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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춘향가 만화집 속의 전북의 특산물과 지명




 


‘살찐 고기 하얀 회는 남원 요천의 은어요 가늘게 썬 진안에서 난 담배(鎭安草)라’
가장 오래된 만화본 춘향가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현재까지 춘향의 이야기가 정확히 언제부터 판소리로 불리게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1754년(영조 30년)에 유진한(柳振漢, 1712~1791)의 문집인 '만화집(晩華集)'에 실린 '가사 춘향가 2백구'라는 글에, 가객이 춘향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부르는 것이 시로 읊어져 있다.
춘향전 판본으론 1754년 유진한의 한시본을 비롯, 완판본, 경판본, 안성채본, 고대본, 일사본, 신재효본 등이 있다.
유진한은 천안시 병천면 만화출신으로, 호남지방을 유람하며 직접 듣고 본 판소리 춘향가(春香歌)를 한시로 옮겼다. 이를 '만화본춘향가(晩華本春香歌)'라고 한다. 원제목은 '가사춘향가이백구(歌詞春香歌二百句)'이다. 이는18세기 중엽 호남에서 부르던 '춘향가(春香歌)'를 듣고 한시로 지은 것으로 당시의 춘향가를 비교적 충실하게 수용하고 있는 이본이다.
서사는 춘향가의 핵심 부분인 이 도령과 춘향이 오작교에서 결연하고 어사출두 후 용성관에서 재회해 기뻐하는 극적인 장면을 정리한 것이고, 본사는 춘향가의 내용이며, 결사는 유진한이 춘향가를 창작한 변으로 춘향가를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해서 지었음을 밝힌 것이다.
 '만화본춘향가'는 현재까지 알려진 '춘향전'이본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유진한은 '만화본춘향가'를 지은 것 때문에 당시 양반들로부터 기롱(譏弄)을 당하기도 했다. 유진한의 둘째 아들인 유금(柳琹)이 쓴 행록의 “선고께서 계유년 봄에 남쪽으로 여행하시어 그 산천과 문물을 두루 보시고, 그 다음해 봄에 집으로 돌아와 춘향가 일편을 지으셨다. 그런데 당시의 유자들에게 기롱을 당하셨다(先考癸酉春南遊湖南 歷觀其山川文物 其翌年春還家 作春香歌一篇 而卒被時儒之譏)”에서 춘향가가 18세기 중엽에는 양반층을 향유자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내용 중엔 전북 관련 지명과 특산물 등이 나와 흥미를 더한다.
남원고을 용성관(龍城館) 동대청이 나온다. 용성은 대방(帶方), 고룡(古龍)과 함께 남원의 옛 이름이다. 남원부 객사의 이름은 휼민관(恤民館)이었지만 정유재란 때 불탄 후 부사 정동설과 정협 등이 다시 세우고 용성관이란 편액을 걸었다.
지금은 동충동에 계단과 기단만 남아 있다. 만북사(萬北寺)는 만복사다. 여지도서엔 만북사로, 신증동국여지승람엔 만복사(萬福寺)로 나온다.
해질녘에 탄식하며 슬치(임실 관촌)를 넘어가며 말치재(임실읍과 오수면 사이) 구름너머 님의 모습이 아련하다고 했다. 완산주 객사에서 하룻밤을 묵고, 오수 물가를 바찌 갔다.
지역 특산물도 나온다. 살찐 고기 하얀 회는 요천(남원)의 은어이고, 귀한 과일 빨간 홍시는 연곡(구례)의 홍시라네. 또 실올처럼 가늘게 썬 진안에서 난 담배(鎭安草)를 관노에게 분부해 눌러 담아 올린다고 했다.
이유원(李裕元)의 '임하필기(林下筆記)'에 담배 중 최상품은 광주(廣州)에서 나는 금광초(金光草)와 전라도의 상관초(上官草)라고 하고, 진안에서 나는 담배는 상관 담배의 영향으로 재배하는 것이라 했다. 상관초는 완주군 상관면으로 전주와 임실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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