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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고창현감 이원, 소세양에게 새우젓과 생선을 선물하다

고창현감 이원, 부안태수 김윤제, 소세양에게 새우젓과 생선을 선물하다

 

 

전북 고창군 고수면 황산리에 있는 개항기 죽산안씨 가문의 효자 정려가 있다. 안건(安建)은 호조좌랑 안복(安福)7세손이다. 안건은 부친이 위독하자 동생 안정(安廷), 안형(安逈), 안근(安近)과 함께 손가락을 끊어 그 피로 아버지를 살려내자 세상이 그들을 일문사효(一門四孝)라 했다.

안건 4형제처럼 똑같이 효도를 하여 정려를 받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

부모상을 당해서는 예절을 다하고 삭망마다 성묘했다. 정조가 훙거하자 안건은 단을 세우고 3년 동안 곡을 했다. 매년 제일에 북쪽을 바라보며 곡을 했다.

이 사실을 접한 고종은 1887(고종 24) 4월에 안건을 비롯한 4형제에게 정려했다. 또한 6년이 지난 1893(고종 30) 12월에 안건에게 통훈대부호조좌랑(贈通訓大夫戶曹佐郞)을 증직했다.1898년에 효자증좌랑개건비(孝子贈佐郞改建碑)’를 건립, 세웠다.

이때 전라감사 박기수(朴綺壽)가 쌀, 고기, 부채를 보내 자로(子路)의 부미(負米) 왕상(王祥)의 고빙(叩氷)과 황향(黃香)의 선침(扇枕)을 일시나마 면케 한다고 했다.

고창젓갈은 생선의 살, , 창자 등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고창의 특산물로서 등피리젓, 세하젓 등이 고창 특산물이다.

고창은 예로부터 쌀과 젓갈로 유명한 모양이다.

양곡(陽谷) 소세양(蘇世讓, 1486~1562)'고창현감(군수) 이원(李遠)이 쌀과 젓갈을 보내준 것에 감사하며(謝高敞守李遠惠米醢)'가 남아있다.

 

'궁핍과 영달, 삶과 죽음은 모두 하늘에 달렸지만

두 세대 걸쳐 교유하니 좋은 인연이라네.

아직도 양 집안의 좋은 행실 전해지고 있어 나를 위로하니

누가 황천이 벗 사이를 가로 막는다 했던가.

 

산수 좋은 언덕에 은거한 지 열 두 해의 봄을 지내면서도

그저 학문에 힘쓰며 도를 근심하고 가난함을 걱정하지 않았네.

내가 병을 피해 이 궁벽한 마을로 올 줄을 어찌 알겠는가.

많은 식구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게 되었네.

 

붉은 새우로 담근 젓갈은 복사꽃 색이고

흰 쌀로 지은 밥 향기 좋고 옥처럼 윤기가 흐르네

양이 채소밭을 밟아도 그냥 놔둘 뿐

팔진미의 향기가 가득한 듯하네'

 

소세양이 무슨 일인지도 몰라도 은거(一臥)했다.

당나라 고적(高適)의 시 '일와동산삼십춘(一臥東山三十春)'동산에 한 번 은거해 흘려보낸 삼십년 봄, 책과 칼이 풍진 속에 늙어갈 줄 알았으랴'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는 은거하면서 학문에만 전념했다고 했다.

논어 31장 위령공(衛靈公)'군자는 도를 걱정하되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子曰:“君子謀道不謀食. 耕也, 餒在其中矣; 學也, 祿在其中矣. 君子憂道不憂貧.”

 

공자께서 군자는 도를 생각하되 먹을 것은 생각하지 않으니, 밭 갊에 굶주림은 그 가운데 있고 배움에 녹봉이 그 가운데 있다. 그러니 군자는 도를 근심해야지 가난함을 근심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다.

 

耕所以謀食, 而未必得食.

 

밭가는 것은 먹는 것을 도모하는 것이지만 반드시 먹을 것을 얻게 되는 건 아니고

 

學所以謀道, 而祿在其中.

 

배우는 것은 도를 도모하지만 녹봉이 그 가운데 있다.

 

然其學也, 憂不得乎道而已;

 

그러나 배우는 것은 도를 얻지 못함을 근심할 뿐이고,

 

非爲憂貧之故, 而欲爲是以得祿也.

 

가난함을 근심하는 까닭 때문에 이것을 하여 녹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尹氏曰:“君子治其本而不卹其末,

 

尹淳이 말했다. “군자는 그 근본을 다스리고 그 말을 구휼하진 않는데,

 

豈以在外者爲憂樂哉?”

 

어찌 밖에 있는 것으로 근심하고 즐거워함을 삼겠는가?”

 

고창 새우젓은 담그는 시기에 따라 오젓(음력5), 육젓(음력6), 추젓(삼복이후), 백하젓(겨울)으로 나눠지며, 이중 새우살이 통통하며 염도가 높아 김장용으로 가장 많이 애용되는 것이 육젓이다.

동호에서 잡힌 새우로 만든 젓은 껍질이 얇으며 밝은 분홍색으로 살이 굵은 것이 좋다. 색깔은 붉은 색을 띠며 비린내나 구린내가 없어야 좋은 새우젓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새우젓을 고르려면 첫째, 신선하고 이종품의 혼입이 없어야 되며 둘째, 균일하고 고유한 색택보유, 오염변색이 없는것이어야 되고 셋째, 형태는 파쇄육 혼입이 10% 이하인 것 이어야 되며 향미는 고유의 향미, 적정 염도의 제품, 이미와 이취가 없는 것이어야하며, 액즙은 정미량의 20% 이하여야 되며 마지막으로 모래, 흙 등 기타 자물의 혼입이 없어야 된다.

대체적으로 새우의 크고 작은 기준보다는 껍질이 얇고 빛깔이 하얀 새우로 담근젓이 좋은 젓다. 잘 익은 새우젓은 약간의 붉은빛이 나게 되는데 빛깔과 맛이 좋은 것이 당연히 좋은 새우젓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새우젓 중에 육젓,오젓, 자젓, 추젓 곤쟁이젓이 있다. 오젓은 껍질이 두껍고 단단하며 색깔도 누런색에 가깝고 흔히 잡젓이라고 하는 자젓은 크기가 작은 새우들을 특별한 선별작업 없이 담그는 새우젓이다. 곤쟁이젓은 새우의 형태를 가진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작은 새우로 담그는데 보통 2-3월에 잡히는 어린새우를 원료로 사용한 것이며 색깔은 새우젓국 같이 생겨 보라색 빛을 띤다. 값싼 중국산 새우젓이 밀물 듯이 들어오면서 현재 우리나라 새우젓은 대부분 중국산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산 새우젓이 없는 것은 아니며, 육질이 탄력있고 껍질이 얇은 것이나 추젓의 경우는 국내에서도 생산량이 많아 국산도 많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산과 국산을 구별하는 방법은 일반인들에게는 쉽지 않지만 중국산은 대게 암염(바위소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천일염의 짠맛보다는 끝맛이 쓰고 보관시 하얀 암염 가루가 가라앉는 특징이 있으며, 국산의 경우 몸통이 희고 머리,꼬리끝으로 갈수록 분홍색을 띠는 것과는 달리 중국산은 전체가 연분홍색을 띄고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고는 하지만 새우젓의 경우는 다르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모양이 좋고 알속이 굵다고 마냥 구입하시면 큰 낭패를 보시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다.

혹시 고창(高敞)이란 말의 정확한 뜻을 알고 있나. 이는 사전은 물론 자전에도 실려있다. 1983년에 발간된 '한한대자전(민중서림)' 1,388쪽에 고창(高敞)(높을 고), (높을 창, 통창할 창)'토지가 크고 높다', '토지가 높고 판판하며 앞이 탁 트여 있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고창 쌀로 밥을 하면 밥맛이 구수하고 한눈에 보기에도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먹는 이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소세양, 부안태수 김윤제로부터 새우젓과 생선을 받아

 

부안태수 김윤제(金允悌)'보내준 새우젓과 생선에 고마움을 보내며(謝扶安守金允悌 惠蝦醯及魚)'

 

'자주빛 새우의 빛깔은 복숭아 보다 좋고

정히 가을 정원 연줄기를 꺾어내는 시절을 만났으니,

이 맛을 아이들이 알까 걱정되니

그대 북쪽 사람들에게 자랑하지 마시게나.

 

가을비 내린 지 열흘이 지나 흙 속 벌레 꽃을 갈아 먹고

반찬은 오래되고 싫증나 오이와 가지는 쌓아놓았네.

대광주리 가득 고기들을 멀리서 보내주니

오히려 아내와 아이들 마주하며 스스로 자랑한다오'

 

소세양은 양곡집(陽谷集). 양곡선생문집(陽谷先生文集) 4권을 통해 부안태수 김윤제(金允悌, 1501~1572)로부터 새우젓과 생선을 받은 사실을 글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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