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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오징어 묵계(烏賊魚 墨契)’를 증오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이 게임을 설계하고 운영한다는 미지의 자본가들은 게임의 총상금인 456억원은 문제도 아니고, 456조원 정도는 가진 것처럼 행세하고, 게임에 참가하는 평범한 시민들이 서로 살육하는 모습을 보며 유희를 즐긴다. 빚더미에 내쫓긴 수백 명이 거액의 상금을 거머쥘 수 있는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다. 한국인이라면 어린 시절에 즐겼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오징어 게임’ 등이 잔혹하게 등장한다. 게임마다 발생하는 탈락자들은 그 자리에서 총살을 당한다. 죽음을 담보로 한 게임, 죽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상금은 불어난다. 경악과 공포의 게임이 중단되지 않는 이유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 때문이다.
폐백상에 차려지는 음식은 신부와 신부어머니의 온갖 정성이 들어 있다. 의례의식 중에서 아직까지 우리의 전통 모습이 남아있는 상차림이다. 지방마다 문화, 생활방식 등이 다르고 각종 의례상에 올리는 음식도 다르다. 같은 용도에 쓰이는 음식이라도 모양과 만드는 방법, 재료 등이 다르다. 전라도음식은 맛과 모양이 화려하고 푸짐하기가 으뜸으로, 특히 이바지와 폐백음식이 단연 돋보인다. 친정어머니의 솜씨자랑인 폐백음식은 딸을 시집보내면서 음식솜씨를 사돈집에 내보이게 되는 것이므로 온갖 정성을 다하게 된다. 시부모는 폐백음식과 이바지를 보고 친정어머니 솜씨가 얌전하니 며느리도 얌전할 것이다라고 며느리에 대한 음식솜씨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허균의 '도문대작(屠門大嚼)에 오징어를 오적어(烏賊魚)라 하여 서해에는 드물지만 전라도 흥덕(興德), 부안(扶安)의 것이 가장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오징어는 세종실록』 「지리지에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평안도 등에 속하는 9개 군현의 토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전라도지방에서는 폐백상에 폐백닭이 빠지지 않고 꼭 올라가는데 마른 오징어로 깃털을 만들어 닭에 옷을 입힌 오징어오림닭은 솜씨에 따라 생동감 있고 살아 움직인 듯한 폐백닭이 완성된다.

조선왕조실록 1452(문종 2) 조선을 방문한 명나라 사신이 가장 먹고 싶어 했던 해산물이 오징어여서 2,000마리를 선물로 건넸다는 기록이 있다. 1478(성종 9)에는 마른 전복, 마른 문어 등과 함께 중국 황제가 요구한 진상품 명목에도 들어있을만큼 예나 지금이나 사랑을 받았던 먹을거리였다.

우리가 밥반찬이나 군것질로 즐겨먹는 오징어의 한자말은 오적어(烏賊魚) 또는 묵어(墨魚). 오적어는 까마귀 오()’도둑 적()’, ‘고기 어()’가 합쳐 생긴 말로, 재미난 유래가 있다. 오징어란 녀석은 물 위에 죽은 듯이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이를 보고 죽은 줄 알고 쪼려고 할 때 발로 감아 잡아서 재빨리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고 해서 오적어(烏賊魚). 그래서 오징어는 까마귀 도둑이 된 것이다. 또 다른 별명 묵어는 먹물을 지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준익 감독 영화 자산어보에는 흑산도로 유배 간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섬 소년 창대에게 오징어에 대해 묻는 장면이 나온다. “이건 버리는 거냐?” 이런 질문은 대개 그 반대 의미를 드러내려는 의도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오징어의 다양한 쓸모를 나열한다. 지혈제가 대표적이다. 오징어 뼛가루를 상처에 뿌리면 탄산칼슘 성분이 피를 굳게 한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오징어를 중국 남북조 시절 심회원의 <남월지>에 나온 이야기를 들어 설명했다. “오징어는 까마귀를 즐겨 먹는다. 물 위에 둥둥 떠서 죽은 체 하며 까마귀를 현혹시킨다. 까마귀가 날다가 오징어가 죽은 줄 알고 달려든다. 그 순간 오징어가 발로 휘감아서 물속으로 끌고 가 먹는다. 그래서 까마귀를 잡아먹는 도적이라는 뜻의 오적(烏賊)’이라고 했다그래서 오적어란 이름을 얻었고, 이것이 오징어가 됐다는 것이다. 그 생김새까지 자세하게 적었다. “등에 긴 뼈가 있다. 살은 매우 무르고 연하며, 알이 있다. 주머니 속에 먹물을 가득 채우고 있다. 누군가 침입하면 곧 먹물을 내뿜어서 현혹시킨다. 그 먹물로 글씨를 쓰면 그 색깔이 매우 윤기가 있다. 그러나 오래되면 벗겨져서 흔적이 없어진다. 그러나 바닷물에 넣으면 먹의 흔적이 되살아난다고 한다.

전어지에도 위와 같은 내용의 오적어라는 명칭의 유래가 소개되어 있고, 흑어 · 남어의 유래도 소개했다. , ‘뱃속의 피와 쓸개가 새까맣기가 먹과 같으며 사람이나 큰 고기를 보면 먹물을 갑자기 사방으로 내뿜어서 스스로 몸을 흐리게 하므로 일명 흑어(黑魚)’라고도 한다

조선 실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오징어 먹물로 쓴 글씨는 해가 지나면 사라져 빈 종이가 되므로 사람을 속이는 자는 이런 간사한 방법을 이용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래서 믿지 못할 약속이나 지켜지지 않은 약속을 오적어 묵계(烏賊魚 墨契)’라고 한다. 이는 믿기 힘들고 지켜지지 않는 약속, 근거를 없애면서 사람을 간사하게 속이는 행위를 표현할 때 사용한다. 젊은 남녀가 한 사랑의 맹서가 깨질 때 이 말을 쓴다고 한다. 여러분은 오징어묵계로 상처받은 적이 있나?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은 많은 공약을 내건다. 그런 공약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것도 바로 오징어 묵계. 최근들어 오징어게임 덕분에 오징어가 뜨는 요즘, 정치권의 대장동개발’ ’화천대유등과 관련된 각종 뉴스와 루머가 점입가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국민들이 게임 속 군상(群像)들을 보며 우리 사회의 비극을 공감하면서 오징어 먹물까지 진실을 덮는 형국이 보이고 있는 만큼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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