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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완산8경 춘향가에 나온다




    


한벽당은 19세기 후반에 펴낸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烈女春香守節歌)’에도 등장한다.

어사가 된 이몽룡이 완산팔경을 구경한 다음 남원을 향해 내려갔다는 것이다. ‘숲정이 공북루 서문을 얼른 지나 남문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소강남(小江南) 여기로다. 기린토월이며 한벽청연 남고모종 곤지망월 다가사후 덕진채련 비비낙안 위봉폭포 완산팔경을 다 구경하고 차차로 암행하여 내려올 제이몽룡은 그 숨 막히는 와중에도 태평스럽게 완산팔경을 다 감상하고 다녔다고 했다.

특히 어사출도 과정에서 서울서 급하게 오는 과정이 고스란히 소개된 가운데 통새암, 한내, 주엽쟁이, 가리내, 싱금정(승금정), 숲정이, 전북의 옛 지명들이 고스란히 글에 남아 있어 눈길을 끈다.

 

경의 재조 조정에 으뜸이라하시고 도승지 입시(入侍)하사 전라도 어사를 제수하시니 평생의 소원이라. 수의(繡衣), 마패(馬牌), 유척을 내주시니 전하께 하직하고 본댁으로 나갈 때 철관 풍채는 심산맹호(深山猛虎) 같은지라. 부모전 하직하고 전라도로 행할 새 남대문 밖 썩 나서서 서리, 중방, 역졸 등을 거느리고 청파역 말 잡아 타고 칠패, 팔패, 배다리 얼른 넘어 밥전거리 지나 동작이를 얼픗 건너 남대령을 넘어 과천읍에 중화(中火)하고 사근내, 미륵당이, 수원 숙소(宿所)하고 대황교, 떡전거리, 진개울, 중미, 진위읍에 중화하고 칠원, 소사, 애고다리, 성환역에 숙소하고 상류천, 하류천, 새술막, 천안읍에 중화하고 삼거리, 도리치, 김제역 말 갈아 타고 신구, 덕평을 얼른 지나 원터에 숙소하고 팔풍정, 화란, 광정, 모란, 공주, 금강을 건너 금영에 중화하고 높은 한길 소개문, 어미널티, 경천에 숙소하고 노성, 풋개, 사다리, 은진, 간치당이, 황화정, 장애미고개, 여산읍에 숙소참하고 이튿날 서리 중방 불러 분부하되, “이곳은 전라도 초읍 여산이라. 막중국사 거행불명즉 죽기를 면치 못하리라.”추상같이 호령하며 서리 불러 분부하되 너는 좌도로 들어 진산, 금산, 무주, 용담, 진안, 장수, 운봉, 구례로 이 팔읍을 순행하여 아무 날 남원읍으로 대령하고, , 중방 역졸 너희 등은 우도로 용안, 함열, 임피, 옥구, 김제, 만경, 고부, 부안, 흥덕, 고창, 장성, 영광, 무장, 무안, 함평으로 순행하여 아무 날 남원읍으로 대령하고, 종사 불러 익산, 금구, 태인, 정읍, 순창, 옥과, 광주, 나주, 평창, 담양, 동복, 화순, 강진, 영암, 장흥, 보성, 흥양, 낙안, 순천, 곡성으로 순행하여 아무 날 남원읍으로 대령하라.” 분부하여 각기 분발하신 후에 어사또 행장을 차리는데 모양 보소. 뭇사람을 속이려고 모자 없는 헌 파립에 벌이줄 총총 매어 초사갓끈 달아 쓰고 당만 남은 헌 망건에 갖풀관자 노끈당줄 달아 쓰고 의뭉하게 헌 도복에 무명실 띠를 흉중에 둘러 매고 살만 남은 헌 부채에 솔방울 선추달아 일광을 가리고 내려올 제 통새암, 삼례 숙소하고 한내, 주엽쟁이, 가리내, 싱금정 구경하고 숲정이, 공북루 서문을 얼른 지나 남문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소강남여기로다. 기린토월(麒麟吐月)이며 한벽청연(寒碧淸煙), 남고모종(南固暮鍾), 곤지망월(坤止望月), 다가사후(多佳射侯), 덕진채련(德眞採蓮), 비비락안(飛飛落雁), 위봉폭포(威鳳瀑布), 완산팔경을 다 구경하고 차차로 암행(暗行)해 내려올 제 각읍 수령들이 어사 났단 말을 듣고 민정(民情)을 가다듬고 전공사(前公事)를 염려할 제 하인인들 편하리요

 

판소리 춘향가 사설에도 나오는 것을 보면 제법 역사가 오래된 완산팔경이다. 기린토월(麒麟吐月)은 전주 동쪽에 비껴서 솟아있는 기린봉 정상에 비가 갠 후에 달이 여의주처럼 떠오르는 모습이고, 한벽청연(寒碧晴烟)은 전주천이 물안개를 일으키며 흐르는 모습을 옥류동 한벽당에 앉아서 조망하는 청아한 풍경을 말한다. 남고모종(南固暮鐘)은 해질녘에 남고진의 저녁놀을 가르며 울리는 남고사의 범종 소리이고, 곤지망월(坤止望月)곤지산(坤止山)에서 달을 바라본다는 의미이다. 다가사후(多佳射帿)는 다가 천변 물이랑을 끼고 있는 천양정에서 무관과 한량들이 과녁을 향해 화살을 당기는 모습으로 백설 같은 입하화(立夏花)가 나비처럼 날리고 삼현 육각(三絃六角) 선율에 기녀들의 노래와 춤사위가 함께 하는 일대장관의 풍정을 집약한 풍경이다. 덕진채련(德津採蓮)은 저녁 노을과 달빛을 끼고 풍월정에 앉아서 뜸부기 소리와 피리 소리에 젖어 맞은편의 승금정(勝金亭)을 내다보는 덕진연못의 연꽃 풍경을 일컫는다. 비비낙안(飛飛落雁)은 달빛이 부서지며 반짝이는 한내(大川)에 고깃배가 오르내리고 백사장의 갈대숲에는 기러기 떼가 사뿐히 내려앉는 수묵화를 닮은 정경을 비비정(飛飛亭)에 올라 바라보는 경치이고, 위봉폭포(威鳳瀑布)는 심산유곡을 돌고 돌다가 홀로 부서지는 위봉폭포의 비경을 폐허에 홀로 앉아 바라보는 풍경이다.

기존의 완산팔경과는 달리, ‘동포귀범이 빠졌다. 동포귀범(東浦歸帆)은 고산천을 마그네 선창부두에 돌아 닫는 소금배 젓거리배 등의 행렬이 만드는 산수화 같은 풍경을 말한다. 완산십경은 여기에 남천표모(南川漂母)을 더해 완산십경이라 하기도 한다. '남천표모'란 전주천 빨래터에 아낙네들이 모여 빨래하는 풍경을 말한다.

전북의 음식이 나오는 부분도 보인다.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먹던 밥에 풋고추 절인 김치 양념 넣고 단간장에 냉수 가득 떠서 모반에 받쳐 드리면서 더운 진지 할 동안에 시장하신데 우선 요기하옵소서.  어사또 반겨하며  밥아 너 본지 오래로구나. 여러 가지를 한데다가 붓더니 숟가락 댈 것 없이 손으로 뒤져서 한편으로 몰아치더니 마파람에 게 눈 감추 듯 하는구나춘향모 하는 말이 얼씨구 밥 빌어먹기는 이골이 났구나

예로부터 남원의 풋고추, 절인 김치, 단간장 등이 유명한 것 같다. 춘향전엔 산해진미전골과 수란탕·청포묵·초고추장·장국·미나리 대추생채·삼색나물·죠락산적·생선전·메추리탕·북어 보푸라기·문어조림·고추장 장아찌·문어조림·꿩구이·한과·산피떡 등 30여 가지가 나온다. 월매가 남원 사또의 아들인 이몽룡과 딸인 춘향의 합방 사실을 알게 되고 이몽룡을 초대해 음식을 차려 내는 대목을 바탕으로 하면 말이다. 한편 이도령이 춘향이 집을 찾아가 첫날밤을 치르기 전에 월매가 내온 주안상에 올라온 과일 중의 하나가 청슬이’ ‘청술레라고 하는 바, 바로 청실배(靑實梨)./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