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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임실곶감, 변강쇠가에 나온다




판소리 '변강쇠가'에 임실 곶감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변강쇠는 옥문관을 유심히 들여다 보는 척하다가, 매우 감격스러운 어조로 천천히 잡설을 늘어놓는다.


 "이상히도 생겼네. 맹랑히도 생겼네. 옥문관은 늙은 중의 입이런가, 입술은 있어도 이가 없구나. 소나기를 맞았나, 언덕지게 패였네. 콩밭 팥밭을 지났나 돔부꽃이 웬 말이냐. 도끼날을 박았나, 금 바르게 터져있네. 생수처(生水處) 온담(溫潭)인가 물이 항상 괴어 있네. 무슨 짓을 하려고 움질움질 하는고? 천리 행정 내려오다 주먹바위가 신통쿠나. 만경 창파에 조개인가 혀는 왜 빼물었으며, 임실(任實) 곶감을 먹었나 곶감씨가 물려 있고(‘장물(臟物)이요’로 나옴) 만첩산중(萬疊山中) 으름(으름덩굴의 열매)인지 문이 절로 열려 있네. 연계탕을 먹었는가 닭의 벼슬이 웬 말인고. 파명당(破明堂)을 하였는가 더운 기운이 절로 난다. 곶감 있고 울음 있고, 조개 있고 , 연계 있어, 어~헛 ! ...제삿상은 걱정이 없네 ! .... "

변강쇠로 분장한 대갈이가 옹녀로 분장한 합죽이 사타구니를 들여다 보며 잡스런 말을 넉살좋게 늘어놓자 이를 지켜보던 누구인가 크게 소리친다.


 "이놈아 ! 지금 네가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은 옹녀의 옥문관이 아니고 합죽이의 사타구니로다. 죽을때 죽더라도 정신만은 똑똑히 차리고 보아라 ! "


이렇게 너스레를 떠는 바람에, 좌중에는 또다시 폭소가 터졌다.
 ‘변강쇠가’ 중에 변강쇠와 옹녀가 서로의 남근과 여근을 노래하는 장면으로 이를 가루지기타령이라고 한다.
‘임실(任實) 곶감을 먹었나 곶감씨가 물려 있고, 만첩산중 으름인지 문이 절로 열려 있네’는 여근의 모습의 일부다. 천하의 잡놈 변강쇠와 평안도 최강음녀 옹녀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성과 죽음을 노골적으로 표현, 지금은 거의 사라진 판소리가 원전이다. 영화는 이를 토대로 1986년 엄종선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임실군 청웅면 명동(椧洞)은 주변에 있는 오래된 무덤이 황총이라고 전하는 것으로 미루어 처음 고려말 태사 황호(黃昊) 일가가 살았던 마을이다.
서기 1460년대 조선 세조때 세조의 불의를 개탄해 사헌부 집의직을 사직한 세칭 생육신 호은공(湖隱公) 홍연(洪演)의 자제 감정공 휴공(休公)이 아버지의 명을 따라 벼슬을 하지 않고 이곳에 정착, 세거해 왔다. 이 마을은 면내에서도 대표적인 유교적 전통마을이요, 단일 씨족 마을인데 풍수지리로는 와우(蝸牛)터라고 해서 인근 산과 골짜기의 이름이 소와 관련된 쇠밧재·구수통골·가마쏘·꼬삐날·소시랑날·쇠골·초장동 등의 이름이 붙어있다. 마을 앞 들판은 광활한데 물이 마르기로 유명해 옛날 조정에서 ‘가랏 만호들 이앙이 다 끝났느냐’고 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나오는 수시(水枾)는 맛이 좋아 조선 때 조정에 진상되기도 했으며, 가랏수시 또는 남양수시(南陽水枾)로 유명하다.
겨울철 먹을거리로 으뜸인 청웅 곶감은 탄닌 성분이 풍부해 항암 효과와 더불어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준다. 어떤 사람은 감을 먹으면 변비가 생긴다고 곶감을 꺼리는 경우도 있지만 곶감의 탄닌 성분은 오히려 변비와 빈혈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청웅의 따뜻한 햇볕과 백련산에서 불어온 신선한 바람을 쐬며 말랑말랑한 육질을 자랑하는 청웅 곶감은 건강을 생각하는 부모의 효도 선물과 아이들의 먹을거리로 최고다.
곰팡이와 검은 반점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건조장을 이용해 만들어 갈변 현상이 지나치지 않아 색감도 먹음직스럽다. 곶감도 좋지만 감 절편과 곶감호두말이는 또다른 맛이다. 감 절편은 조금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한 만큼 아이들의 군것질거리로, 곶감호두말이는 부모의 영양식과 술 안주로 추천하고 싶다.
이곳의 곶감 건조는 24절기 중 열여덟 번째인 상강(霜降·10월24일)이 지나고 안개가 잦아들면서 시작된다. 곶감은 40일 정도 햇살과 바람으로 말린다.이곳 곶감은 일반 곶감과는 달리 쫄깃하면서도 당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시나브로, 청웅 집집마다 곶감이 주렁주렁 추억도 주렁주렁 영근다.
‘임실(任實)’이란 명칭은 이처럼‘알차고 충실한 열매를 맺는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산과 산이 첩첩 둘러싸여 마치 병풍을 두른 듯 산수가 아름다운 고장이다”고 묘사돼 있다. 요즘엔 특산물로 치즈를 알아주지만 옛날엔 운암면 금기리의 붕어, 청웅면 옥전리의 남양수시(감), 성수면의 송이버섯, 삼계면의 콩잎, 강진면 백련리 대추 등이 유명했다./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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