맑고 툭 툭 여문 밤알이 무심히 떨어지노니 언덕에 밤알이 고이 저 안기듯이, 저 숲에 우리의 조그만 이야기로 간직하여, 때가 먼 항해(航海)를 하여 오는 날 속삭이기 위한 아름다운 과거(過去)를 남기지 않으려니?()

­얀 감꽃 꿰미꿰미 꿰던 것은 五月이란 시절이 남기고 간 빛나는 이야기어니, 물밀듯 다가오는 따뜻한 이 가을에 붉은 감빛 유달리 짙어만 지네 오늘은 저 감을 똑 똑 따며 푸른 하늘 밑에서 살고 싶어라.감은 푸른 하늘 밑에 사는 붉은 열매이어니()

후원에 따뜻한 해볕 굽어보면 장독에 맨드래미 곱게 빛나고,마을간 집 양지 끝에 고양이 조름 졸 때, 울 밑에 석류 알이 소리 없이 벌어졌네. 투명한 석류 알은 가을을 장식하는 홍보석(紅寶石)이어니, 누구와 저것을 쪼개어 먹으며 十月 상달의 이야기를 남기리?(석류)’

이는 '표준문예독본(이병기, 정인승, 백철 편, 신구문화사 간, 1955)' 9697쪽에 실려 있다.

최승범시인은 고창 선운사 인근 식당에서 더덕무침을 맛보고 난후 시를 지었다. '선운사 동백식당 더덕무침은 꽃판이다 복분자 술과 썩 어울리는 맛이려니 입맛도 간살스러워 군침부터 돌린다. 양념 고명을 쓴 더덕바심살이 입 안에 들자 향기로운 꽃밭이다 거나히 돌아오는 길에도 날 잊을래 아양이다'

'해동죽지'에 고추장은 순창의 명물이라 하고, 고추장의 빛깔은 연홍(軟紅)색이고, 맛은 달고 향기가 청렬(淸冽)하고, 반찬 중의 뛰어난 식품이다. 순창 사람이 서울에 와서 손수 순창 고추장을 만들었던 바, 맛과 빛깔이 모두 본 지역의 고추장에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고추로 장 담그는 일 딴 나라엔 없는 일 오직 우리나라 일미의 음식이라네. 그 중에 순창 고추장이야 으뜸가는 맛이지' 순창은 예부터 지명이 '옥천(玉川)' 고을로 불릴 정도로 물이 좋은 고장이 아니었던가.

스토리 산업은 4차산업혁명의 빠른 변화 속에서 변함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전북지역의 스토리 산업 활성화는 매우 중요하다. 문학속의 음식 스토리를 발굴해 시나리오 등 작품 집필로 연계해 콘텐츠를 만드는 한편 지역민이 주도하는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문화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기 바란다.


'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령 9명,은어 진상하지 못해 탄핵  (0) 2020.04.27
윤백남과 전주비빔밥  (0) 2020.04.26
심청전 음식  (0) 2020.04.19
고창군 복분자 산업 활성화 ‘안간힘’  (0) 2020.04.16
임실곶감, 변강쇠가에 나온다  (0) 2020.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