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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주 딸기

전북농업기술원은 올해 딸기 생장점 조직배양을 통해 딸기 원 원묘 4만주를 생산, 도내 원묘 증식장 4개소에 보급했다. 딸기는 2020년 국내 생산액이 12,270억원에 달하는 주요 과채류로, 전북은 재배 면적이 721.6ha로 전국의 11.8%를 차지하며, 생산량은 22,473ton으로 전국의 12.7%를 점유, 전국 4위의 주산지이다.

전주 격동기 반백년(1945~2022)’전주음식 먹거리 식담록’(食談錄, 구술 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 채록 및 삽화 송영애박사)이 발간됐다. 송박사가 장 전 총장을 3년 동안 만나면서 구술을 채록, 선보이게 됐다. 1950년대 초 용돈이 있어 사서 용호씨와 하꼬방 콩나물국밥을 먹은 기억, 전주 정읍집에서 받은 하반영(1918-2015)화백의 그림 소장 이야기, 중화산동 선너머 딸기밭이 데이크 코스로 각광을 받았다는 사실 등 눈길을 끄는 대목이 많다.

'철쭉꽃 딸기꽃이 초원에 피면은/타네요 전주 처녀 가슴이 타네요' 돈이 깨나 있는 사람만이 이곳 딸기밭에서 미팅을 통해 풋풋한 사랑을 속삭일 수 있었다고 한다. 1960년대에는 서울의 한남동, 불광동, 구파발, 태릉과 경기도 수원 딸기가 유명했다. 국산 품종은 1965년 최초로 '대학1'가 수원에서 재배됐다. 딸기철이면 딸기밭으로 나들이 가던 '딸기놀이' 풍속은 1960~1970년대에 전주의 푸른지대 같은 딸기밭에서 성행했다. 딸기요리강습회가 열리거나 대학생들의 딸기밭 미팅인 '딸기팅'도 이뤄지고, 주말 레저 붐이 될 정도였다고 한다.

사과, 감자, 딸기를 국내에 보급한 사람이 선교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대구시가 골목투어의 한 곳으로 정한 청라(靑蘿)언덕은 기독교 역사가 묻어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구 의료선교사 사택엔 3세목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존슨(1898-1913, 한국명 차인차) 선교사가 미국에서 사과나무 묘목 3종류 72그루를 가져다 심은 것이 대구를 주산지로 만들었다. ‘이걸 보고 가는 중이요. 동쪽으로. 해가 뜨는 곳으로. 불꽃 속으로’(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중에서)

독일 선교사 칼 귀츨라프(1803-1851, 중국명 곽실렵)1832717일 한국 몽금포를 방문해 한 달여 남짓 머물렀다. 30일에 감자를 처음 들여와 백성들의 구황식품으로 배고픈 고통을 덜어주기도 했다. 일기엔 "우리는 감자를 심으러 가서 밭에 감자를 심고, 성공적인 감자 재배 방법에 대하여 필요한 내용을 글로 써주고 파종했다고 기록됐다. 포도 재배법과 포도주 담그는 방법도 전수했다.

넬리 랭킨(1879~1911, 한국명 나은희) 선교사는 전주 기전여학교 2대 교장으로 사역했고, 전주 서문교회 주일 학교에서 성경교육을 가르쳤다. 랭킨은 딸기는 조선에 자라는 토종이 아니며, 잉골드(1868~1962)가 들여와 전국으로 확산했다고 했다. '1907527일 잉골드가 수확한 (듀이종)딸기를 잉골드가 거의 5갤런이나 가져와 나는 학생들을 딸기 잔치에 초대하니 즐거워했다고 했다. 딸기를 심은 자리는 화산동이었다고 한다. 잉골드는 자신의 텃밭에 딸기를 비롯, 토마토, 고추를 심어 기르는 등 전원생활을 무척 좋아했던 것 같다. 실제로 신흥중고등학교에 딸기밭이 있었다고 임희종 전 신흥고 교장은 말했다. 전북도농업기술원은 전북 도내 농가는 2023년부터 딸기 우량 종묘를 보급받을 수 있으며, 조직배양묘를 이용, 생산성 증가 및 과 품질 향상을 기반으로 농가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980년대 비닐하우스 보급이 증가하면서 딸기는 시설 재배로 전환됐다. 생산지가 전국적으로 확대된 것도 이때부터다. 전주 딸기의 명성도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전주 딸기밭 데이트를 문화관광 상품으로 만들 날을 기대해본다./이종근 문화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